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떨어져 있음으로 인해 하나 됨을 추억하다

누군가를 가장 사랑하는지 알고 싶다면 멀리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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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faithmyth)등록 2012.12.17 09:05
작년 12월 21일부터 30일까지, 뉴욕으로 열흘간 출장을 다녀왔다. 연휴에다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겹쳐서인지, 일을 하러 가는 것이긴 했지만 사뭇 들뜬 마음을 가누기 힘들었다. 학부생이었을 때 겨울 방학 동안 잠깐 다녀온 것이 마지막이었던 '크리스마스의 뉴욕'은, 20대 후반의 필자에게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탈출인 동시에 새로운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는 듯한 곳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오랜만에 찾아왔던 사랑과도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타오위안 국제공항 내부의 장식물 겹겹이 쌓여진 '종이 초'에 사람들이 저마다 정성스럽게 소원을 적어 둔 것이 보였다. ⓒ 유수연


누군가를 가장 사랑하는지 알고 싶다면 멀리 여행을 떠나라고 했던가. 비행기에 오르면서 그 말에 다시 한 번 격하게 공감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초등학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대만에 하루 동안 체류하려고 타이베이의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내렸을 때, 핑크색 빛깔의 크리스마스트리 형태로 만들어 놓은 장식물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자신의 소원을 적어 초 형태로 돌돌 말아 세워 놓은 것들이 한 층 한 층 쌓여 있었다. 필자 역시 소원을 정성스럽게 적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종이 초' 사이에 세워 두었는데, 나와 우리 가족이 하는 일이 모두 잘되고, 내가 그 당시 좋아했던 사람이 힘겨운 시간을 잘 극복해내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첼시 스트리트의 드림 다운타운에 머물다 

하루 동안 타이베이에 머물며 초등학교 친구를 만난 후, 다음 날 뉴욕 행 비행기에 올랐다. 열흘간 머물렀던 곳은 첼시 스트리트(Chelsea Street)에 있는 드림 다운타운(Dream Downtown) 호텔이었다. Ph-D라는 루프 탑 바(roof top bar)가 유명한 곳이었는데, 번화가에 위치한 곳답게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이 많이 모여 파티를 하는 곳이었다. 한 겨울에도 수영장 물은 채워 두었는데, 부띠끄 호텔답게 경관이 매우 세련되어 여름에 오면 꼭 이용하고 싶었다.

드림 다운타운 호텔 외부의 수영장 한 겨울에도 수영장 물은 채워져 있었고, 날씨만 아니었다면 꼭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멋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 유수연


드림 다운타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방 내부의 디자인이었다. 마지막으로 뉴욕을 방문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이 MOMA(Museum of Modern Art)였듯, 필자는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은데, 뉴욕은 모든 모던 아트의 요소들이 결집되어 있는 곳 답게 곳곳의 디자인이 눈을 즐겁게 했다.

드림 다운타운 호텔의 싱글 룸 내부 부띠끄 호텔답게 방 안의 디자인이 화려하고 세련되었다. ⓒ 유수연


다만, 열흘간 묵어야 하는 곳에서도 일 때문에 정신없이 보내야 한다는 것과, 정말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사뭇 안타까웠다. 하지만 다행히도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으로 실시간으로 연락을 할 수 있었기에,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는 허전함은 그나마 덜했다. 새삼 디지털 기기들의 발달에 감사함을 느꼈던 것도 물론이다.

출장의 피곤함을 달래주었던 첼시 마켓의 컵 케잌 샾

세계 무역 센터(World Trade Center) 근처에서 일과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며, 근처에 있는 첼시 마켓(Chelsea Market)에 들러 윈도우 쇼핑을 하는 것이 열흘간의 큰 즐거움이었다. 연휴 기간이긴 했지만 미팅이 계속 잡혀 있었고 한국으로 보고도 해야 했기에 마음이 그다지 여유로울 수 없었는데, 첼시 마켓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사람들의 들뜬 마음을 느끼며 마켓을 돌아보는 것이 퇴근길의 유일한 낙이었다.

첼시 마켓의 컵 케잌 샾 엘레니스 고단한 출장 일정 속에서도 필자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첼시 마켓 내부의 컵 케잌 샾의 모습. ⓒ 유수연


그 중에서도 필자가 평소에 좋아하는 컵케잌 샾과 베이커리를 둘러보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아직까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예쁘게 포장된 케잌들과 과자로 만든 집을 보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과자로 만든 집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과자로 만든 집. 첼시 마켓 내부의 어느 베이커리에 장식된 것이다. ⓒ 유수연


따뜻한 날씨 속에 뉴욕 거리를 몇 시간이고 거닐다

크리스마스 당일, 모두가 다 쉬는 날인지라 필자에게도 하루 동안의 꽉 찬 휴일이 주어졌다. 다행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뉴욕 여행을 온 후배를 만났기에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것에는 비할 바 없었겠지만 말이다.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였는지, 평소에는 눈길도 많이 주지 않았던 모금함에 기부도 하고, 타임 스퀘어를 돌아다니며 즐거운 분위기 속에 사람들 사이를 거닐었다. 날씨가 이상하게도 따뜻했던 지라, 세 시간 이상 거리를 걸어 다니고도 몸이 춥지 않았다. 아마 '다음에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타임 스퀘어 근처의 나인 웨스트 매장 핑크빛 조명이 아름답다. ⓒ 유수연


어느 악기 매장의 바이올린 핑크색 색상과 그 위에 그려진 나비들이 너무 예뻐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던 바이올린. ⓒ 유수연


NYU 부근을 둘러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서울로 돌아오다 

서울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 날, NYU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학교 동창을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도서관 내부에는 처음 들어가 봤는데, 새삼 대학생이었던 시절이 그리워졌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는 것이 정말 안타까운 일인데, 그것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듯싶다. 보다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 타국에서 책들과 씨름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NYU 중앙 도서관 내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 유수연


떨어져 있었을 때의 추억 또한, 이별 후에도 소중하다

열흘간의 뉴욕 체류 기간 동안, 실은 많은 곳을 보고 즐기지는 못했다.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 때문에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러 간 것이었기에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의미로 다가왔던 것은, 역시 사람은 가까운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 봐야 그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뉴욕 출장 기간 동안 그 소중함을 몸소 느꼈던 사람과 지금은 헤어졌지만, 이별 후에도 그 순간의 설렘 들은 추억으로 남았다. 어찌 보면 연인이 되고 또 헤어지는 것에도 다 정해진 수순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을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 이해하려고 하지만, 그 마음이 퇴색되어 갈 때에는 이해가 오해에 밀려 사랑하는 마음을 희석시키니 말이다.

실은 아직까지도 그 사람과의 오해는 풀지 못했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모든 오해의 불씨가 사그라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제는 겨울의 차가운 기운을 막으려 닫혀 있는 마음을 녹여줄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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