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고 해라

돈없이 무작정 귀농한 우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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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1001dongan)등록 2012.12.25 09:20
귀농에 대해서 많은 분들과 상담(?)을 해오면서 가장 절실히 느낀것이
사람들이 참 자기 자신을 모른다... 하는 겁니다.
자기 성향이 어떤지, 능력이 어떤지, 바라는게 뭔지도 모르고 막연히 이러저러한 이유로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 합니다.

1. 부디 자기 자신부터 좀 아세요~
2. 그런 다음에 시골에 내려가서 살 형태 즉, 귀농이냐 귀촌이냐 귀어냐를 정하세요.

그래야 자기가 선택한 삶을 사는데에 환경과는 어떻게 조율해가며 세부적인 선택을 할 것인지가 나오는건데
본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알아보고만 계시니 답은 없고 조언만 난무합니다.

3. 환경에 끌려가지말고 내 선택과 환경을 조율하고, 부족하면 개척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자기 자신이고
자기 삶을 설계하는데에 환경은 말그대로 환경일 뿐인데
내 삶의 선택에 환경을 맞추기 보다는 대부분 환경에 맞춰서 내 방향을 바꿉니다.
내 인생이 외부조건에 맞춰 끌려다녀야 할 정도로 가치없는 것입니까?



저희 부부는...

게으릅니다.
굳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아이도 없고, 적금도 없고, 보험도 없고...
그저 우리 두 입 먹고살 정도만 되면 자전거여행이나 살살 다니면서 노닥노닥 살고싶습니다.
바다는 좋아하지만 바닷가 마을에서 살 생각은 없습니다.
자전거로 한두시간 거리에 바다가 있는 따뜻한 남쪽지역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귀농을 하기로 했고 지역은 여행하면서 봐둔 전남 장흥으로 결정했지요.

근데 저희 부부가 가진 환경의 문제가 돈이 없습니다.
시골에 내려와서 집 사고 땅 살 돈이 없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그 부족한 환경의 문제를 개척하기로 했습니다.
무작정 내려와서 빈집을 얻고 땅을 얻어보기로 한 것이지요.
빈집을 구할 동안은 어디 산중턱에 텐트라도 치고 묵을 결심으로
자전거 트레일러에 텐트와 침낭 등 야영장비를 챙겨서 내려왔습니다.

물론 과정에 실패라면 실패도 있습니다.
조력자를 자청하는 엉뚱한 사람을 만나 몇개월 마음고생, 몸고생을 하기도 했고
이 마을 저 마을 두 달 동안을 빈집 구하러 다녀도 소득이 없었고
따뜻한 남쪽인 줄 알았는데 장흥의 바람은 무지막지합니다 ㅡ.ㅡ;;

그래도 어찌어찌 빈집을 얻고, 땅을 얻고
다들 그렇게 하고싶어 하시는 귀농을 했다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귀농해서 사는데에 힘든 점도 있습니다.
아직도 서울에서부터 있던 대출금 갚느라 내신랑은 막노동을 하며 돈을 벌어야하고
늦게 마을에 정착한 탓에 밭농사도 올해 처음 지어보게 되어서
자전거여행은 커녕 뒷산도 한 번 못 올라가봤지만
우리가 선택한 길을 가고 있기에 행복합니다.

@MOV@

환경 중에서 우리 모두에게 공통된 환경 하나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농업으로 돈벌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그것까지 감안하셔서
내 성향과 능력과 바램에 귀농이 맞는지 귀촌이 맞는지 귀어가 맞는지부터 정하세요.
그리고 나서 세부적인 문제들도 하나씩 생각해서
포기할건 포기하고, 개척할 건 개척할 각오를 하면서 설계해 보세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본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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