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여전히 시궁창, 학교 2013은 '그럼에도' 믿었다

[리뷰] 손 내밀기 다시 생각하게 한 학교 2013, 종영을 말하다

검토 완료

이선필(thebasis3)등록 2013.01.29 13:38

학교 2013 <학교 2013>의 한 장면 ⓒ KBS


"러브라인이 하나도 없네"

<학교2013>의 종영 자막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아들이 던진 말이다.

"아쉽지. 뭐 그래도, 러브라인은 아니라도, 이상하게 학교는 그냥 어울림만으로도 좋은 커플은 많았어. 정인재, 강세찬 선생님 커플처럼"

그렇다. 장장 16부작이라는 긴 시간동안 학교2013은 유일무이하게 사랑 이야기가 하나도 없는 드라마였다. 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없을 뿐, 이 드라마는 올 겨울을 또 다른 '사랑'으로 가슴을 따스하게 만들었다.

놓는 것과 놓치는 것이 무엇이 다른 거죠?

강세찬(최다니엘 분)은 선생님이 되고 나서 처음 맞이한 제자의 죽음으로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로인해 언제나 냉정하게 아이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그도 소용이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아이들과 가까워졌고 그 무게에 짓눌려 사직서를 쓴다. 그런 강세찬 선생에게 찾아간 정인재(장라나 분) 선생이 말한다. '아이들의 손을 놓는 것과 놓치는 것이 무엇이 다르냐'고.

2013년 현재 대한민국의 냉엄한 학교의 현실을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16부작 종영에 이를 때까지 그 무엇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학교는 성적 지상주의와 관료적이고, 속물적 가치관에 의해 지배되는 곳이었다. 정인재 선생이 아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도, 강세찬 선생이 다시 학교로 돌아와도 현실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마치 돌아오지 않는, 돌아올 수 없는 오정호(곽정욱 분)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2013>은 16회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그리고 우리에게 현실의 벽에서 좌절하지 말고 벽을 다함께 넘어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마치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처럼, 다시 살아볼까? 하며 서로 손을 맞잡게 하는 힘이었다.

마지막 회, 종례를 마친 아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혹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교실을 나선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였던 고남순과 박흥수는 다시 예전의 친한 친구 사이로 돌아갔고, 도둑질을 한 계나리는 도둑을 당한 신혜선과 손을 꼭 잡았다. 일진 그룹이었던 이지훈은 한영우에게 사과를 하고, 그 사과를 한영우는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물론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결론이다. 현실의 학교에서는 저런 원인들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를 입을 뿐이다. 이해 없이 아이들을 다그치는 부모와 이 사회가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16부작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는 여전히 판타지에 가깝다.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 2013> ⓒ KBS


손 내밀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다

그럼에도 한번쯤은 생각하게 된다. '손을 내미는 것'에 대해 말이다. <학교 2013>의 장점은 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사랑으로 드라마를 일방적으로 이끌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싸가지 없고, 회생불가능해 보여도 삶에 있어서 서툰 청소년으로 묘사됐다. 드라마는 그들 역시 결국 스스로를 인간답게 지켜나갈 자생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호는 비록 학교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그가 "이젠 나쁘게는 안 살아요"라며 나직하게 고백할 수 있었던 건 큰 변화였다. 강세찬, 정인재 선생님만의 공이 아니다. 그의 똘마니라고 치부했던 '친구'들이 그를 버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품으려 했던 그 마음 때문이었다. 계나리를 왕따로 부터 구원한 건, 계나리를 이해한 친구 신혜선의 따스한 마음인 것처럼 말이다.

<학교 2013>이 굳세게 밀고 나간 것은 '성선설'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차가운 학교라는 제도에서조차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구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27일 KBS 드라마<학교 2013>의 마지막 촬영 현장에서 이민홍 감독이 선생님과 2-2반 전체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선사해 눈물바다가 된 사진이 공개됐다. ⓒ (유)학교문화산업전문회사


작가 고유의 세계관 이번에도 담겨있었다

각본을 쓴 이현주 작가가 주목을 받은 것은 '땜방'으로 들어간 <보통의 연애>부터였다. 그 드라마 역시 풀기 어려운 아니 애초에 풀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두 남녀를 마주 세웠다. 살인자의 딸과, 그 살인자로 인해 죽음을 당한 형을 가진 남자를.

두 사람은 당연하게도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에 갇혀 서로를 헐뜯고 미워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 미움 속에 싹트는 사랑에 주목했고, 따스한 시선으로 물을 주며 그들의 사랑을 완성했다. 그저 '보통의 사랑 얘기'라고 했지만, 딜레마를 극복한 인간 승리까지 덤으로 얹었다.

<학교 2013>도 마찬가지였다. 박흥수의 미래를 망가뜨린 고남순이 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였다. 불구가 된 다리는 곧 절단된 미래처럼 보였다. 하지만 작가는 나지막하게 말을 건넨다. 사람 사는 게 그게 다가 아니라고 말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가 된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관계도 다시 이어 붙일 수 있지 않겠냐고.

상식적이면서 진부해 보이는 가치관을 작가 이현주 작가는 <보통의 연애> 4부작을 통해, <학교 2013>의 16부작을 통해 쌓아올렸다. '수미일관'으로 느껴질 정도로 주제 의식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그랬기에 작가의 결론에 시청자들은 어느새 동화될 수 있었다. 이제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