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회사를 보자. 어느 날, 회사 성장에 큰 분기점이 될 만한 일감이 들어왔다. 그러나 넙죽 받아먹지 않았다. 구성원들, 회의를 했다. 그리고 자연을 훼손할 것이 뻔한 일감을 과감히 뿌리쳤다. 안 해! 기업의 DNA에 박혀있다는 일컬어지는 '이윤본능'을 생각하면 미친 짓! 그러나 이들, 무한 성장이라는 신화(로 포장된 패악)를 거부했다. 자신들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성장을 선택하기로 했다. 즉, 암세포의 속도 대신 달팽이의 속도를 선택하기.
가능한 일일까? 그래도 되는 것일까? 무한 성장과 무한 이윤에 목 매단 지금-여기의 대부분 회사들, 노동자에게 치사하게 밥줄 갖고 장난치는 밥통정국의 무법자들이 판치는 세상에 이 무슨 돌연변이란 말인가. 그리고선 이 회사, 이렇게 말한다.
"회사란 무릇 돈을 벌고 바쁘게 일하며 거래를 하고 서비스를 주고받는 곳, 그리고 결국은 빠져나오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회사는 회사인 동시에 공동체이다. (중략) 우리는 세대를 거쳐 지속되는 기업 공동체가 가능할 것인지 고민하며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는다." (《가슴 뛰는 회사》, p.15)
이 회사, 미국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 기반한 건축회사 '사우스마운틴'이다.(우리말로 하면 '남산건설'?) '더 많이 더 크게 성장하'는가가 아닌 '얼마나 적절하게 성장하'는가에 방점을 둔 회사. 그래서 회사를 유지하고 구성원들과 나누는데 절절한 이윤인지, 모두에게 충분한 급여인지, 일의 중요성에 걸맞게 시간이 주어지고 있는지,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규제와 고민거리가 지나치지 않는지 등에 관심을 둔다.
더 나아가, 직원들의 마음이 기쁜지, 생계는 잘 유지되는지, 고객과 거래처의 기대가 맞춰지고 있는지, 서로를 잘 배려하는지, 환경에 대한 고려는 잘 이뤄지는지, 건강하고 공정하게 일이 진행되는지, 자신의 일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등이 이윤보다 더 중요한 회사. 그것들을 살펴야 지속가능하다고 믿는 회사. 그래서 경쟁보다 협동이 유효하다고 믿는 회사. 사우스마운틴이다.
박인 집밥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사우스마운틴을 떠올렸다. 성장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둔 적 없고, 생존과 지속가능성이 더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성장도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여야 가능하다고 했다. 같이 했기에 현재가 가능했고, 앞으로 더 하기 위해선 함께여야 한다고 믿는다. 박인 대표가 꾀하는 '밥상공동체'라면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다. 밥상을 앞에 놓고 있는 공동체니까. 밥을 앞에 놓고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니까.
▲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집밥 ⓒ 집밥
지난 1월24일, 서울시청 신청사 3층에서 열린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소셜다이닝'을 주제로 이야기를 푼 박 대표였다. 그는 밥을 함께 먹는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했다. 고슬고슬한 집밥의 온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덥히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했다. 그런 바람이라면, 성장보다 지속가능성이 분명 적합할 터. 우리는 지나치게 성장에 경도된 가치로 인해 주화입마를 입었다. 한국의 기업 대부분은 세대와 세대 사이에 대한 철학도 관념도 거의 없다. 불연속과 단절을 특징으로 하는 단기적 관점에만 기계적으로 복무한다. 그래서 박 대표의 발언은 신선했다. 그리고 그는 집밥 1년여의 고군분투를 리얼하게 토로했다.
카우치서핑은 집밥으로 어떻게 연결되었나!
