대구의 중심에서 퀴어를 외치다.

제 4회 대구 퀴어 문화축제가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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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rak2356)등록 2012.11.19 11:17
흔히들 언제부터인가 대구를 보수의 도시, 고담도시, 꽉 막힌 도시라고들 이야기 합니다. 부산에서 대학교를 위해 대구로 상경한 저로서는 그러한 분위기를 알 리가 없었지요... 그리고 다른 도시의 보수성에 대해서는 몸으로 경험하지 못했기에 다 그러려니 하며 살아온지 벌써 7년째입니다. 하지만, 그 7년 동안의 경험을 종합해 보자면 사람들의 시각과는 달리 아니, 통념이 그러하기에 더 돋보이는 것일 수도 있으나, 대구는 저에게 언제나 '열정을 품은' 도시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열정을 대표하는 여러 행사들 중 하나가 바로 올해 4회째를 맞이하는 대구 퀴어(Queer)문화축제입니다.

결혼은 일반인의 특권이 아닙니다. We are getting married ⓒ 이형석


퀴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퀴어(Queer)는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성소수자 흔히들 레즈비언이나 게이를 떠올리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의 기호는 매우 다양하지요~ 누군가가 규정한 몇가지의 분류로 규정할 수 있는 단순한 존재들 역시 아닙니다. 그저 우리와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 조금 다른 기호를 가진 사람들일 뿐이지요... 그렇기에 제 생각에 성소수자를 바라봄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배려가 아닌 그저 차별없는 자연스러운 이해일 뿐입니다. 그저 옆의 친구, 이웃을 바라보는 그런 이해입니다.

그리고 4회째를 맞이하는 대구 퀴어 문화축제의 목적 또한 그러합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 성소수자들이 생활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함일 따름이죠.

그런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지 벌써 4회째, 이제 네 번째를 맞이하는 퀴어축제의 올해 컨셉은 '결혼식'이었습니다.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결혼식을 통해 결혼이라는 의식이 일반인들만의 특권이 아닌 누구나가 누릴 수 있는 축제라는 것과 일반인이든 성소수자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결혼에 있어 법적으로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기위한 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 때문일까요 축제를 후원해줄 사람들이나 단체들을 모아내기가 힘든 것은 물론 결혼식 컨셉을 위해 입어야 할 드레스의 대여비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기상예보는 최악인데다가 축제의 주인공이어야 할 당사자 커플들은 행사직전 결혼식에 나서기를 주저했습니다. 결국 실제커플이 아닌 퀴어 축제 조직위원 중 저를 포함한 4분이 게이커플과 레즈비언커플 역을 맡아 결혼식 퍼포먼스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주례사 중입니다. 제 4회 퀴어 축제에서 퀴어축제 조직위원들이 각각 게이, 레즈비언 커플역을 맡아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 이형석


하지만, 백방으로 뛰어다닌 조직위원장의 고생과 진심이 통한걸까요?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모임에서 열어주신 후원행사에서 상상도 못했던 많은 후원금이 모이고 퀴어축제의 뜻에 동의하시는 드레스샵 사장님을 만나 드레스와 턱시도를 후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행사당일의 하늘은 겨울 날씨들 중 더 이상은 좋을 수 없는 상태...

커플들의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최초 성소수자 국회의원 후보였던 최현숙씨의 주례사와 축하공연들, 추운날씨덕에 터져버린 스피커들 덕분에 음향이 엉망이긴 했지만 즐거웠던 퍼레이드, 다같이 함께한 피로연까지 모두가 어우러져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물론, "괜찮겠어"라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십니다. 더해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하객으로 참여하신 가운데 행사가 진행되었기에 행사의 취지를 모른채, 저희를 실제 커플로 생각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이번 결혼식으로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많은 성소수자들이 존재하며 서로 사랑하며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모님께는 나중에 말씀드리면 될 일이구요~ㅎㅎ)

결혼식 중 축가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축가를 부르고 있다. ⓒ 이형석


내년에는 이렇게 추운 겨울이 아닌, 퀴어축제가 태어난 6월에 다시 제 5회 퀴어 문화축제를 열 예정에 있습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듯 성소수자의 인권에도 더 나은 내일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더 나은 축제가 되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그 행복한 현장에 다시금 제가 있기를 바래봅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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