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마지막 날은 병원에서
애석하게도 2012년의 마지막 날을 병원에서 보냈다. 병명은 '거북목 증후근',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었다. 그런데 X-Ray를 지켜보던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요즘 '거북목 증후근'에 걸린 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환자분도 그렇고. 보통 목을 앞으로 빼고 긴장 상태에서 한 동작을 과도하게 유지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목부터 어깨까지 심하게 결리고 두통이 함께 유발되죠. 문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만성두통과 목 디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정말 조심하셔야 돼요."
아차 했다. 이유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의미로 스스로에게 여유를 준다고 포탈 네이버r의 웹툰 한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버린 소위 '정주행'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읽기를 마쳤을 때 시각은 아침 6시, 전날 밤 열한시부터 거의 일곱 시간을 누워서 웹툰만 봤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집중력이었지만 결과는 수면부족과 피로로 인한 '거북목 증후근',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 마지막 날을 병원에서 아침에 일어나니 목을 움직을 수 없었다 ⓒ 김종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렇게 '웹툰'에 빠졌던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엔 '웹툰'의 의미조차 몰랐다. 그러다 작년 초에 '아이폰'으로 바꾸고 나서 많은 것이 변했다. 특히 무제한 3G의 혜택과 평소 스티브 잡스에 대한 개인적 신봉이 겹치면서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도 핸드폰을 들고 갔다. 결국 이것이 '웹툰'까지 영역을 확장케 했다. 마치 '카지노'에 빠진 도박꾼처럼 점점 '아이폰'의 노예가 되어갔다. '웹툰빠(웹툰중독증)'로 변해버린 시간, 마찬가지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이폰' 하나면 '웹툰'을 보는데 시간과 장소, 심지어 자세까지 구해를 받지 않다보니 어느새 개인취미란 최상단에 '웹툰'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스스로 '웹툰빠'라 칭할 만큼 좋아하지만 어릴 적 '만화책'을 몰래 보다 부모님께 혼난 기억이 있다. 덕분에 누군가 곁에 있으면 절대 '만화'를 읽지 않는다. 특히 지하철과 버스 같은 공공장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 '만화'를 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각인된 탓이다.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는 시간과 장소, 자세에서 해방됐지만 그 탈출구가 오히려 취침 전 침대라는 완벽한 개인의 장소로 한정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병원신세까지 지게 됐지만.
'박인완'이 누구야?
▲ [마음의 소리] 에피소드 693 안녕하세요 박인완입니다 ⓒ 조석
1월 8일 아침,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포탈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박인완'이라는 남자 이름이 수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순간 '누가 또 자살한 것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검색어를 클릭했다. 그런데 평소 즐겨보는 네이버 웹툰 조석의 '마음의 소리'가 관련 이야기로 나오고 있었다. 이유를 보니 <마음의 소리> 693편 - '안녕하세요. 박인완입니다'의 주인공 '박인완'이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때문이었다. 실로 놀라웠다. 종종 웹툰 자체가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는 일은 있었지만 웹툰의 소재가 관심을 받는 경우는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웹툰이 이렇게나 대단한 반향을 일으키다니.' 그런데 곧이어, 신도림에서 강남으로 '지옥철' 2호선을 타고 출근하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도대체 박인완이 누구야? 중견 탤런트 박인환씨를 말하는 거야?"
놀라웠던 점은 바로 여기다. 이 친구, 평소 말하자면 정말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같은 고전 읽기만 주로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평소 웹툰 중에도 분명 고전보다 뛰어난 작품이 있다는 나의 의견에 대해 '말도 안된다'고 무시했던 친구였다. 그런데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후, 어느새 '웹툰'을 즐겨보는 마니아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결국 궁금증을 찾지 못하고 출근길 수 많은 인파속에서 연락을 넣었던 것이다.
웹툰 한 편 때문에 유쾌한 아침이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웹툰을 보며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았다. 그래서 더욱, 한 사람의 웹툰 전도사로써 이들에게 진심어린 충고하나 전하니. 2013년에는 '거북목 증후근'같은 이상증후는 제발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한 해의 마지막을 병원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면, 방법은 하나다. 제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웹툰' 보기를 즐겼으면 한다. 그래도 되고, 충분히 그래도 괜찮은 작품들이 많이 있다. 2013년에는 스스로 당당해 지자.
그런데 '정말로 박인완은 누구일까?' 궁금하면 조석의 <마음의 소리>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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