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위의 점, 예술이 되다

잭슨폴락의 액션페인팅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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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나(elloon13)등록 2012.11.23 14:11
인간과 회화의 관계는 신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에서부터 출발한다. 그 후 1만 년이라는 유구한 세월동안 인간은 예술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현대의 교양인이라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피카소의 '우는 여인'같은 작품들은 이미 친숙할 것이다. 인상파, 야수파 등 회화에서의 파격적인 시도로 유명해진 화가는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잭슨 폴락'은 "미적(美的) 목적을 지닌 인간의 창조 활동"이라는 예술의 근본적인 정의 자체를 부정한 파격적인 화가였다. 그는 예술작품이 목적을 갖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오로지 무의식적인 붓의 움직임만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의 이러한 예술적 시도는 지금까지도 예술인가 아닌가의 기로에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잭슨 폴락은 이른바 "액션 페인팅"이라는 회화 기법의 창시자로서 커다란 캔버스를 바닥에 펼쳐놓고 사방을 돌며, 캔버스 위로 물감을 흘리고, 끼얹고, 튀기고, 쏟아 부으면서 몸 전체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었다. 떨어뜨린 물감의 흔적이 층위를 쌓아가면서 화면의 밀도를 높여감과 동시에 작가의 다이내믹한 제작행위를 직접 캔버스에 기록하는 것이 "액션 페인팅"의 요점이었다. 폴락은 추상 중의 추상을 주창하며 작가의 예술적 의도를 완전히 배제한 작품을 그렸다. 폴락이 전시회를 열었던 그 당시에 그는 "어린아이도 그릴 수 있는 그림"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고전적인 회화 양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폴락의 "액션 페인팅"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폴락의 "액션 페인팅"은 끊이지 않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그림은 인간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지 않아도 얼마나 예술적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폴락은 캔버스 위를 자유롭게 지나가는 선과 점들만으로도 인간의 내면에서 슬픔, 기쁨, 안도 등의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처음으로 작가가 완성한 그림뿐만 아니라 그 그림을 그리는 행위까지도 예술이라는 생각을 한 예술가였다.

미국의 작곡가 존 케이지는 폴락과 비슷한 사고를 했던 음악가였다. 케이지의 대표작 "4분 33초"는 무대 위의 피아노 앞에 연주자가 4분 33초 동안 가만히 앉아만 있는 곡이다. 4분 33초 동안 방 안의 사람들이 내는 우발적인 소음이 바로 음악이 된다. 당황한 관중들이 기침을 하거나 자리를 뜨거나 옆 사람에게 무어라 이야기하는 소리들이 어떠한 예술적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음악이 되는 것이다. 이는 폴락의 무의식의 예술과 일맥상통한다.

잭슨 폴락의 "액션 페인팅"에 대해 "예술적으로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은 아마추어적인 행위"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다. 캔버스에 물감을 끼얹은 작품이 어떤 예술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단편적인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예술가가 예술적 성취나 미적 진보 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인간의 행위 자체에서 예술이 탄생할 수 있다는 발견이야말로 위대한 예술적 성취이다. 폴락의 "액션 페인팅"으로 인간의 무의식을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올려 현대 미술의 새 방향을 제시하고 한계를 뛰어넘은 예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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