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콜라보레이션을 지지합니다.

YB와 리쌍의 합동공연 '닥치고 공연' 기자간담회 및 신곡 발표회 이후의 단상

검토 완료

김수민(kimsoomin)등록 2012.12.24 20:18
# 그들의 의기투합은 뜻밖이 아니다

"단독공연과 달리 합동공연인 닥공은 아무래도 좀 힘들지 않나요?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에서요."
"형님들은 저희조차 몰랐던 걸 끌어내주시고, 좋은 에너지를 이끌어내 주시기도 해요. 그래서 원래 리쌍 공연에는 없는 색다른 모습을 합동공연에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리쌍의 길이 대답했다. 지난 4일 있었던 YB와의 합동 콘서트 '닥치고 공연' 기자 간담회 및 신곡 쇼케이스 자리에서였다.

사실 질문은 그렇게 적절하지 않았다. 리쌍에게 다른 가수와의 합동공연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것은 사실 박진영에게 공기를 넣어 노래부르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거나 워렌버핏에게 투자가 어렵지 않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굳이 물어보고자 했다면 "이미 장르를 불문한 아티스트들과 수없는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온 리쌍으로서 YB와의 호흡은 어땠고,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가 더 맞다.

지난 4일 콜라보레이션콘서트 '닥치고 공연' 기자간담회 및 신곡 쇼케이스 자리에서두 팀의 합작품이 공개되었다. ⓒ 쇼노트


# 콜라보레이션 작업설명서

리쌍과 YB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많은 기사들이 이것을 뜻밖의 신기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힙합과 록이라는 전혀 다른 장르 가수임에도 공동 작업을 진행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사실 두 팀은 이미 이종장르간 콜라보레이션에 정통한 팀들로 매 곡, 매 앨범마다 장르를 초월하는 합동작품을 만들어내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받아왔다. 또한 두 팀은 서로 다른 장르에 몸담고 있지만 추구하는 바, 즉 스피릿(spirit)이 같은 팀이다. 이들은 한 장르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신의 장르를 기본으로 다양한 장르와의 만남을 시도하며 '리쌍표 힙합' 혹은 'YB식 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리쌍의 경우 앨범을 낼 때마다 다양한 장르에서 파견된 '지원군'들이 빽빽히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다. 윈디시티(Windy City), 정인, 비지(Bizzy)는 물론이고 백지영, 루시드 폴, 이적 등 감미로운 보이스의 아티스트들과 YB, 국가스텐과 같은 청량감을 주는 로커들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단순 조력자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곡을, 앨범을 동등하게 책임져주었다. 각자 주력하는 장르의 특징을 녹여내자 앨범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콜라보레이션만이 다가 아니다. 리쌍 스스로도 한 장르에만 고집스럽게 머무는 팀이 아니다. 단적으로 가장 최근에 발표된 8집 앨범만 봐도 그렇다. 미디나 신스사운드를 배제하고 힙합과 대척점에 있던 밴드 세션을 적극적으로 끌어왔다. 오르간, 브라스, 기타와 젬베가 등장한다. 리쌍 특유의 진솔한 가사로 대중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음유시인적인 면모는 유지되었으나 장르에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았다.

두 팀은 이종장르간 콜라보레이션에 정통한 팀들로 장르를 초월하는 합동작품으로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받아왔다. ⓒ 쇼노트


YB의 콜라보레이션 역사는 리쌍보다 넓고 깊고 위대하다. 킹스턴 루디스카와 같은 스카밴드를 비롯해, 갤럭시 익스프레스, 톡식, 한상원 밴드, 싸이, 장기하, 이소라, 이문세 등 열거하기 숨가쁠 정도이다. MBC '나는 가수다'를 애청했다면 눈치챘겠지만 연주자들과의 크로스오버도 활발하다. 이번 쇼케이스에서도 팝 바이올리니스트 손수경이 지원사격에 나서줬다. 최고한번 찍을 수 있겠다 싶으면 장르불문 섭외되었다.

