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인터넷 정책 토론 공허한 이유

인터넷개혁의 쟁점 '포털 개혁안' 언급 없었다

검토 완료

전세화(ericwinter)등록 2012.12.11 11:35
인터넷 정책 토론에서 어느 후보도 인터넷 개혁의 쟁점인 포털 사이트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대통령 후보들이 인터넷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고민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 개선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이용자의 미디어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한 새누리당의 제안은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인터넷 문화의 폐단은 근본적으로 포털 사이트에서 비롯되고 있는데도, 현명한 이용자들을 만드는 것만으로 인터넷의 역기능이 해결 될 거라는 주장에 공감할 수 없다는 뜻이다.

트래픽과 컨텐츠를 독점하는 대형 포털 사이트로 인해 뉴스를 포함한 컨텐츠의 질적 하락과 선정성, 획일화, 지나친 상업화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하나의 기업인 포털 사(社)는 광고수익을 위해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을 포털에 들어오게 만들고, 또 들어온 이들이 가능한 장시간 자사 포털 안에 머무르며 많이 클릭하도록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다. 포털에 접속하는 순간, 우리는 메인 화면 상단에 위치한 실시간 이슈 검색어(또는 인기 검색어)부터, 선정적인 기사 제목과 사진, 쇼핑몰 제품, 각종 광고, 우스갯소리를 늘어 놓은 게시판 글이나 웹툰 등에 쉴새 없이 낚인다. 이처럼 소비적이고 중독성 강한 정보이용 행위의 책임이 사용자에게도 없진 않지만 이를 개인의 분별력과 의지만으로 최소화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사용자들은 이메일 사용, 정보 검색, 쇼핑 등의 이유로 포털 접속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으며, 일단 들어가면 온갖 방법을 동원한 상술의 유혹에서 빠져 나오는 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포털의 컨텐츠 독점과 상업화로 인해 발생한 언론문화의 부작용은 얼마나 심각할까? 검색엔진의 월간 분석 리포트를 보면, 주요 종합일간지 인터넷판 기사의 약 95%는 아예 클릭조차 하지 않는다. 클릭 수는 5%의 기사에 쏠리는데, 전부 특정 포털을 통해 들어온 트래픽이다. 이제 언론사가 대형 포털을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식이 됐다. 언론사들은 포털에서 살아 남기 위해 한정된 메인 화면에서 자극적인 소재와 제목의 기사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또, 인터넷 이용 특성 상 포털의 인기 검색어를 포함한 기사를 쓰면 많이 읽히게 되므로 언론사마다 실시간으로 검색어를 가지고 만든 차별성 없는 붕어빵 기사를 쏟아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살아남는 기사가 전체 중 5% 가량인 것이다. 다시 말해 독자가 선택한 극소수의 기사는 대부분 선정성이 짙거나, 인기 검색어를 가지고 쓴 포털 종속성이 강한 컨텐츠 뿐인 셈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1인 미디어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역시 독과점으로 운영되는 포털의 종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포털의 입맛에 맞는, 기업논리에 편향된 컨텐츠가 기승을 부리는 반면, 개인의 창의적인 생각이나 비판적인 의견은 매몰되기 십상이다.

왜곡된 언론현상의 사례만 들춰봐도 무소불위 권력의 포털이 잘못된 정보이용과 불건전한 인터넷문화를 낳는 1차적인 원인 제공자라는 것을 알 수 있고, 포털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더욱이 포털은 일개 기업이다. 아무리 포털 사가 공익성 제고와 건전한 컨텐츠 유통을 위해 자정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태생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분명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포털 기업의 부정적인 기능을 감시,견제하고 보다 나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제3의 기구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번 인터넷정책 토론에서 두 후보 모두 '자율'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근혜 후보는 인터넷문화 개선을 위한 방안 책으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만든 자율규제 시스템을, 문재인 후보는 관련 업계와 이용자, 시민단체 등이 주도하는 자율적 프로그램 도입을 주장했다. '자율'에 더해 인적 구성원의 다양성과 전문성, 독립성이 보장되고, 법적인 효력을 갖는 제3의 기구를 설립해 적극적인 포털개혁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