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성한다

안성축협을 사랑하며

검토 완료

조인선(sibird3)등록 2013.01.24 09:14
개장 안에 있던 개 두 마리 중에 해방 된 개는 피를 흘리며 상처가 깊은 개였다.
돈이 언어의 한 면이라면 사랑은 돈이 보여주는 다른 면이다. 사랑이 없는 말과 돈이 되지 않는 언어는 우리의 삶에서 외면 받기 일쑤지만 언어가 없는 인간의 삶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이글을 쓰면서 먼저 나 자신을 반성해본다. 보석을 세공하는 보석세공사가 보석의 빛깔을 잊지 못하듯, 언어를 다루는 시인으로서 언어의 힘을 다시 한번 믿어보면서.

안성축협에서 공짜로 암소수정을 시키다가 사고가 발생해 지인으로부터 죽산면에 있는 수정사를 소개받아 수정을 시켰다.지난해 7월 초였다. 총 7마리였는데 그중 초발은 5마리였다. 안성시청으로부터 초발수정은 1마리당 7천원의 보조금을 받기에 신청하려했으나 인공수정담당 축협직원은 개인이 받기 번거로우니 수정사를 통해 받는게 좋다고 알려주었다. 이에 나는 응했고 그 수정사는 내 주민등록 번호와 은행계좌를 불러달라고 전화했다. 약속된 기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 궁금했는데 그는 도장값 5천원을 제하고 4만 4천원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도장은 그 다음 날 등기로 왔다. 이에 나는 직원에게 항의하고 그 수정사가 수정시키는 축산농가가 한두 군데도 아닐 텐데 그러면 안된다고 했더니 오히려 화를 냈다. 언제부터 정부지원금은 눈먼 돈임을 나도 알고 있었지만 적은 돈을 탐하면 큰 돈은 저절로 탐이 나기 마련이다.

나는 내친김에 대학교 후배 직원에게 몇년 동안의 조사료 지원비 내역을 달라고 했다. 초지경작지에 따라 지원 액수가 달라지기에 그동안 내가 경작하는 토지를 확인한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평수보다 현격히 적은 경작지로 기재되어 있었다. 바쁘다며 자기가 다 알아서 해주겠다는 말만 믿은 내탓이었다. 대충 계산해도 몇백만원이 차이가 날 지경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2009년부터의 조사료 지원 신청서를 열람하려고 몇일을 시도했으나 그 후배의 잘못했다는 말만 잠깐동안만 들을수 있었을 뿐이었다. 어려운 언어는 사람을 속이기 위한 수단이다. 사기꾼들일수록 말을 잘하는 법이라면 첫해에 개최한 설명회를 빼고 내 기억에는 축산농가설명회가 없었고 급기야는 그에 관한 공문조차 발송되지 않았고 시일이 촉박하게 발송하여 신청 자체를 방해하기 위한 의도도 엿볼 수 있었다.  그 다음 날엔 시청 축산과에도 들렀지만 당담 직원과는 전화통화조차 불가능하고 축산경영팀장이라는 분은 정 알고 싶으면 정보공개시스템을 이용하라고 말 할 뿐이었다.

