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안철수의 새로운 출발

지난 행보를 잘 복기하고 새로운 행보를 잘 설계하기 위한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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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재(sbadco)등록 2012.11.27 09:51
대선후보 안철수의 행보는이제 끝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한국정치의 중심에 서 있으며 정치를 계속할 의지를 표명한 바가 있다. 정치개혁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데는 미치지 못하였으나 안철수 정치의 불씨는 여전히 강하게 살아있다.

지난 행보를 지금쯤 복기해보고새로운 출발을 설계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그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아직은 고단함이 가시지않았을테지만 그래도 그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if !supportLists]-->1.  <!--[endif]-->안철수의 부상  

안철수가 정치개혁의 희망으로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서 국민이 원해서이다. 정치라는격랑의 가운데로 그를 몰아넣은 것은 물론 국민이다. 특히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대별되는 기성정치권에대한 국민의 염증이 새롭고 참신한 이미지의 안철수를 호출한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거치는 10년동안 실정이 없었다고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사실 그 세력이 몽땅 무능한 정치세력으로 매도당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왜냐하면 기득권 세력과 수구언론들의이지메와 교묘한 술수에 의하여 무능하다 규정된 부분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이 정치구도를결정하는데에는 팩트가 중요하지 않다. 느낌과 이미지가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인 성공신화의 주인공 이명박에게 정권을 맡겼다. 사실그 성공신화라는 것도 부정한 수단이 동원되었는지 검증되지 않았고 과대포장에 속았다고 보여지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아뭏튼 국민은 도덕성에 눈감고 그를 선택했다.

결국 이명박 정권을 5년 견디며 국민은 이정권이 유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매우 부도덕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여전히 무능이미지로 덫칠된 민주당 세력도 싫고 개인은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사리사욕에 눈먼 이명박 정권도 싫은사람들은 안철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유능한 노무현이 아니라착한 이명박을 갈구한 것이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백성들의 열망은 강했고 그 열망이 안철수에게서 희망을보게 된 것이다. 의사, V3신화, V3무료사용, 청춘콘서트,1,500억대 주식기부 등에 성공신화와 선량함 그리고 참신함이 모두 들어있었다.

<!--[if !supportLists]-->2.  <!--[endif]-->안철수의 대선행보

그렇게 국민에 등떠밀린듯 대선판에 등장한 안철수에게 기대와 비판이 쏟아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는시작부터 스탭이 꼬이고 있었다. 충분한 준비가 부족한 점은 그 참신함으로 포장할 수 있었겠지만 포지션닝부터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선 출마선언 때부터 "국민이 싸우지 말라고 했다" 이런 맨트가 나왔다. 정치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분들이 흔히하는 말이다. 왜 싸우는지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으며 그저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다는 양비론이다. 누구를대상으로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잘 싸울 것인지를 말했어야한다

캠프의 구성은 매우 실망스러운일이었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박선숙 전의원은 그렇다치고 새누리당 출신의 김성식에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출신 이태규에게 무엇을 기대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명박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하는데 이명박의비서실 출신을 쓰는 것이 상식적인 일일까?

민주당에서 다른 후보들을주저앉히고 출마하여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불과 몇달도 안돼 탈당한 송호창의원의 캠프합류도 정치도의상 매우 옳지않은 일이다. 게다가 민주당을 낡은 정치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잠재적 아군을 적으로 만드는 패착이었다. 그의 발언은 곧 안철수의 메시지로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 의원들을개별 접촉한 것도 그가 상징하는 정치개혁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단일화의 상대인 문재인 후보를 당내에서흔드는 제 2의 후단협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단일화의 첫단추도 정책적지향과 공약의 내용부터 풀어가야 옳았다.물론 참신성을 가진 후보답게 내용이 탄탄하게 준비되어있지 못했을것임은 짐작하지만 그렇게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어야한다.

민주당의 총선패배 책임론은참으로 뜬금없는 것이었다. 우선 그 것이 패배인지 판별할 기준조차 없고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새누리당은어지간하면 과반의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설혹 패배라 하더라도 안철수의 패배는 아니었고, 안철수가 도와준 것도 별로 없지 않은가?

단일화 후에는 우군이 되어함께 협력해야할 세력을 갈라놓고 비판하며 인적청산을 강요한 것도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었다. 특히 친노세력을지칭하며 척결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 먼저 자신의 캠프 구성원이나 민주당내 자신의지지세력안에 친노보다 더한 구태세력을 알아봤어야 했다.

노무현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가장 지지율이 높을 뿐 아니라 그 충성도에 있어서 그 어느 정치인도 넘보지 못할 정도로 강고하기 때문에 그들이 결국 단일화 후에 자신을 지지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은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단일화를 위한 경쟁룰을정하는데 있어서도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문재인 후보에게 대범하고 통큰 이미지와 적극성까지 선점당한 것도 안캠프의 실책이다. 그래서 본인으로의 단일화만을 관철하려는 아집의 이미지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단일화는 양측이 서로 결합하여결과적으로 표를 결집시켜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서로 상처만 남기고 시한안에 결론을 맺지 못했으며 단일화가되더라도 본선에 질 가능성이 극대화되고 말았다. 서로가 이길 가능성과 질 가능성을 절반씩 가지는 룰을채택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방식을 고집해서는 상대측 지지자의 이탈가능성만 높였다.

