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코스프레인가 진심인가

복지국가를 말하는 박근혜, 믿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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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근(youngkun)등록 2012.11.27 19:38
날이 갈수록 양극화되는 국내 경제와 세계적인 경기 침체. 계속 늘어나는 실업과 비정규직. 폭발 직전의 가계 부채.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의 가중되는 고통. 교실 붕괴에 따른 아이들의 고통과 치솟는 사교육비. 식을 줄 모르는 정치 싸움. 불안한 한반도 정세와 급변하는 세계.

지금 우리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런 백척간두의 상황에서 올해 12월 19일 역사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대선이 치러진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황이다. 문재인과 박근혜 후보는 서로 전혀 다른 두 '시대정신(Zeitgeist)'을 대표하면서 건곤일척의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일자리와 토지/부동산, 교육, 정치, 평화/통일에 대한 올바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얽히고설킨 여러 사회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이대로 주저앉아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망국(亡國)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과 박근혜 후보 중에서 과연 누가 대통령이 될까? 아니 그 전에 먼저 우리는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까? 누가 양극화된 경제 문제를 제대로 풀면서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주거복지를 이룰 수 있을까?

토지, 노동, 화폐를 상품화한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잘못'

문재인과 박근혜 후보를 평가하기에 앞서 지금 전 세계와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경제 문제의 근원을 살펴보자.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 문제를 생산의 3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으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토지 즉 땅과 집/빌딩 문제다. 시장만능주의에 가까운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땅은 수익률 높은 상품이 되어 사고 팔리면서 땅과 집/빌딩의 소유가 양극화되었고, 이로 인한 빈부양극화, 부동산 투기와 거품 붕괴에 따른 경제/금융 위기를 겪었다. 인간이 만들지 않은(즉 신 혹은 자연이 모든 인류에게 베푼) 땅을 상품으로 만들어 탐욕스러운 투기를 한 결과 거품이 붕괴하면서 경제 전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된 것이다.

둘째는 노동 즉 일자리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노동 유연화 흐름에 따라 노동도 하나의 상품이 되어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는(즉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여기에 더해 빈부 양극화와 경제 위기가 진행됨에 따라 해고와 실업,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착취가 전 세계에 만연하게 되었다.

셋째는 자본 즉 금융 문제다. 가계(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국가도 빚이 계속 늘어나 신용불량과 파산, 경제 공황에 따른 디폴트 및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일이 이어졌다. 화폐도 수익률 높은 상품으로써 전 세계를 무대로 더 수익률이 높은 곳(주로 땅과 집/빌딩)을 찾아 돈줄을 대주면서 투기 거품에 계속 펌프질을 하였고, 그에 대한 대가로 높은 이자를 취하면서 살을 찌워나가다가 급기야 거품이 붕괴하면서 금융회사도 몰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요약하면 전 세계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상품화된 땅과 집/빌딩에 대한 거대한 투기가 일어났고, 금융은 여기에 돈줄을 대주면서 계속 투기를 부채질했으며, 그 과정에서 토지와 자본이 없는 노동(노동자)은 노동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토지(지주)에는 지대(地代)의 형태로, 자본(자본가)에는 이자의 형태로 노동 생산물을 계속 빼앗기다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되자 전 세계적인 해고, 실업, 비정규직, 노동착취, 빈곤이 만연하게 되었다.

토지와 노동, 화폐를 상품화한 시장만능주의에 가까운 신자유주의의 흐름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도 그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칼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에서 말한 것처럼 토지와 노동, 화폐를 상품화한 것은 거대한 잘못이었다. 신이 만든 혹은 자연의 산물인 땅과 인간, 그리고 원래 교환의 매개물이자 가치척도의 기능을 하는 공공재에 가까운 화폐는 마음대로 투기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땅(자연)과 인간은 마음대로 사고 팔면서 투기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이다. 지공주의(地公主義)를 주장한 미국의 사회사상가 헨리 조지는 신이 모든 인류에게 베푼 땅을 상품화해서 소수의 특권층이 거의 다 가지게 하는 '토지사유제'가 빈곤의 근원이라고 정확히 지적한다. 헨리 조지는 토지사유제가 사실상 노예제를 만든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어머니'였던 박근혜는 우리의 미래인가?

이렇게 전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 경제가 부동산 투기와 거품 붕괴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상황에서 이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과거 대선은 '진보개혁 진영의 복지국가' vs '보수진영의 신자유주의' 대결이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대선은 '보수의 맏딸'이자 '신자유주의의 어머니'였던 박근혜 후보마저도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주거복지로 얼굴에 분칠을 잔뜩 하고 나왔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정말로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주거복지를 이룰 수 있을까? 박근혜 후보는 불과 지난 대선까지만 해도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주거복지가 아닌 신자유주의와 재벌옹호, 주거의 시장만능주의를 앞장서서 외쳤던 사람이다.

또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줄기차게 추진해 온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고)'를 주장한 원조가 바로 박근혜 후보다.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설레발 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 것에 대해 먼저 참회하고 사과해야한다.

또 전 세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땅과 집/빌딩에 대한 투기와 이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었을 때 박근혜 후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박근혜 후보는 경제위기를 심화시키고 주거문제를 악화시킨 주된 원인인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토지/부동산불로소득을 더 보장해주는 정책을 주장했던 사람이다.

지난 참여정부 당시 박근혜 후보는 종합부동산세에 결사반대하면서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감세와 주택 공급확대 등 부동산 경기부양책,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면서 다주택소유를 권장하는 정책을 줄기차게 외쳤던 사람이다. 박근혜 후보는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대책을 말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에게 먼저 사과해야한다.

경제 양극화와 경제위기, 주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에서 제시한 것처럼 토지가치 즉 토지/부동산불로소득을 사회가 환수하여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토지가치를 모든 국민이 누리기 위해서는 토지의 가치에 따라 과세를 하는 토지가치세제(Land Value Taxation)가 가장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 토지가치세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토지/부동산불로소득을 어느 정도 환수할 수 있는 현행 세금은 종합부동산세나 (토지분)재산세, 양도소득세 정도다. 이마저도 토지/부동산불로소득을 조금만 환수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지금도 문재인 캠프에서 주장한 종합부동산세 강화에 반대하면서 주거복지를 보장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놓고 있다.

코스프레인가 진심인가?

마지막으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사람으로서 토지와 부동산을 과다하게 소유하면서 모든 국민이 누려야할 토지/부동산불로소득을 자신이 누리며 특혜와 특권을 누려온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가치관과 세계관은 자신이 주장하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주거복지와 실제로는 정반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람은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신뢰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빼앗은 '장물'인 정수장학회의 땅을 통해 토지/부동산불로소득을 누리며 살아왔던 사람이다. 또 지금까지 자신이 손수 일해서 먹고 산 게 아니라 아버지의 후광으로 인한 특혜와 특권을 누리며 살아왔던 사람이다. 박근혜 후보는 자신이 주장하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주거복지 정책에서 일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말과 삶이 일치하지도 않는다.

박근혜 후보가 정녕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자신이 과거에 했던 잘못된 경제 및 주거 정책의 결과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한다. 또 정수장학회를 통해 누렸던 토지/부동산불로소득을 사회에 다시 토해내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 국민은 박근혜 후보가 지금 보이고 있는 전향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잠깐 벌이는 '코스프레(Cosplay)'인지 진정으로 회개한 '진심'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말(word)'은 '행함(act)'이 증명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고영근 기자는 희년함께(www.landliberty.org)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고,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운영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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