박 대표는 '카우치서퍼'였다. 《카우치서핑으로 여행하기》에도 인터뷰 발언이 수록될 정도다. 카우치서핑은 인터넷 신청을 통해 배낭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자신의 집 소파를 잠자리로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여행자들은 숙박료 없이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고, 집주인은 여행자들과 만나 세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서로의 것을 내어주고 얻는다.
박 대표가 카우치서핑을 통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새로 만난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공간을 낯선 이방인에게 선뜻 내어주고 생판 모르는 남이었던 누군가와 시간, 공간, 그리고 추억을 공유하는 것. 박 대표는 그것을 카우치서핑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번뜩 떠올렸다. 카우치서핑의 정신을 여행이 아닌 밥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한국에선 만나면 밥 먹자고 하잖나. 그래서 밥을 공유경제 맥락에서 설명하자고 했다. 내 자신이 1인 가구주로서 집밥에 대한 향수도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따뜻한 밥상을 생각했다. 먹고 살기 위해 '먹는 것'을 포기하는 현실, 먹는 것인지 배를 채우는 것인지 모르는 현실이 싫었다. '밥 한 번 제대로 먹자'고 했다."
지금 우리네 삶터엔 우울한 소식만 떠돈다. 우울증. OECD 1위의 자살률. 무연사회. 고독사. 해체된 도시 공동체. 힐링이 필요한 사회. 오죽하면, '저녁이 있는 삶'이 구호가 됐을까. 카우치서핑에서 '함께 밥 먹기'로 관심사가 확산되면서 박 대표, 공유경제의 매력을 깨달았다.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개인과 개인의 신뢰'가 이뤄졌다. 생판 모르는 남을 믿을 때 일어나는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처음 만나서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이 말. "우리 언제 밥 한 번 먹어요." '집밥'의 탄생이었다.
박 대표, 이웃집 할머니를 꼬드겼다. 일일집밥을 열기로 한 것이다. 사무실 공유공간 '코업(CO-UP)'에서 직장인들 대상으로 함께 밥을 먹자고 일단 던졌다. 송금악 할머님의 카레라이스, 가격 4000원. 지난해 2월24일 금요일. 헌데, 반응이 꽤 좋았다. 하고 또 했다. 페이스북에 공지를 올리자마자 자리가 찼다. 재밌고, 반응도 좋았다. 한 달에 한 번이었는데, 두 번째 행사부터 언론사의 취재가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감성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배달을 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식품위생법에 맞닥뜨렸다. 배달돼서 전달되는 순간, 그것은 집밥이라기보다 배달음식이다. 스토리를 전달해도 밥이 식고 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내가 추구했던 가치가 이런 것이었나? 고민이 됐다. 내가 추구한 가치는 사람들이 모여서, 즉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서 일어나는 기적 같은 일들? 그런 과정에 매력을 느꼈던 것인데,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가 원한 것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 즉흥적인 만남을 통해 잼도 하는 등 함께 밥을 먹으면서 즐길 수 있는 것. 검색하고 찾았다. 해외에선 '소셜다이닝'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콘셉트를 잡았다. '집에서 먹는 밥이라서 집밥이 아니라 같이 먹는 밥이라서 집밥.'
같이 먹어요! 소셜 다이닝 집밥!!
함께 먹고 같이 하는 것, 그런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나의 주제, 공통의 관심사가 밥상과 결합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람들도 그냥 집밥을 먹는 것보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함께 하니 더 좋아했다. 워드프레스를 통해 집밥 사이트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올리게끔 했더니 신청이 이어졌다.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자발성이 발현됐다.
