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더 이상 ‘라이벌’이 의미 없는 이유

김연아, 스스로가 설계한 자신만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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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yunagoldmedal)등록 2013.01.02 08:12
스포츠에서 기록 경신만큼 자주 언급되는 관전 포인트는 바로 '라이벌'이다.

김연아 역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고, 올림픽에서 전무후무한 실력으로 챔피언의 자리에 등극 했어도 여전히 라이벌이란 말이 꼬리처럼 따라 다닌다.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김연아 ⓒ 김주현


사실 피겨스케이팅은 오로지 넘어지지 않고 점프만 성공해 챔피언의 자리에 등극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고난도의 기술을 선보여 좋은 점수를 얻는다 하여도 그 연결과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면 포디움의 맨 위에 설 수 없다. 정당한 판정 하에서라면 말이다.

피겨스케이팅이 그저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점프'만을 시험하는 스포츠라면 드레스가 아니라 연습복을 입고 제자리에서 점프 과제만 검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그래서 피겨스케이팅은 기록 보다는 주로 각 선수 별/대회 별 '작품'이 언급되는 편이다.
기준에 맞는 과제를 철저하게 수행하면서도, 그것이 결코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연기력'이 더해져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7분 간의 진심을 담은 외적/내적 표현으로 하여금 교감하는 종목이기에 선수들도 자신의 경기를 곧 연기라 칭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피겨스케이팅은 라이벌을 두고 점수 싸움을 벌이는 것 보다, 누가 가장 조화롭고 감동을 주는 연기를 소화해 냈는지 여부가 진정한 관전 포인트이다.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김연아 ⓒ 김주현


NBC 피겨스케이팅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캇 해밀턴은 범접할 수 없는 210점 이상의 단계가 곧 김연아라고 표현하였다.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3위 안에 드는 기록을 세운 이 엄청난 선수는 지금껏 언론이 만들어낸 '라이벌'보다, 그녀 스스로가 각 대회에 설계한 자신만의 목표에 늘 집중해 왔다.

이번에도 역시 그녀는 후배들과 함께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고마운 꿈을 이야기 했다. 소치 올림픽에서 현역 선수로서의 마지막 연기를 펼쳐보이겠다는 김연아의 꿈에, 더이상 라이벌이라는 단어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NRW 트로피에서 화려한 복귀식을 치른 김연아는, 오는 1월 5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릴 종합선수권에 참가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한 힘찬 활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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