YB 역시 단순 콜라보레이션으로 끝날 수도 있는 작업을 록을 넘어선 새로운 표현력를 창조하는 데까지 확장시켰다. YB가 정통록에 안주하는 스타일이었다면 결코 지금과 같은 명성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

YB와 리쌍이 주력 장르에 안주했다면 지금과 같은 명성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 ⓒ 쇼노트


# 서로에게 휘말리는 음악들에 대한 적극적인 변호

두 팀의 이런 행보를 만만치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보사노바풍이 나왔다가, 하우스 음악이 나왔다, 이번엔 가스펠 사운드니 도무지 어지러워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통일성은 유지되었다. 장르를 초월한 실험이 결코 그들의 음악적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해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토로하는 듯한 리쌍 길의 짙은 보컬과,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가사로 듣는 사람들의 가사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개리의 랩은 그 강렬함에 있어서는 초창기 리쌍에 비해 덜할 수 있으나 분명히 유지되고 있다. 이 점이 확인되기에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리쌍의 골수팬들까지 여전히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은 희석되었다"고 질타한다. 다른 장르에게 합당한 공간과 분량을 내어주기 위해 원래 장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 그것이 초창기 모습을 사랑했던 팬들에겐 더할수 없는 배신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했던 윤도현의 강력한 보컬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자 어떤 이들은 "윤도현이 나태해졌다"며 등을 돌렸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희석이 아닌, 일차적으로 공동작업에 대한 기본 매너이자 궁극적으로 접점을 넓혀 관객과 더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간주되야 한다. 콜라보레이션에서는 누가 먼저 제의를 했다던지, 누가 더 선배라던지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그러면 먼저 제안한 사람은 두 소절 더 많이 부르고, 나이가 더 많으면 두 옥타브 더 높게 부를 것인가? 공동작업은 어느 한 쪽이 주도하거나 지배하는 것이 아닌 조화가 최우선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래퍼 혹은 록커를 성대차력사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빨리 많이 말하거나, 크고 높게 부르는 것이 다인양 여기는 태세다. 어느 아티스트도 대중과 영원한 평행선을 걷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윤도현조차 일전에 "우리하고는 '너무 다르며 너무 특별해서 범접할 수 없는 느낌'보다는 '같이 어우러지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대중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관객에게 하고싶은 말을 들려줄 수 있을 수준의 친밀감 정도 심어주는 게 나쁘지는 않지 않는가? 합동공연은 그 부분에 있어서 분명히 힘이 센 방법이다.

콜라보레이션은 접점을 넓혀 관객과 더 소통하려는 노력이며 이 과정에서 공동작업에 대한 기본매너가 수반되야 한다. ⓒ 쇼노트


# "망설이지마 오늘은 너를 위한 노랠 불러 줄거야 주저하지마" (신곡 'Mad Man' 가사 중)

쇼케이스에는 유난히 여성 관객이 많았다. 물론 개리는 개의치 않고 물을 뿌려댔지만 관객석에 뛰어들 마음은 먹지도 못했을 것이다.

확실히 리쌍은 허니 패밀리 시절의 빈티지하고 헝그리한 이미지를 벗었다. 이에 실망하는 초창기 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개리는 말한다. "좋거나 싫거나 해가 뜨거나 지거나 어쨌든 우린 변화 속에 살아야 한다"고.

변화는 필연적으로 뒤에 남는 것과 앞을 선도하는 것을 만든다. 어느 날엔가 극심한 변화의 태풍이 휘몰아친 후, 내가 고집스럽게 달려온 길에서 텅 빈 공허함을 앓게 될 때 내가 다른 방향의 노력을 시도해 보지도 않았다는 말은 스스로에게 너무도 불행하지 않는가.

"헤드뱅잉하는데 머리가 없어서 도현형님이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렇다. 그들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끼워입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기자는 쇼케이스에서 확인하였다. 리쌍의 감수성, YB의 에너지 그 어떤 것도 더 미약하거나 건조해지지 않았다. 그들은 변화에 맞추어 그들이 할 수 있는, 그리고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에 대해 기회를 열어두고 관객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자 한다. 뮤지션이 음악적 표현의 폭을 넓히고, 서정성을 배가하기 위해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양심적으로 문제되지 않을 액션을 취하는 것은 옳은 행동이다. 그리고 뛰어난 재능의 아티스트들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같은 때에 콜라보레이션은 가장 좋은 툴이 된다.

물론 콜라보레이션을 '절대진리 닥치고 찬양'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진위의 문제가 아니기때문이다. 내 음악이 주어진 테두리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에 힘쓸 것인지, 아니면 아티스트로서 창작과, 실험과, 조화와 행위를 즐길 것인지, 혹은 이번에 그랬더라도 다음 곡에서는 그러지 않을지에 관한 취향의 문제다.

따라서 같은 논리를 성립시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절대진리 닥치고 콜라보레이션 지양' 또한 없다고. 다시 한번, 그것은 진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보노플로우(Bonoflow)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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