"어떤 모임이 생기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식탁에서 받을 수 있는 질문만큼 많다. (웃음) 코드가 맞으면 처음 만나도 10년 만난 동창회 친구처럼 바뀌기도 하더라. 정말 좋았던 건, 의도하지 않았던 주제들이 나올 때였다. 팀원을 모집해서 정식으로 한 게 9월이었는데, 여러 주제가 나왔다. 성소수자 이야기도 나눴는데, 밥 먹으면서 하면 부드러울 수 있잖나. 공교육 제도,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쉽지 않은 주제인데, 교사들끼리 모여서 밥 먹고 술 먹고 했다더라. 모임 30개 중 1개꼴로 자기 집으로 놀러오라는 것도 생기고. 밥을 먹는다는 건 일상적이지만 어떤 사람에겐 어려운 행위다. 특히 연말에 어려운 이웃에게 김치만 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같이 밥 먹는 사람'이다. 도시락만 배달하고 가는 게 아니라 앉아서 1시간 동안 들어주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고독사, 무연사. 미디어를 통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얘기다. 박 대표는 사람들이 공유경제에 반응하는 게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는 묻는다. 옆집 사람이 죽어가도 모른다는 게 제대로 된 사회인가? 그가 보기에 공동체의 처음 시작은 밥이다. 특히, 몸도 안 좋고 경제형편도 좋지 않은 사람에게 함께 밥 먹고 애기하는 것만큼 더 큰 복지는 없다. 그는 정기적으로 이런 것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박인 집밥 대표의 발표 ⓒ 캐리브래드슈
그래서 무형의 사회적 자본을 나누는 공유경제 플랫폼이 중요하다. 경험이나 재능을 밥을 먹으면서 쉽게 공유하고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하면 컨설팅이고 돈을 내야 하지만, 밥을 먹고 친구가 되면 그렇지 않다. 우리는 밥을 함께 먹으면서 친구가 되고, 이야기를 나눈다. 집밥은 그렇게 300개가 넘는 밥상공동체를 만들었다. 웹 재방문율도 60% 이상 달한다. 그가 보기에 집밥의 모임은 모르는 사람이 모였기에 더욱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친한 사람들에게 더 솔직하지 못한 순간이 있다. 여행을 하면서도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신의 감추고 싶은 비밀이나 치부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니, 집밥을 이용한 사람들, 이런 후기를 남긴다.
"집밥은 쉼표다. 빡빡하게 돌아가기만 했던 일상에 쉼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집밥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힐링 받고 가요."
"집밥은 마른하늘의 소나기."
"오늘의 집밥은 새로운 세상이다."
"집밥은 새로운 연결이다."
그러나 이런 보람과 별개로, 지속가능한 집밥을 위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런 보람과 다른 사람들을 생각했을 때, 지속가능성은 반드시 필요했다.
집밥, 지속가능할까?
집밥은 주식회사 형태로 2012년 9월20일 설립됐다. 고정인력 3명. 씨즈의 시커스 최우수상 수상,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 선정 등 주목받는 공유경제 기업이 됐다. 비즈니스 모델(BM)은 매장추천과 예약을 통한 수수료다. 모임 개설신청자 80% 이상이 매장추천/예약을 원하기 때문이다. 매장 추천도 아무 곳이나 하진 않는다. 박 대표가 먹는데 까다롭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보다 내가 좋아하던 동네 가게들,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가게 위주로 섭외를 했다. 우리는 그것을 '큐레이션'이라고 부르는데, 매장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이 큰 메리트였다. 현재 서울시 86여개 매장을 연결하고 추천, 홍보한다. 소셜다이닝에 적합한 매장을 추천한다. 예약이 가능해야 한다. 설렁탕으로 소셜다이닝을 하긴 좀 어렵잖나. (웃음) 코스도 약간 곁들이거나 양식 있는 쪽으로 할 수 밖에 없지만, 한식도 코스가 있으면 된다. 의도하진 않았으나 마을카페나 마을음식점을 연결하고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며 조명을 받았다."
이에 집밥은 최근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공간은 있는데, 먹을거리 조달이 어려워서 도시락 배달을 해달라는 얘기가 처음부터 나왔다. 프랜차이즈 도시락점 등을 연결했었는데,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격이었다. 집밥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을 수 있는 도시락을 제공하고 싶었다. 사회적기업/소상공인과 협력해 '집밥 같은 도시락/케이터링'을 제공하기로 했다.
