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준비 할 필요 없다.

검토 완료

조현진(1001dongan)등록 2012.12.25 19:04
제목이 다소 자극적인가요?

근래에 귀농귀촌관련 카페를 하게 되면서
저는 이제야 귀농귀촌관련 글들을 많이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하나같이 철저한 귀농준비를 강조하더군요.

제가 읽은 글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구절이
"귀농을 하면 삶의 방식뿐만 아니라 가치관이 바뀌므로..."라는 겁니다.

이전에 제가 쓴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귀농을 해서 가치관이 바뀌는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귀농하는 겁니다.

예전에 IMF 사태 때는 그랬다고 하더군요.
자기의 가치관과는 상관없이 도시에서 이래저래 밀려난 사람들이 농사 짓자고 시골로 밀려들었다고..,
그랬다가 거의가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갔지요...
아직도 그때의 상처가 남아 귀농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않은 마을도 있습니다.

물론 가치관이 바뀌어서 아직도 농촌에서 잘 살고 계시는 경우도 있겠지만
귀농했다고 사람의 가치관이 바뀐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요즘의 귀농은 사정이 다릅니다.


▲ 출처 : 귀농,귀촌정책브리핑

도시에서 '밀려난' 분들은 아주 적고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귀농귀촌을 선택합니다.

이전 글에서
자기 자신을 잘 알고 귀농의 형태를 선택하시라 말씀드렸습니다.

시골에 내려와 사는 것을 통칭 '귀농'이라 하지만
거기엔 소농, 취농, 귀촌, 귀어의 다양한 형태가 존재합니다.
그러니 어떤 형태의 귀농을 하느냐, 귀향이냐 낯선 곳이냐에 따라 준비의 유무도, 정도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혼자 몸으로 빈 산골 집에 들어가 텃밭 일구고, 산에서 나물 뜯어 단순하게 '먹고살기'만 하는 사람에게
무슨 준비가 필요하겠습니까?

반면, 전남 장흥군에 귀농해서 표고버섯 농장을 하려는 사람은
돈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하고, 표고버섯 재배법도 배우는 등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희 부부는...
신랑이 어디선가 책자를 하나 받아왔는데,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보니
"먼저 작물을 정하고 그 작물에 적합한 곳으로 귀농지를 정하라"라고 되어있길래
책을 덮어버리고 다시는 귀농에 관한 글을 읽지않았답니다.
왜냐구요?
저희는 한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하여 판매수익을 올리는 농사가 목적이 아닌
자급자족하는 소농이 목적인데
게다가 농사경험도 전혀 없는데...
왜, 어떻게 작물을 정하지요?

또, 대부분의 귀농준비를 강조한 글에서 제일 중요한게 돈이더군요.
집을 사고, 땅을 사고, 기계를 사고, 시설을 갖추고...
저희는 그런거 갖출 생각도 없고, 돈도 없는데
일단 도시에서 그 돈을 벌때까지 살아야 하는걸까요?

이처럼 뚜렷한 자기 가치관에 따른 귀농을 하게되면 귀농준비도 그에 맞게 하는 것이지
각종 귀농 관련 글들에 나오는 것처럼
천편일률적인 귀농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이야기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글을 참고로만 삼으시고
자기에게 맞는 귀농 형태를 선택하셔서 자기에게 필요한 귀농 준비만 하시면 훨씬 가벼우실 겁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본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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