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가요. 음식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생각만 해도 흐뭇한 풍경이죠? 그렇게 밥을 함께 먹는다는 건, 기본적인 신뢰를 깔고 있는 것입니다. "밥 한 번 하자"는 말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가를 보면, '식사 한 끼'가 주는 신뢰의 공유를 허투루 넘길 수 없습니다. 건배를 하는 전통은 서양에서 술에 독을 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태도라고 하죠. 또한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함께 먹는 사람의 삶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행위가 느낌의 공동체를 만들고, 단 한 끼라도 누군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 소셜다이닝 집밥(www.zipbob.net, 대표 박인)'은 그런 순간을 만드는 공유기업입니다. '집에서 먹는 밥'이라서 집밥이 아니고, '같이 먹는 밥'이어서 집밥, 밥을 함께 먹는다는 삶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기적을 연결해주는 집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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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밥'을 통해 소셜 다이닝을 즐기는 풍경 ⓒ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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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먹는 밥,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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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다이닝 집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간단합니다. "나의 식탁을 공유합니다." 같이 먹으면 밥이 더 맛있다는 사실, 잘 알죠? 소셜다이닝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심포지온(Symposion, 향연)'입니다. 오늘날, 강연회로 인식되고 있는 심포지엄(심포지온)은 원래 함께 식사와 술을 나누며 이야기하는 문화를 지칭했어요. 그러니, 식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인류의 DNA에 박힌 아주 오래된 전통이자 문화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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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들 생활이 바빠지고, 생활 형태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우리는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전통을 잃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음식에 대한 존중과 관계를 잃어버린 것이죠. '밥상머리 문화', 사라졌습니다. 박인 대표는 이런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특히나 본인의 경험에서도 '함께 먹는 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집밥은 어쩌면 절심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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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 대표의 부모님은 인도에서 사업을 하셨고, 언니는 미국에서 유학하고, 자연히 박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울에서 혼자 살았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 생활,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혼자 먹는 게 싫었고, 그렇다고 공통의 관심사도 없이 무미건조한 자리에서의 밥 한 끼는 내키지 않았던 거죠. 박 대표, 어느 날, 회사를 관두고 혼자 집에 있다 보니, 우울해졌습니다. 혼자서 밥을 먹기도 싫고 이웃집 아주머니와 밥을 나눠먹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곤 실행에 옮겼습니다. 연락을 해서 함께 밥을 먹었던 경험. 그것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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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반짝 전구가 떴습니다. 그래,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야. 함께 먹는 집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나와 같은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함께 둘러앉아 먹는 밥상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여유롭고 즐겁게 식사하는 밥상을 매개로 관계를 맺게 해주는 느낌의 공동체. 집밥은 그렇게 발을 뗐습니다. 그렇다면, 밥을 함께 먹는 것도 공유경제다? 왜 그런지, 박인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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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을 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공유경제를 하고 싶어서였어요. 방을 빌려주는 등은 이미 많이 하고 있어서 나는 음식으로 해보고 싶어서 집밥이 된 거죠. 하다 보니까 내가 하고자 하는 게 밥을 하는 것보다 '같이 먹는 것'임을 알았어요.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공유경제가 굳이 물건만 공유하는 게 아니고 같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일 수 있다! 개인 간의 신뢰를 기본으로 한 경제시스템을 공유경제라고 생각했고, 소셜다이닝도 공유경제라는 확신을 갖게 됐죠. 해외를 봐도 소셜다이닝은 공유경제의 범주로 인정받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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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소셜다이닝 집밥은 누구나 편하게 밥 먹으러 와서 대화를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공유기업입니다. 식사를 매개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소통하게 하는 모임 문화기업입니다. 밥이 있고, 관계가 있고, 느낌이 있는 곳. 그러니 지난해 5월 탄생한 이 신생 공유기업은 250개가 넘는 밥상모임을 형성했고, 2천 명 가량이 밥 한 끼의 공동체를 경험했습니다. 덕분에 2012년 12월,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고요.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밥상문화'에 대한 향수와 필요성을 공감한 덕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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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에서 만나는 공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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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타계했지만 일본의 작가 요네하라 마리는 《미식견문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튼 엄청난 먹보가 많은 우리 친지들은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먹이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다. 또 그것이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p.174)
이것이야말로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좋은' 음식을 만나면 '나눠' 먹는 것. 미식(가)이 별건가요. 누군가와 작지만 내가 품은 세계를 공유하고 상호 교류하는 섭생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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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이 가진 차별화된 특징 중 하나도 그것입니다. '특정 관심사를 통해서 만난다. 호스트들의 명확한 주제가 있다.'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 유독 밥을 먹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밥을 먹는다는 행위가 주는 중요성 때문이겠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영화 <카모메 식당>이나 책 《심야식당》이 주는 감성이 바로 집밥의 것과 맥이 닿습니다.
화려하고 대단한 밥상 아닙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누군가와 밥상머리에서 담소를 나누고, 시간과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 그것이 좋은 겁니다. 그래서 집밥은 '도시락'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채비도 갖추고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함께 나눠먹으며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일, 참 설레는 일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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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밥_ 박인 대표 ⓒ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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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은 꿈꿉니다. 전국의 집밥 네트워크를! 밥상으로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그려요. 집밥의 커뮤니티와 이야기가 계속 퍼지고 커진다면 제주도에 놀러가서 여행자들, 동네 사람들과 함께 밥상 앞에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풍성은 밥상 앞에서 조금은 냉랭했던 우리도 '밥 한 번 먹은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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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의 말에서 탐식가와 미식가의 차이를 엿봅니다. 음식은 그냥 있을 뿐인데, 음식을 대하는 마음에 따라 그 음식은 달라집니다. 음식 먹는 일이 달라진다는 것은 삶과 세상을 새로이 재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맛있는 음식만 찾아다니며 먹는 것이 탐식이라면 음식에 담긴 삶을 맛보는 미식은, 함께 함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음식에 담긴 삶을 맛보고 음식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 그 방법을 공유합니다.
1월17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서울시신청사 3층 회의실,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소셜 다이닝> 집밥을 만나보세요. 참가신청은 위즈돔(http://wisdo.me/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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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에디터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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