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동자계급과 서민들은 문재인에게 투표해야 하는가!

검토 완료

안철환(independer)등록 2012.12.18 14:30

빨갛게 목도리 두른 박근혜후보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2112214058220612&outlink=1 ⓒ 안철환


빨갛게 피멍든 김소연후보 http://www.ilyo.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681 ⓒ 안철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선 후보들은 선물 보따리 싸들고 싼타를 맞이하라 한다. 그 사이 선물 보따리 없는 두 노동자 후보들은 힘겹다. 심지어 노동자 후보 김소연은 최소 두차례에 걸쳐 경찰과 용역깡패들에게 폭행당했다. 이 나라 대통령 후보의 뺨에 시퍼런 멍이 들었는데도 주요언론에서는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

이정희가 사퇴했다. 박근혜가 일본의 전범 기시 노부스케에게 훈장을 수여한 다카키 마사오의 딸이며, 엄청난 재산을 재벌들에게서 수여받았으면서도 세금 한 번 내지 않은, 이 시대의 진정한 '유신공주'라는 것을 속 시원히 낱낱이 밝힌 이정희가, '정권교체를 실현'해서 '절망을 끝내겠습니다. 진보의 미래를 열겠습니다.'고 하며 사퇴했다. 하지만 이정희가 말한 것처럼 '정권교체'로 '절망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보의 미래를 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현재 예상 가능한 가장 최악의 사태만을 피할 수 있을 뿐이다.

문재인으로 '정권교체'를 하더라도 노동계급과 서민들의 삶이 달라질 건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문재인은 노동계급을 공격하고, 최소한의 저항으로 서민들의 고혈을 쥐어짜낼 방법을 찾는다.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이라크 파병 등은 문재인이 민정수석으로 있던 노무현 정부시절 추진된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참여정부는 총체적으로 성공한 정권"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이 내세우는 '사회적 대타협론'은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된 '노동자 죽이기론'이다. 이전에도 똑같이 사회적 대타협을 내세웠던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에서 전체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힘들었다. 문재인은 "기업주들만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임금 피크제 도입, 임금 인상 자제 등 일정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고통의 분담"이 뜻하는 구체적 내용은 "대기업 정규직이 임금을 양보하면 일자리도 늘고 비정규직도 준다"는 논리다.

이전 IMF 때 김대중 정부도 같은 논리를 피며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했다. 그러나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은 늘었다. 노무현 정부 때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는 것은 박근혜가 문재인을 비판하는 핵심 사실 중 하나다. 결국 문재인의 논리는 고통의 원인을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전가시켜, 노동자를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서로 분열시키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문재인은 분명 자본가계급에겐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노동계급에겐 적이다. 하지만 노동계급은 이번 선거에서 최악의 적보다는 더 편한 적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박근혜는 이번 선거를 통해 '보수 대연합'을 거의 완성시켰다. 유신시대 김종필을 필두로, 이회창, 심대평, 이인제, 친이계의 이재오, 심지어 구 김대중정권의 수족이었던 한화갑, 한광옥, 김경재, 그리고 김영삼까지 보수층 대부분이 지지선언을 하며 박근혜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99%에 대항해 1%를 집결시켰다. 박근혜는 단결된 보수 자본가계급의 힘으로 노동계급과 서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올해 육군사관학교에서 전두환이 육사생도 사열을 받은 것은 5공세력까지 정치 전면에 등장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와 서민의 권리를 전투적으로 주장하는 두 노동자 후보들의 노동자 대표성은 너무 약하다. 김소연후보를 몇 몇 선진노동자들이 지지하고 있고, 김순자 후보 역시 그렇다. 이 둘은 선거 완주를 목표로 했고, 노동자 정치 지도자들의 분열을 '완주'하며 보여주었다.

지금 기층 노동계급은,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더욱 분열하고 조급증에 빠져있는 일부 정치 지도자들과는 달리 나약하지 않다. 이미 SJM 연대투쟁의 승리에서, 적들의 지속적 탄압에도 굳건히 버티는 쌍용차투쟁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국적 총파업에서, 현대차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투쟁에서, 자신들의 힘을 축적해가고 있다. 약하고 연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층 노동자들이 아니라, 노동자 계급의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다. 한편으로 폼 나게 의회에 발 들여놓은 통합진보당이 있고, 한편으로 '선거완주'를 하며 자기 목소리를 폼 나게 내보고 싶은 일부 조급한 선진노동자들이 있다.

이럴 때 노동계급과 서민들은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분열 앞에 안타까워하며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보이콧이라도 할까? 아니! 그런 것은 건방지게 정치에 관여하지 말고 입 닥치고 있으라는 자본가의 논리에 놀아나는 짓이다.

지금 노동계급과 서민은 문재인에게 투표해야 한다! 일단 최악을 피하라! 좀 더 편한 적을 선택하라! 아래로부터 연대하고 다가올 투쟁을 위해 힘을 축적하라!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