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1 '드라마의 제왕' 오렌지주스 장면 ⓒ 김예은
요즘 방영중인 SBS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을 들어보셨는가? 이 드라마를 통해 드라마 제작현장을 볼 수 있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것은 첫 화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1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오렌지주스라고 생각한다. 극 중 드라마 제작사 대표 앤서니 김과 작가 정홍주는 드라마 '우아한 복수'의 마지막 회를 두고 의견 대립을 한다. 작가는 드라마의 예술성을 위해 오렌지주스 PPL을 대본에서 뺀다. 하지만 제작자인 앤서니 김은 3억원이나 되는 오렌지주스 PPL 계약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장렬히 죽는 마지막 장면에 오렌지주스를 먹는 어색한 장면을 억지로 넣게 된다.
PPL(Product Placement)이란 영화나 드라마 속에 특정 상품의 브랜드명이나 이미지, 명칭 등을 노출시켜 소비자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그 상품의 이미지를 심고 갖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도록 하는 간접광고의 일종이다. 채널을 돌려버리면 그만인 상업광고에 비해 영화나 드라마 속의 PPL은 시청자들에게 큰 저항감 없이 무의식적으로 제품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흐름상 어색한 PPL을 무리하게 작품 속에 배치했을 경우, 이러한 장점은 무용지물이 된다.
▲ 사진2 맨 위부터 '착한남자' 휴대전화 PPL, 치킨브랜드 PPL, '보고싶다' 스마트PC PPL ⓒ 김예은
예를 들면 최근 종영된 KBS 수목드라마 '착한남자' 19회의 한 장면은 극 중 서은기(문채원 분)가 박 변호사의 교통사고 진범을 찾는 도중 특정 브랜드 휴대전화 제품에 캡쳐된 사진 위에 메모를 하고 '이 사진 나한테 전송해주세요.' 라고 말한다. 또, '착한남자' 2회에서는 서은기가 병원에 입원한 채 특정 브랜드의 치킨을 먹고 있는 뜬금없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현재 방영중인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 6회 장면 중에는 극 중 강형준(유승호 분)이 흐름상 굳이 필요 없는 특정 브랜드의 스마트PC를 이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PPL은 잘못 사용될 경우, 극의 흐름을 해치고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면서까지 무리하게 PPL을 넣으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제작자의 입장에서 드라마에 PPL 광고 몇 개만 넣어주면 그 광고비로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비 충당을 위해 당연히 PPL 계약을 하게 된다. 다음은 기업의 입장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15초짜리 상업광고에 비해 시청자나 관객의 몰입도가 높다. 때문에 그 기업의 제품 PPL이 짧게라도 나온다면 시청자나 관객으로부터 높은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다. 광고 효과는 해당 제품의 판매치 증가로 나타난다.
▲ 사진3 시청자 게시판 의견 ⓒ 김예은
이러한 이유로 인해 PPL을 드라마나 영화 속에 넣지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억지로 끼워 맞춘 제품들이 눈에 거슬릴 뿐이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이러한 끼워 맞추기식 PPL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드라마 '착한남자'의 한 시청자는 '광고가 드라마 흐름까지 해친다.', '방송 끝나면서 협찬사 상호들을 보는 순간, 앞으로 전개될 드라마에서 저 협찬사 제품이 하나하나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에 갑자기 드라마마저 보고 싶지 않은 생각이...' 라고 글을 게시했다. 이 글만 봐도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PPL의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PPL 간접광고의 치명적인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극의 작품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PPL 광고를 무리하게 넣지 않는 일정한 기준점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전적으로 작가, 제작자, 기업의 의견 조율에 달려 있다. 질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방향으로 생각한다면 융통성 있는 해결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방송법 개정 이후, PPL 광고의 규제가 완화되어 얻게 된 자유를 남용하기 보다는 신중한 선택을 하는 것이 드라마의 앞날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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