2011년 구제역으로 내가 키우던 소들을 묻고 나는 공무원들의 농민을 대하는 자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암소혈통등록우는 마리당 10만원에서 15만원 가량을 종축개량협회의 확인만 받으면 더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한 달이 다 되도록 모르고 있었다. 이에 내가 문제를 제기하자 보상팀의 여직원은 오히려 놀란 표정으로 어떻게 알았냐며 묻고는 웃고 있었다. 이에 나는 그 기억마저 떠올라 구제역 피해농가 생활 안정자금으로 지원된 1천 4백만원중에 조기입식신청으로 350만원이 제외된 사실을 확인하려고 엊그제 정보공개열람을 신청하고 기다리는 처지이다. 사전고지도 안하고 전화 한통으로 몇백만원를 제하는 행정행태에 분노했지만 소를 묻고 그돈에 집착할 만큼주변여건도 좋지않았다. 그러나 그 돈이 생각난 것은  나도 부모님을 모시고 처자식을 부양하는 가장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축협과 농협의 비리를 파헤치는 것이 잘사는 농촌의 첫걸음 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나 혼자 깨끗하다고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음도 전혀 없다. 공무원이 되었다고 연봉  몇천 농협직원이 되었다고 동네 잔치를 벌릴만큼 자랑인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 마저 양심을 마비시키는 이 사회에 절망하지도 않는다.
나 또한 그 자리라면 그는 나일 수도 있고 돈 쓰고 당선되는 조합장이란 자리가 4년동안뿐이라는 사실에 나같은 놈도 화가 치밀 것이다. 농촌일수록 서로 감투를 권하고 그들끼리 어울려 각종 지원금을 가로체는 일이 어제 오늘도 아니지만 희망이 없는 세상은 삶의 가치를 전해주지 않는다. 전과자가 습관적으로 훔친 그깟 돈 4만원이 징역 1년 6개월이 되버린 세상에서 또 다시 영화 레미제라블처럼 혁명의 열기가 일어 나기를 기대 하기엔 세상은 너무도 변해버렸다.
세상에 나보다 못난 사람은 없다. 돈이 권력이고 정보가 힘이 되는  사회일수록 빈부격차와 자살률이 높은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내가 축협의 비리를 파헤친들 달라질 것도 없다. 어차피 모든이가 다 알듯이 그 놈이 그놈이다. 욕망앞에서 자유로운 자는 죽은 자뿐이다. 보수와 진보는 역사를 이끄는 두 바퀴이지만 욕망을 반성하지 않는 보수와 진보는 가짜다. 오직 땀흘려 일하는 자만이 진정한 보수요 진보이다. 그러나 그 썩어가는 세상에서 시가 태어나고 노래가 전해지고 꽃이 피는 것은 생이 결국 기적의 연속이라는 놀라운 사실이다. 어쨌든 죽음은 만인에게 공평하고 사랑은 만인을 해방시킨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나머지 개들도 풀어주자 했더니 큰 소리만 들었다.
주인을 몰라보고 떠 돌것이란다. 사람마저 물을것 이란다. 짐승은 짐승이란다. 그럴지도 모른다.
자유와 해방을 맛본 개들은 감옥같은 개장안에서 오래 못살것이다. 짖지도 못할것이다.우리는 모두 감옥에 갇힌 개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죽으나 사나 같이 살아야한다. 조합원이 없는 조합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농민 없는 농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나의 자유와 의지를 다시 한번 의심하면서 이틀 사이에 사라진 마트의 적립금 몇만원과, 베트남 처가에 보내지는 선물을 누군가 빼돌렸다는 지난날의 의심과 가격 고지도 없이 하루사이에 요소 20포대에 몇만원 이 차이가 나는 농협비료가격과 성치 않은 계란을 웃으며 주는 오랜 단골 주인의 눈빛과 창고에 염화칼슘이 있다는 걸 뻔히 아는데  없는데 어떻해라는 동네 이장님과 눈길에 넘어지고 부러진 어머님의 금간 손목과 해방된 개의 최후는 도대체 어떤 관계들일까 생각하면서 내 속을 비어보려고 노력 한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은 그 자체가 감옥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개가 되어갔다.
돈이 주인도 아니지만 돈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아 도대체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인가. 베토벤의 운명을 슬픔으로 듣다가 전원교향곡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끝으로 제 졸시 돈을 보다를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돈을 보다

지폐 속에는 얼굴이 숨어있다
빛을 통과한 자만이 볼 수 있는 그림자의 힘이다
기계가 인식하는 홀로그램의 양에 따라 액수도 다르지만
쾌락을 맛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손끝의 감각도 다르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 똑같은 돈 없듯
어둠에서 설핏 본 얼굴만 얼굴인 줄 알았다
지폐 속에 그려진 무릉도원과 매화마저
돈이 추구하는 이상향인 줄 몰랐다
티끌 같은 한 점이 모여 눈동자가 되고 입술이 되니
그것이 모여 역사를 이루는 사막 그 자체인줄 몰랐다
태초에도 언어가 있었을까
시간의 힘은 어디서 오기에 여기까지 왔을까
모든 혁명은 실패하고
꿈은 어디로 가시려는지
한참을 들여다보는데
여백을 가득 채운 희미한 사랑을 끝내 나는 읽지 못한다
천지를 가득 메운 언어의 피를 듣지 못한다
손끝에 묻어나는 신음 한 조각만이
온전히 보이고 들릴 뿐
두 손 감싸 쥔
새벽이 보여주는 무표정한 윤곽에
형체를 확인하느라 애 쓸뿐 이었다
테두리선은 넣지 마세요! 자동으로 설정됩니다. 사이즈는 가로 550픽셀.
덧붙이는 글 프레시안에 원본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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