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후보여, 왜 독재자의 딸이라 당당해 하지 않는가?

-시대의 도덕성이여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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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필(nzeropen)등록 2012.12.11 15:09
'독재자의 딸' 박근혜 대선후보 출마!
외국 언론들이 대서특필한 제목이다. 그러나 투표일이 일주일여 남았지만 이번 대통령선거 내내 거의 금기사항이다. 최근 김지하 시인은 여성대통령, 박정희의 압제에 대한 자신의 피해에 대해 화해를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 세대는 그의 과거를 이미 용서한 것인가? "박정희는 일제 식민시대의 치욕을 겪고 강대국들에 의해 분단된 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한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냄으로써 한국인들이 자신감을 되찾게 했지만 동시에 야만적인 탄압도 불사했다."고 <르몽드>는 더 분명하게 쓰고 있지만, 박정희대통령이 비명에 가고 34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를 용서하자는 분위기는 아니다.

같은 맥락의 의문은 또 하나 있다. "우리들은 왜, 경제사범 전과14범인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았는가?" 그리고 "그들은 또다시 독재자의 딸을 지지하는가, 그들이 박정희시대 향수를 느끼고 지지하는 이유가 뭘까?" 외국의 언론들이 크게 다루는 분위기가 신경쓰인다. "한국의 발전에 가장 기여한 지도자로서 응답자의 53.4%가 박 전 대통령을 꼽고 65%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고 답한 2009년 8월 실시했던 <르몽드>의 여론조사가 새롭다. 아무튼 두 차례의 대통령선거 앞에서 벌어지는 '범법자들의 용서?'라는 기이한 현상이 이성적인 우리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필자는 너무 궁금한 것이 있다. 왜, '군자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이라 칭송받던 나라가 최근에 와서 이토록 심각하게 도덕성이 실종된 사회로 치달릴까? 분단과 자본주의의 영향일까? 여전히 주린 배를 채우지 못해 경제에 목말라 하는 것 때문일까? 지난 대선에서 경제사범 이명박대통령을 뽑았던 것도 이해되지 않았는데, 한 때 퍼스트레이디로 독재자를 보좌하던 박근혜를 용서하는 분위기는 뭘까? 단지 국민들의 지지는 경제적 풍요(?)에 대한 향수만은 아닌 것 같아 호기심을 더 끈다. 공공의 적이 공공의 적으로 취급되지 않고 존경의 대상이 되어버린 이 현상을 말이다.

미래는 과거 속에서 나온다고 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과거를 묻어두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특히 한국 현대사는 그렇다. 식민지와 분단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 순간도 긴장감을 풀고 역사를 내팽개쳐 둘 수 없다. 비열한 과거를 가진 자들이 오늘날에도 판을 치는 이유가 거기 있다. 우리 스스로 그릇된 역사에 대해 사회적인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릇된 과거는 덮고 알량한 미래를 우아하게 이야기하면 그것이 미덕이었다. 어쩌다 대한민국은 이 지경이 되고 말았을까. 역사적 평가를 외면한 채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기초공사를 하지 않고 건축물을 올리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우리가 가고 싶은 미래만큼 과거를 분명히 인식하고 가야 제대로 된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 것이다.

그러나 이 땅의 범법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는 걸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담보로 위선을 떨어야 생존한단 말인가. 그렇게 돈을 버는 일이야말로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저 옛날 칼뱅의 종교개혁가가 만들어준 자본주의에 충실할 수 있는 현실의 논리가 새롭게 머리를 채워온다. 칼뱅이 자본주의정신으로 강조한 근면성과 도덕성과는 상관없이 갖가지 추악한 방법으로 이윤을 얻어내는 천민자본주의로 달려온 것을 몰랐으리라. 그들의 안중에는 문제될 게 없다. 돈이면 만사형통되는 금권시대, 이 '자본'의 이념 안에 모든 것이 녹아버린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우리 아닌가. 돈 앞에 모두 녹아버린 협동성, 공공성, 평등, 정의, 신뢰감, 효성심 등의 가치는 칼뱅이 의식하지 못한 것들이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과 박근혜씨가 고민해야 할 가치가 아닐까?

그들 이명박과 박근혜씨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대통령이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문제일 뿐이다. 르몽드지는 "박 후보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무거운 유산을 극복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그것은 그가 짊어진 역사적 부채를 적시한 것이다. 또 이 신문은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이중적 유산이 박 후보를 괴롭히고 있지만 사실상 박 후보도 이 시대의 희생자였다."면서 홀로서기를 강조하였다. 그 독립을 국민들로부터 공증받지 못하면 어머니 육영수씨의 죽음과 이후 박근혜 후보의 영부인행보와 더더욱 박정희대통령의 죽음 이후 전두환보안사령관으로부터 6억에 대한 지원 등은 끊임없는 쟁점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박정희만큼 희망과 풍요를 보장해 준 대통령은 없었다. 그 후광을 입은 딸 박근혜후보가 보여줬던 15년간의 정치적 역할의 지향점이 그의 아버지가 보여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당신의 아버지 박정희가 산업구조를 재벌위주로 잘못 정착시키고 반대목소리를 낸 사람들의 존엄한 인권과 자유를 강탈해 잔인하게 탄압하고 수도 없이 죽음의 파멸로 몬 것을 오늘의 인권의 시대분위기에 맞게 존중하지 않는다면 신뢰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다.

더더욱 그 '금권의 힘'이라는 잣대가 존재하는 현실 앞에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고 힘주어 강조한 그들의 자충수를 발견하니 씁쓸하다. 안타깝게도 그들에겐 오직 현재만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마저 경제적으로 배만 부르는 것이 행복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소망이다. 적어도 이 나라의 대통령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자. 우리가 믿지 못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반성하고 사죄를 보였더라도 그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누구를 위한 입법활동과 누구를 위해 정치적 역할을 했는지를 주목하자. 노무현정부 초기 추진된 사립학교법개정과 관련해 박근혜국회의원이 어떻게 했는지 보면 명백하지 않은가.

우리에게 자율적인 시민의식이 넘쳐나는 민주적 현실은 아직은 멀다. 우리는 너무 간편하고 실속 중심으로 생각하는 관성에 묶여버린 지 오래다. 조금만 앞뒤를 따져보고 입체적인 사고를 하면 합리적인 결론이 나올 텐데 대중들은 일종의 '귀찮니즘'에 빠져있다. 우리 앞에 가장 시급한 해결책은 이것이다. 문제를 접했을 때 본질과 현상을 구분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 망각이 빠르다. 그것은 알맹이보다는 껍데기에 매달리고 있는 교육의 책임이 크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세상살이에서 필요한 요령이 일치할 때 대한민국은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부조리한 모순을 해결하지 않은 채 '독재자의 딸'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것 자체를 놀라워하고 있는 외국인의 시선 앞에 우리는 아무런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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