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고양이서커스 중단 청원. 총 453명의 서명을 모았다. ⓒ 김유나
삼성 에버랜드에서 고양이서커스가 잠정 중단됐다. 상업적 동물원과 동물쇼에 반대하는 국내 최초의 동물원복지 전문동물단체인 "동물을 위한 행동"이 서커스 중단을 요청한 지 한 달만의 일이다. "동물을 위한 행동"은 활동 블로그에서 에버랜드 측이 고양이서커스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했으며 서커스에 동원되었던 고양이들의 인도적인 입양에 대해 요청한 상태라고 알렸다. "동물을 위한 행동"은 지난 11월 7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고양이 서커스 중단에 관한 청원을 올렸고 11월27일 현재, 453명의 서명인원을 달성하였다. 서명운동 마감까지 11일이 남은 시점에서 에버랜드가 고양이서커스의 잠정 중단을 밝혔다.
▲ 지난달 23일 경기도 용인시의 테마파크 에버랜드에서 고양이들이 공연을 벌이고 있다. 링 통과하기, 줄넘기, 턱걸이하기 등의 다양한 묘기를 펼치는 가운데 동물을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이어진다. ⓒ 강재훈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테마파크 에버랜드의 고양이서커스 '핼러윈 캣쇼'는 2008년 7월부터 약 4년 간 공연을 해왔다. 이 서커스에는 버려진 고양이가 출연해 공을 굴리거나 링을 통과하거나 외줄을 타고 걷는다. 관람객들은 고양이의 묘기를 보고 즐거워하고 쇼가 끝난 후에는 사육사가 전하는 동물사랑의 메시지를 듣는다. 에버랜드는 고양이 서커스의 개설과 함께 유기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고자 만들었다는 취지를 밝혔다.
언뜻 보기에 이 서커스는 안락사 될 위기에 처한 갈 곳 없는 유기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일뿐더러 교육적인 효과까지 갖추고 있는 쇼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물을 위한 행동"은 유기동물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틀림이 없으며 이는 옳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고양이서커스에 동원되는 고양이는 척추동물로 고등동물에 속한다. 고등동물은 자아의식이 있고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보호법에 보호의 대상으로 명시되어 있다. 특히 고양이는 인간과 감정을 주고받는 반려동물로 개와 달리 소음이나 낯선 환경에 매우 민감한 동물이다. 고양이서커스의 큰 음악소리와 휘황찬란한 조명은 쇼를 하는 고양이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유기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쇼라는 에버랜드의 주장과는 반대로 서커스에 동원되는 동물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유기동물을 안락사 시키지 않음으로써 그 목숨은 구했으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면서 고통을 주는 것은 보호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반려동물과 주인이 함께 무대에 등장하여 외모를 자랑하고 간단한 명령을 시키는 '도그 쇼', '캣 쇼'가 있다. 이 쇼에서 동물들은 공을 굴리고 턱걸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지시에 따라 점프를 하거나 바닥에 엎드리는 등 단순한 묘기를 보여준다.
"동물을 위한 행동"의 전경옥 대표는 "고양이가 공을 타고 턱걸이를 하는 것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고양이에게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체이나, 동물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동과 장애인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고 이를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처럼, 언어를 통해 자기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동물들에게는 보다 넓은 윤리적 배려가 필요합니다."라고 하였다.
동물쇼는 세계적으로 사양산업이며, 유럽의 경우 감소추세에 있다. 많은 국가에서 이미 동물쇼가 금지되었고, 영국에서도 최근 동물쇼전면금지법을 추진중이다. 유기동물 보호의 명목으로 상업적 쇼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입양을 보내는 인도적인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 이번 삼성 에버랜드의 동물쇼 중단을 계기로 비인도적으로 동물을 상업적인 쇼에 이용하는 동물서커스가 전면 중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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