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한 시간, 소금은 그만 치시길.

민주당에 경고합니다.

검토 완료

유종열(savageryu)등록 2012.12.25 15:42
18대 대선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습니다.
70%가 넘는 높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100만 이상의 표차로 패배한 것을 놓고 사람들 사이에 말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분명 기대가 컸던 것만큼, 결과에 대한 충격이 큰 때문일 겁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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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신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멘붕'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이렇게 실감한 적이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유리할 거라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은, 막상 개표가 진행되면서 그나마 갖고 있던 기대를 산산이 부수는 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거기에 전보다 높았다는 2, 30대의 투표 참여 역시 같은 효과를 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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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하셨고, 그에 따른 '세대 간 대결구도'가 보였다는 등 별의별 분석이 나돕니다. 그 많은 분석들의 내용은 어쨌든지 간에, 사람들의 충격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 분노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보편적 복지의 대표적인 예인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하자는 얘기는, 아마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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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극단적일 수 있는 그런 발언을 하는 아픈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고 싶은 심정 역시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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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발언하겠다며 교수직을 내던진 분이,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닌, 위로받기 위해서' 프리허그를 하신다는 모습은 '눈물겹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위로는 누군가 누군가에게 보내는 것일 수도,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것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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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는 이도, 아직 분노를 삭이지 못한 이도, 결과에 환호하는 이도 있을 겁니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지난 이명박 정권 5년이 아닌, 꽤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반성하며 평가하게 하는, 양측 모두에게 질 수 없고 기대가 큰 선거였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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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먼저 언급한 이번 선거에 대한 평가와 전망 같은 것을 이 글에 굳이 담아낼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선거 과정에서부터 그에 대한 논의는 계속 있어왔고, 그런 논의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절대 질 수 없다는 절박한 원인이기도 했으니까요. 주어진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도 제 의도는 아닙니다. '부정선거'라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긴 합니다만, 제게는 그것을 의심하거나 확인할만한 아무런 정보도 없고, 그럴 능력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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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박근혜 후보의 당선에 환호하며 더욱 큰 기대를 갖는 이들에게는 축하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를 선택하지 않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그들 모두로부터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아마 그런 사람이 저 하나만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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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유행하는 말로, 우리들 사이에 지금은 '힐링'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개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실망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일 시기가 아닌가 말이죠. 그래야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기다리고,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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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렇게 우리 모두에게 힐링이 필요한 지금, 제게는 무척이나 우려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서로를 보듬고 토닥이며 위로해서 다시 현실에 발 디디고 살아갈 용기를 얻고자 하는 이 시기, 그 상처에 제발 소금만은 뿌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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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문재인 후보는 '민주통합당 만의' 후보가 아닌 시민의 후보이기를 자임했습니다. 지금도 남아있는 문 후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민주캠프', '시민캠프', '미래캠프'라는 세 가지 구분이 남아있습니다. 그분의 유세를 직접 본 적은 아쉽게도 없습니다만, 매체를 통해 전해진 유세에서 그런 언급을 수 차례 하신 것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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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TV광고를 보면 포격당한 연평도부터, 파업으로 오랜 기간 불방한 '무한도전', 대기업에 살아갈 동력을 잃은 '골목상권'까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프고 괴로운 현실들이 수차례 언급되었습니다. 그 아픔을 대변하고, 치유할 것을 자임하는, 말 그대로 '시민들의 현실'을 바꿀 사람으로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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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지적하셨던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는 정치인의 역할보다는 지금껏 정치영역 외부에 존재했던 이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정치인들을 앞세우는 것보다 그런 분들 한분, 한분의 진심어린 말씀이 오히려 더욱 효과적이었다는 것이 저만의 평가는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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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기본적으로는 민주통합당 후보임이 틀림이 없는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전 후보를 비롯한 그를 지원하는 수많은 이들의 힘으로 단순한 '민주통합당만의' 후보는 아닐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부족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정 정도 특정 정당 후보의 지위를 넘어섰다고 느꼈던 것은 비단 저만이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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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 많은 사람들이 갖는 슬픔과 상처는 바로 그런 점에서 연유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당'을 지지해서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보다, 아마 그 사람의 품성이나 행적을 더욱 중요한 근거로 생각한 사람, '민주당'이라는 그의 소속보다는 그가 살아온 바와 이루겠다 말한 바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 이가 적다고는 할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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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처럼, 이번 선거는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싸움이라 단순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래와 과거, 노무현과 박정희 등 많은 대결구도를 언급합니다만, 민주당과 새누리당 만의 싸움이었다는 이야기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을 보면 더욱 그 판단에 무게가 실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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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민주당만의 후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패배 이후 사람들이 스스로 시작한 '상처 보듬기'를 가장 훼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민주당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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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했으니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그에 매진해야 함은 물론 당연한 수순일 겁니다. 문재인 후보 스스로 언급했듯, 힘겹게 모아진 정권교체의 희망은 집결된 보수의 힘을 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일도 아닙니다. 다시 일어서서 새로운 대안과 희망을 꿈꾸고 만들어나가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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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당연한 과정은 상처를 더 크게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는 절대 안될 것입니다. 마음을 모아 '정권교체'를 희망하고, 그를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했던 시민들마저 스스로 진정하고, 먼저 서로를 위로하자는 공감대를 이루어나가고 있는데 민주당 안에서는 별의별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무척 볼썽사납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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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후보의 지역구에서조차 이기지 못했다며 책임을 묻자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의 의원과 지자체장 중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아니, 경기 지역에서마저 패배하고 말았는데 과연 지금의 민주당 의원 중 몇이나 배지를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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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의 선태의 원칙이야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문재인 후보가 '친노'라서 지지한 것도 그가 그 '친노'의 그늘을 벗어나겠다 해서 지지한 것도 아닙니다. '존경할 만한' 삶을 살아왔고, 그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밑그림이 상대 후보보다 '낫다.'라고 판단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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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의 잡음까지 언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라는 집단은 선거에 그리 도움이 되질 않았습니다. 지지난 대선 시의 후단협의 인상을 준 사람들마저 있었습니다.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친노, 비노, 반노를 떠나서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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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민주당'의 시대적 소명이 끝났다는 말마저 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어내기 위해 모인 많은 이들의 중심에는 후보와 함께 당연히 민주당이 있습니다. 민주당에 가장 큰 책임이 부여되는 것, 그리고 평가를 통해 가장 변화해야 하는 것이 민주당임은 분명 자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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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를 위해 마음을 모았던 사람들 대부분은 서로를 위로하며 다시 일어서자 말합니다. 일부의 분노한 마음을 이해하며, 그들을 다독이고자 노력합니다. 여기에는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자칭하는 분마저 함께 합니다. 그리고 다른 건 모르겠지만, 문재인 후보는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주어진 소명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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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가지입니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 위로하며 미래를 기약하고 다시 일어서려 합니다.
민주당이 선거 과정에서의 역할을 잘 했는지, 시대적 소명이 끝났는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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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주당 내부의 싸움소리가 더 크게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상처는 치유되기는커녕 더 커질 것임을,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더욱 빠르게 민주당으로부터 멀어져 갈 것임을 경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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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하고 반성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당내 권력을 위한 저열한 싸움이 아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정권교체를 희망했던 1천4백만이 넘는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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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기간, 온 힘을 다해 노력한 문재인 후보와 그 분의 지지자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정권교체와 새로운 변화의 시대가 올 것을 꿈꿀 수 있어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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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아픈 마음을 추슬러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우리 모두를 위해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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