결국 시한을 넘겨 스스로사퇴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루기는 했지만 별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게 자기희생적 방식으로결말지은 사례도 없고 쉬운 일도 아닌 것을 안철수는 했고, 그 것은 어떤 정치인도 할 수 없는 안철수만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그래서 여전히 안철수는 안철수인 것이다.

<!--[if !supportLists]-->3.  <!--[endif]-->안철수의 정치개혁

사실 안철수가 정치개혁의상징처럼된 것은 기성정치권의 후진 정치행태에 기인한다. 그리고 안철수가 힘을 가지게되면 정치개혁이 이루어질것이라는 기대도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안철수가 내놓은정치개혁안은 본질을 완전히 빗나간 것일 뿐 아니라 의도와 달리 결과적으로 더 심한 구태정치를 낳은 가능성이 높다.그 것은 그의 정치개혁안에는 한국정치의 근원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정치의 근본문제 두가지만살펴본다. 하나는 행정부나 국회 그리고 정당이나 지방권력까지 국민의 의사나 지지비율에 합치하지 않는방식으로 구성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재벌이나 기득권층과의 결탁은 물론 자신들끼리 정치기득권을 확보하고유지하며 누리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부패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국회의 의석이 소선거구제로 인하여 지역할거구도로구성되는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중대선거구제나 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같은 문제를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제시했어야한다. 국회의석을 200석으로줄이고 지역구를 100석으로 줄이며 비례대표를 100석으로늘리는 것은 전혀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일 못하고 기득권층의이익만 대변하는 국회가 더욱 특권화될 뿐이다.

대통령 선거도 그렇다. 후보가 난립하여 지지율이 과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대통령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단일화같은 좀 정상적이지않은 정치행위를 피하는 방법으로도 유효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대선에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절반으로 줄이자는 것도 과거의 부정한 대선자금을 부활시키거나 재벌들의 대선자금을 통한 권력사유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늘려서라도 선거공영제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는 것이 옳다.

정당의 공천권을 시도당으로이양하는 것도 의도는 중앙집권적 정당을 지방분권화 또는 다핵화하는 데 있을 테지만 오히려 지역 토호정치인들의 공천장사 기회를 확대할 것이다. 이 것은 원내정당화나 상향식 대중정당중 하나를 선택한 후 거기에 걸맞는 국민참여형 공천제도를 만드는 것이 유효할것이다.

결국 안철수가 제시한 정치개혁의내용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전혀 지지받을 수 없는 것들이며 정치를 피상적으로 또는 정치권을 양비론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파퓰리즘의 냄새가 진하다. 이거 금방 들통날 것이어서 안 내놓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안철수는 참신성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정치개혁에 대한 확실한 내용을 보충하고 지역토호들이나 반개혁적인물들을 주위에서 치운다면 정치개혁을 추동할 힘을 갖게 될 것이다.

<!--[if !supportLists]-->4.  <!--[endif]-->대선과 안철수

일단 후보를 사퇴하여 본인이 이번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하지만이번 대선은 여전히 안철수의 대선이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는 본인이 대통령이 되는 일만 빼고 많은일을 할 수 있다. 박근헤를 당선시킬 수도, 문재인을 당선시킬수도 있다. 또 될대로 되라고 방치할 수도 있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중에서 문재인을 당선시키는 일은 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워낙단일화 과정이 아름답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문재인을 구태정치세력으로 몰았기 때문에 안철수 지지자들을 설득해서 문재인에 투표하도록 만들기가 어려워졌다. 자신의 말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것이다.

그러나 성공해야만한다. 안철수의 정치적 미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개혁이이번 대선에 달려있다. 어려워도 일단 그 일을 해내야 목표하던 정치개혁을 추진할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물론 자신의 주변을 얼쩡거리는 친노보다 더 구태스럽고 차라리 구차하기까지한 정치세력을 정리하고 정치개혁안의 내용을철저히 가다듬어야 하겠지만 그 보다 우선은 박근혜가 당선돼 유신의 망령이 살아나는 일은 막아야하지 않겠는가?

지금 국민은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싶어한다. 초보지만 초대형 정치인안철수는 우선 그런 국민의 소망을 성취시킨 후 정치개혁에 시동을 걸어야한다. 문재인 후보를 돕는 것이 내키지 않더라도 그런 마음을 들키지않고 최선을 다해야한다. 그렇게  해서 더욱 커진 안철수는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한국의 정치판을 개혁해나갈 진짜 메시아가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다음 아고라와 딴지일보 그리고 개인블러그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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