"집밥 이후 소셜다이닝 비즈니스 3~4개가 생겼다. 우리보다 플랫폼이나 기능이 훨씬 좋았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가진 스토리, 문화 등에 공감해주더라. 커뮤니티, 공유경제가 가진 신뢰의 힘을 볼 수 있었다. 집밥은 음식을 매개체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고 소통하게 하는 모임 문화 기업이다. 앞으로도 보완하고 발전해나가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 1년 새 집밥 모임을 하던 매장 2개가 문을 닫았다. 모임을 더 많이 만들어서 사람들을 보내드리고 싶다. 밥은 뭣보다 확장이 되더라. 내가 꿈꾸는 것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집밥이 열리고, 나도 그것을 다라 전국 여행을 다니는 거다. (웃음)"
'혼자 밥 먹기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집밥이었기에 밥상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다. 즉, 사소하지만 중요한 내 문제가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단초가 된 셈이다. 그것이 소상공인의 협력과 지역상권 활성화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성장'을 동력이자 동기로 삼지 않은 집밥의 태도는 무한 성장과 이윤 확대만을 미덕으로 삼은 주류 기업 가치에 균열을 낸다.
적절한 성장과 제한선을 갖고 있는 자연이 그러하듯, 조직과 기업 역시 그와 같은 방식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각자 자신에게 맞는 규모와 크기가 있을 것이다. '적절함' 혹은 '적정함'에 대해 우리는 더 생각하고 토론해 보아야한다. 물론 오해하지 마시라. 모든 회사가 소규모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복무하는 성장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성장이 회사의 가치와 관점을 제한한다면, 작업 결과의 질을 떨어트린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적정기업'은 그렇게 탄생한다.
집밥에게 묻고 집밥이 답하다
어떻게 홍보하는가?
홍보로 돈 써 본 적이 없다. 창업하는 분께 강조하는 것이 돈 들이지 말라고 거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으로 홍보하면 끝도 없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은 진정성과 스토리 밖에 없다. 철저히 현장에 기반을 둔 스토리가 필요하다. 사실 집밥 홍보는 하려고 한 적도 없고, 그냥 됐다. 페이스북도 사람들이 알아서 공유했고. 스토리나 진정성에 기반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으로 처음엔 장난처럼 "위대한 시작이야"라며 시작했다. (웃음) 나중엔 네이버 첫 화면에도 소개가 됐는데, 처음부터 블로그에 꾸준히 정리를 한 덕분이었다. 콘텐츠를 기억으로 남기는 노력도 해야 한다.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모임장소를 어떻게 연결하나?
원래 알던 곳도 몇 군데 없었다. 검색해서 필터링 하고, 찾아가서 먹어봤다. 초기엔 회사라고 할 수가 없었다. 동아리 모임이라며 자주 올 테니 잘해달라고, 얼굴도장 찍고 그랬다. 그런 식으로 얘기가 잘 되면 다행이었고,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다. 소셜커머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얘기도 안 들어보는 경우도 많았다. 중요한 것은 발품과 리서치였다. 요즘은 매장에서 먼저 연락 오는 경우가 생겼다. 매장에서 직접 호스트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고.
집밥의 성장가능성, 어떻게 보고 있나?
