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장애가 있나요?

장애인의 성에 대한 편견과 '성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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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voiceofyouth)등록 2013.01.22 15:03
사랑에도 장애가 있나요?
장애인의 성에 대한 편견과 '성 자원봉사'
기사입력 2013-01-21 12:06

영화 <세션 :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의 한 장면. 섹스테라피스트 셰릴과 중증장애인 마크가 침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영화 <세션 :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장애인도 성관계를 할 수 있나요?...장애인의 성에 대한 편견들

사람들 누구나 '연애', '결혼' 등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단어들 앞에 '장애인'이라는 말을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장애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은 꺼내놓고 이야기하고 개선하려 하지만, '장애인의 성'에 대해서는 덮어두려 한다. 심지어 '장애인의 성'이라고 하면 얼굴을 찌푸리거나, 장애인도 성적 존재라는 사실을 부인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장애인의 성'에 대한 편견은 커져만 갔다. 장애인들은 불편한 신체구조 때문에 성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의 성 문제를 생물학적 성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장애인 성 문제에서 생물학적 성 보다는 '여자는 조신해야한다', '남자는 강해야한다'와 같은 사회문화적 의미의 성이 더 큰 문제이다. '장애인도 성관계를 할 수 있나?', '장애인도 연애를 할 수 있나?'라는 생각들이 장애인의 성을 올바르게 인식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편견에는 어떤 것이 있고,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살펴보자.

장애인의 성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들 ⓒ 푸른 아우성


이렇듯 장애인이라 해서 사랑을 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성욕 또한 비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다. 하지만 도우미나 부모님과 24시간 함께 있는 장애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또 그 사람과 성관계를 맺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대개 자신의 인연을 만나는 단계에서부터 절망감을 느끼고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성욕은 무작정 포기하고 묻어둔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혼자 고민하고, 때론 자책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성 자원봉사'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단어, '성 자원봉사'



흔히 '봉사활동'이라 하면 독거노인 돕기, 양로원방문, 연탄배달을 떠올린다. '장애인 성 자원봉사'는 어딘가 모르게 껄끄럽게 느껴진다. 2005년 발간된 가오리 가와이의 책 「섹스 자원봉사」에서 장애인의 성문제는 처음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성 자원봉사를 소재로 장애인 남성의 성과 사랑을 다룬 영화 <세션 :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이 개봉되기도 했다(17일).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장애인의 성'이 조명 되고 있다.

성 자원 봉사자는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장애인들이 성생활을 하는 방법과 성욕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성매매와 구별된다. 봉사자와 장애인 간의 만남은 총 6회로 제한되어 있고, 그 기간 동안 호텔이나 모텔 이용방법을 알려주거나 자위행위 도움, 자세교정, 성교방법을 알려준다. 이러한 활동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단체의 활동으로도 나타나고 실제로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에서는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식적인 사이트가 아닌,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장애인 성 봉사활동을 합법적인 봉사활동으로 인정하지 않아 성 자원봉사활동을 성매매로 판단하고 있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해지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섹스 자원봉사' 찬반 논란

20대 남녀 10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성 자원봉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청춘의소리


그렇다면 '성 자원봉사'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20대 성인 남녀 100명에게 의견을 물어 보았다. 조사 결과는 반대가 75명 찬성이 25명으로 반대 입장이 더 많았다.

반대 입장을 밝힌 25살 김 모 군은 "성욕 해결이라는 차원에서 봤을 때, 성매매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국가에서 성 자원봉사를 공식적으로 제도화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의 성이 더 악용되고 사각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 의견으로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남녀의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하는데 단순히 성욕을 해소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이고, '성 자원봉사' 라는 의미도 생소하기 때문에 장애인 성에 대한 공론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있었다.

찬성 입장을 밝힌 21세 엄 모 양은 "성욕은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인 만큼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러한 본능을 장애인이란 이유로 그저 참아야하거나 남들에게 이상한 시선으로 비춰져야할 이유는 없다. 성 봉사는 분명 성매매와는 다른 목적을 가지며 우리는 장애인들의 성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밖에 의견으로 " 말 그대로 자원봉사인데 스스로 나서서 한다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성적 욕구를 느끼는데 이 욕구를 풀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합법적인 방안을 세워 인정해 줘야한다" 는 의견들이 있었다.

설문조사 과정에서 '성 자원봉사'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성 자원봉사에 대해서 들어봤어도 '장애인의 성'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반인들의 성에 대한 담론조차 자유롭게 이루어지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성까지 깊게 고민해보고 담론화하는 것은 아직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외면 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성'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보아야 한다.

청춘의소리 김효은 voy.e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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