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리(酷吏)는 필요할까?

관리의 자질에 대해서 혹리열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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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hyun009102)등록 2012.11.22 11:45
서양 역사학의 아버지는 헤르도토스이고 동양 역사학의 아버지는 사마천이라고 할 정도로 사마천은 역사학에서 중요한 인물이고 문학에서도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사마천은 기전체라는 역사서술방법으로 《史記》를 저술하였다. 《史記》는 본기, 세가, 지, 표, 열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열전은 총 70편으로 열전 안에는 무수한 인물들이 존재한다. 열전은 사마천의 문학적 필체를 엿볼 수 있다.
   

<사기열전> 사마천 ⓒ 민음사


사기열전은 어떠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까? 라는 물음에 대해 다양한 해답을 제시한다. 인상 깊게 읽은 혹리(酷吏)열전 부분을 살펴보면 먼저 혹리(酷吏)는 대체로 엄한 법과 형벌을 사용하여 통치한 관리들이라고 정의된다. 사마천은 "국가의 안정은 도덕의 힘에 있는 것이지 냉혹한 법령에 의존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마천은 혹리들의 통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치안은 더 험악해지고, 도적들이 출몰해도 관리들이 제대로 손쓰지 못하고 있음을 서술하고 있다.
《사기》에 나타나는 사마천의 글에는 항상 도덕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도덕정치를 강조하는 사마천에게 있어서 혹리들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도덕 정치가 가능하지 않게 된 것을 나타내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내가 생각할 때는 사마천이 비판하고 있는 혹리들이 오히려 지금 사회에서 필요한 관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혹리열전의 안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는 물론 영성과 같이 정말 거만하고 오만한 잘못된 관리의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질도나 조우, 장탕 같은 인물들은 나라의 녹을 받는 관리라면 본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무제 시대에 들어와서 혹리들이 많이 양산되는데 이 당시에 국가의 재정 확충을 위해 민간의 경제권을 억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동시에 중앙집권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지방 제후들과 호족세력을 억눌러야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법의 엄한 집행이 부추겨졌기 때문에 많은 혹리들이 나타나게 된다.

21세기 현재는 사마천이 말하는 도덕 정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법이라는 것이 존재를 하고 죄를 지으면 법을 받는다는 것이 공식화된 논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가 점점 무너져 가고 있음이 주변에서 나타나는데,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을 받아서 일을 하는 관리들이 자신들의 주어진 일에 대해서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의 배를 불릴 수 있을까 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관리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사마천은 그 당시에 혹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비판을 하였는데 오히려 지금은 그러한 혹리가 늘어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리열전을 읽으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관리들이 꼭 새겨두었으면 하는 구절이 있는데 이러한 모습이 지금 공직자들에게 필요한 관리의 자질이 아닐까 한다.

[爲史以來, 舍毋食客. 公卿相造請禹, 禹終不報謝, 務在絶知友賓客之請, 孤立行一意而己.]
관직을 맡은 이래로 집에 손님이 없고, 고위 관직자들이 서로 이르러 조우를 만나기를 청해도 조우는 끝내 답례하지 않았고, 손님들의 청을 끊는데 힘을 쓰면서 어느 것에 치우치지 않고 법에 따라 행동하였다. -혹리열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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