되게 어려운 질문이다. 솔직히 내일도 다음 주도 모르겠다. 성장은 모르겠고, 지향하는 바는 말씀드렸고, 스타트업이나 트렌드코리아 등에서 소설다이닝을 적극적으로 푼다면, 프랜차이즈와 손잡고 나갈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성장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내가 보는 건 성장보다 지속가능성이다. 가치를 지키면서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운영하면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넣은 적이 없었다. 생존과 지속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그래도 지속가능하려면 일정부분 성장해야 하는데, 그 방식이 나 혼자는 안 되고, 같이 하려고 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온 것이다. 앞으로도 성장하려면 여러분이 도와주셔야 한다. (웃음) 마을공동체, 공유경제 등 사람들이 만나야 하는 분위기가 가속화된다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집밥이라는 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이걸 일이라고 받아들이면 언젠가 그만둘 것 같고, 그렇게 돼서 혹시라도 소셜다이닝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싫다. 그래서 오래 함께 가도록 내가 만드는 모임이 아닌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주최하는 모임이 앞으로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박인 집밥 대표의 발표 ⓒ 캐리브래드슈
사회적기업과 공유기업도 보통 기업형 창업 과정을 따라가면 처음에 가진 가치가 사라지지 않을까? 공유가 꼭 수익창출과 직결돼야 할까?
좋은 질문이다. 내 경우, 창업을 한 것이 세 번째다. 쇼핑몰 창업을 처음 했다. 가치창출이 아니라 파는 사람에 그친다는 점에서 가치를 못 느꼈다. 두 번째로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1년 동안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매일 아침 코피를 터트렸고, 힘들었다. 지속가능한 모델이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창업 않으리라 했는데, 기질을 못 이기고 하고 있다. (웃음)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커뮤니티로 있으면 안 되나? 비즈니스 모델 나올까? 결론은 커뮤니티나 문화로만 있으면, 내가 하지 않으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더 공격적으로 창업과 비즈니스 모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소셜다이닝 개념으로 청소년들에게 온전한 식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나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지역 커뮤니티와 적극적으로 연결한다면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지역 사회복지센터에서 제안을 주신 적이 있다. 급식문제가 이슈가 됐고, 협력해서 뭔가를 하자고 제안해 주셨는데, 당시 혼자 활동하던 시기라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지속가능성을 일단 확보해야 해서 조금 어려움을 느낀다. 아이디어 더 짜서 상생할 수 있다면 그런 모델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의미 있는 또 다른 통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속도가 느려서 아직 움직이질 못하고 있다.
도시락 배달은 1인분도 가능한가? 사람들이 얼마나 같이 먹는가?
아직 시범이지만, 10인분 이상 시켜야 배달을 한다. 소셜다이닝을 완성시키는 의미로서 도시락 사업을 시작했다. 장소는 있는데, 밥을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래서 개인에겐 할 수가 없다. 같이 먹어서 맛있는 거니까. 오프라인 매장을 내거나 주방 운영에 대한 제안도 있었는데, 거절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런 것을 하면 협력하는데 장애가 되고, 무엇보다 내가 그런 걸 잘 못한다. 내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주의다. 요식업이나 매장 운영은 보통 일이 아니더라. 나는 그 분들이 장사를 더 잘하게끔 회전율을 높이게끔 협력해야 서로 잘 된다고 본다.
공유경제는 신뢰가 바탕인데, 모임이 늘어나다보면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가?
여태껏 그런 경우는 없다. 문제가 터져도 재밌는 것이 커뮤니티 안에서 정화가 되더라. 사고가 터지기 전부터 메시지가 날아오기도 하고. 요즘 에어비엔비를 보니까 친구의 친구를 찾아주더라. 모임, 숙박을 예약할 때, 친구의 친구 등으로 새끼를 치니까 상대적으로 신뢰를 할 수도 있고. 그런 네트워킹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 < 카모메 식당 > 스틸컷 ⓒ 스폰지
위즈돔 공유경제에디터 김이준수의 추천영화 <카모메식당>
이 영화, 공유와 연대의 영화다. 핀란드의 한 마을에 커피하우스를 연 사치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피붙이는 아니지만, 정붙이로서의 연대 혹은 대안가족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들은 끈적끈적하지 않다. 뭣보다 그들, 생이 외로운 것임을 알고, 그것을 피하려 하지 않고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혼자임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의지하는 것도 민폐가 아니다. 그들이 마을이다. 집밥을 공유하고 마음을 공유하는 그들이 진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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