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귀농, 우리 부부 이야기

검토 완료

조현진(1001dongan)등록 2012.12.27 10:16
귀농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글보다 실제 귀농하신 분들의 글을 보시길 권해요. 
물론, 만나서 실제 사는 것도 보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면서 얘기하면 더 좋겠지만 그러기 힘든데
검색해보면 저처럼 귀농에 대해서 글 쓰는 블로거들이 많이 계셔요.

몇일 전 귀농에 관한 전문가의 글을 읽다가 "무작정 귀농은 망한다"는 구절을 보고 헐...
저희야 아직 3년 밖에 안 된 사람들이니 망했다 안 망했다 하기도 빠르지만
무작정 귀농해서 안 망하고 잘 사시는 분들 제 주변에만도 많습니다. 

TV에서 보셨잖아요?
공지영 작가의 <지리산 행복학교> 다큐에서도 있었고, <인간극장> 등의 프로그램에서도 가끔 나와요.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저희 포함해서 제 주변에도 있습니다.



           ▲ 지리산 행복학교

 
그런데 왜 무작정 귀농에 대한 글은 보기 힘든걸까요? 

여러분은 '귀농' 생각이 있어도 실천하기 어려우시죠?
이것저것 고려해야할 게 너무 많으시죠?
그런데 대책없이 말그대로 '무작정'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이겠어요?
TV다큐에서 본 사람들도 좀 특이한 사람들이구나 생각 안드셨어요? 

네.. 글쓰는 농민블로거들은 대부분 취농하신 분들이고
무작정 귀농하는 분들은 이렇게 인터넷에서 글 쓰는 것도 안 하실 개성(?)의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얘기는 인터넷에서 보기 힘들죠.
그 특이한 '무작정 귀농인' 중에서 또 특이하게 블로거질을 하는 저 같은 사람도 있으니
제 얘기도 나름 괜찮은 간접경험이 되시지않을까... 싶습니다. 

 
                                            ▲ 곰배령 사람들

무작정 귀농 얘기가 나왔으니 오늘은 저희 부부의 이야기를 해드릴께요. 

저희는 귀농얘기 전에도 이미 특이한 부부입니다.
아내인 제가 신랑보다 연상인데... 나이 차이가... 띠동갑이니까;;
저는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데다 머리만 안 깎았지 수행하는 여인네라 재산이 없는 사람이고,
신랑은 고아로 자라 그럭저럭 자립해서 사는 가난한 청년이었답니다. 

어찌어찌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고
결혼 후 얘기를 나누다보니 둘 다 시골에서 살 꿈을 가지고 있더군요.
그래서 남들처럼 돈을 좀 모아서 내신랑이 40세가 되면 귀농을 하자고 약속했답니다. 

결혼했으니 좀 더 보수가 좋은 직장으로 옮기겠다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신랑과
신혼여행 겸 둘 다 좋아하는 자전거여행을 떠났고, 다니면서 이다음에 귀농할 장소로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며 다녔죠. 

@MOV@
                                               ▲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우리 부부의 여행모습 

여행 중 전남 장흥에 와서 의외의 고생을 하다가 그걸 계기로 여유있게 보니 지역이 마음에 들어서
귀농은 장흥으로 하기로 미리 결정 해 두었답니다. 
신랑이 다시 취업을 했는데 너무 힘들어하는거에요.
그래서 몇달만에 제가 그랬죠 "가자~" 

인수인계 후 퇴직, 그리고 일주일만에 다시 자전거에 야영장비를 달고 거처를 알아보러왔고
주변정리를 한 후 한달 뒤에는 짐을 싣고 이사를 했어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굽듯이... 

저는...
따뜻한 곳이 좋고,
자전거로 한두시간 이내에 바닷가가 있는,
산골짜기 외딴집에서,
최소한의 살림살이를 가지고,
둘이서 먹을 것만 가꾸면서 살고 싶은 꿈이 있었으나
신랑은...
광랜이 들어오는 곳이어야 한다는 유일한 바램이... ㅎㅎ 

@MOV@

지금 저희는 둘의 바램을 조율하여...
따뜻한 지방,
자전거로 한두시간 이내에 바닷가가 있는,
광랜이 들어오는 마을의 제일 꼭대기 집에서,
자급자족하고,
남는 것을 판매해서 세금이나 충당하는 소농을 '꿈꾸며' 살고 있답니다. 

저희는 텃밭을 가꿔본 적도 없고,
귀농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귀농 카페에 가입해본 적도 없이...
젊은 나이(내신랑만...;;)에 귀농정착자금도 없이 '무작정 귀농'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귀농도 있어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본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