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있으나 열매 없는 나무

아주대학교 총학생회 '아주나무'의 임기가 끝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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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fortruth)등록 2012.12.20 12:10
지난 9월 18일 아주나무 총학(총학생회)은 성호대교 앞에서 '아낌없이 주는 날'을 개최했다. 그 행사에선 학생증을 제시한 학우들에게 휴대폰 케이스, 컵라면, 바디클렌져 등을 제공했다. 총학은 행사에 대한 일정과 장소 등을 학우들에게 아주나무 페이스북, 아주존, 아좋사('아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를 통해 공지했다. 총학은 페이스북을 통해 'T익스프레스만큼' 줄이 길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학우들이 참여해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반면, 바로 다음 날에 있었던 전학대회(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학우들에게 장소조차 공지하지 않았으며 학생대표자들을 제외한 일반학우는 6명이 참가했다. '아낌없이 주는 날'과는 대비되는 양상이었다. 이 날 전학대회에선 사회대 학생회 회계 부정에 대한 후속조치, 감사위원회 관련 회칙개정, 총학생회 집행부 인준 등 학내 주요사안들이 논의됐다.

지난달 8일 펀드문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보고회가 열렸다. 2007년 학교의 결산서에 따르면 학교가 학생과 학내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50%이상 등록금으로 구성된 유동자금을 펀드에 투자한 것이 밝혀졌다. 또한 기존에 알려진 49개의 불법펀드 이외에 28개의 펀드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생들의 동의없이 우리의 등록금으로 구성된 유동자금이 펀드 투자에 쓰이고 있으나 총학은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뿐만아니라 지난 6월 일방적으로 공간이동이 결정된 소리바람과 하늘음표에 대한 공간문제와 불분명한 공간회칙에 대한 문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양처보는 위나라 사신으로 다녀오는 길에 노나라 객주에서 하루를 묵는다. 객주 주인은 양처보의 당당한 모습과 명성에 반해 그를 따라 나섰으나 집을 떠난 지 이틀 만에 집에 돌아왔다. 아내가 이유를 묻자, 객주 주인은 "그는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으며 그를 따라갔다가는 재앙을 당할 것이 두려워 그냥 돌아온 것이오"라고 말했다. 이는 화려한 꽃이 피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식물처럼 겉모습에 비해 실속이 없는 상황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인 '화이부실(華而不實)'의 유래다.

지난달 5일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강연회에서 총학생회장 박유현 학우는 아주나무 총학을 역대 최고의 총학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학우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날' 그리고 사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학우들에게 여러 혜택을 돌려주며 화려한 꽃을 피웠던 아주나무는 과연 학우들을 위해 튼실한 열매를 맺었는지 일 년을 돌아보길 바란다.

아주나무의 뒤를 이어 학우들과 함께 나아갈 총학은 학우들을 위해 화려한 꽃뿐만이 아니라 열매도 함께 얻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아주대학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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