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 들꽃에 길은 묻다

-가슴 따뜻한 이들이 함께 떠나는 ‘오기만(오연호의 기자만들기)’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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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정현(rb100)등록 2013.02.04 19:17
운무(雲霧) 휩싸인 들녘, 바다를 보기 떠난 발길을 따라 우리들의 이야기꽃이 겨울내음 사이로 피어난다. 방금 갈아엎은 듯 겨울 논이랑도 흙먼지 얹은 논길과의 이야기도 도란도란, 한참이나 모르 익어가고 있었다. 때마침 이곳은 지나던 해님도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이내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다. 갑자기 끼어든 겨울 해에 놀란 운무는 들을 돌아 바다로 향해 급히 떠나갔다. 몽글몽글 어질어질. 활자로 가득 차 있는 우리 시민기자들의 머릿속에도 바람은 찾아와 낯섬과 근심을 거두어 간다.

겨울바다. 물기 없이 말라버린 갯벌을 머리에 이고 있다. 바람결에 춤추는 雲舞의 교태도 이 마른 바다를 더 이상 위로 하지 못한다. 불안하다. 산만하다.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의 눈길은 그 보이지는 곳까지 이미 닿아있다. 음미한다. 강화 나들길, 바다와 맞닿은 돌길 틈 사이에도 아직 냉기가 가득하다. 빼꼼이 얼굴을 내민 이름 없는 해초는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우리 발길이 더 머물러 있기를 바랐다. 외로웠다. 봄은 아직 멀었는데...

한 촌부가 우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옛적 고려의 모든 땅이 몽고의 말굽아래 놓일 때도 이곳 강화만큼은 오롯이 역사를 지켜왔노라. 최우는 최후까지 우를 범하지 않았음으로 역사는 흘러왔다고~ 다시 왼편 바다를 가리킨다. 한강과 임진강이 해후하며 각자 물살에 실어 온 남쪽과 북쪽의 얽힌 사연을 풀어놓는 곳이라고 한다.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러나 긴 대화는 없고 어느덧 제 갈길 재촉하며 먼 길을 떠난다. 언제 만날 수는 있을까... 만나기 위해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머 언 먼 대양해서라도 만날 수는 있을지...

검은 아스팔트위로 체 내리다 만 빗물이 군데군데 고여 있다. 구불구불 코너를 막 돌아온 59번 버스가 굉음을 내며 빗물을 훔쳐간다. 스치는 차장 밖으로 마을 사람들의 눈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어라 우리는 비옷을 입고 있었군. 색색의 비옷이 겨울 한 가운데 둘러앉은 회색 빛 마을에 다른 풍경의 만들어 내었던 모양이다.

이제 숙소로 돌아와 축축한 몸을 녹인다. 창문을 살며시 두드리던 햇볕이 방바닥을 훑고 나에게 머문다. 참 따스하다. 내려놓은 블라인드를 올리지 못한다. 틈사이로 해는 나를 보고 있다. 음 나도 그를 바라보고 있다. 눈부심, 내가 그에게 눈을 땐다. 너를 많이 가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음 강의를 위해 주섬주섬 노트를 챙겨들고 강연장으로 향한다. 휴식은 달콤했다. 이내 '오연호의 기자만들기(이하 오기만)' 강의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 달변은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좋다. 최소한 진심이 묻어있으니까 말이다. 가슴 뛰는 기자가 되어 주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 나를 더 가슴 뛰게 한다. 또 하나의 에티듀드는 New & Old다. 지그시 어깨를 누른다. 변화성과 연속성을 강조한 말이다. 왜 변화해야 하고 그리고 연속적 이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총선올레 때 그들이 버스를 타고 각 지역을 돌며 후보들을 만나 묻고 듣고, 듣고 물었던 것이 온전히 차별화된 시도였음을 기록하고 있다.

1대의 버스와 4대의 카메라는 7,000만원의 가치 그 이상의 가치를 남기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뿌듯해 한다. 그렇지 그건 비용이 아니고 투자야! 발은 오늘 현장을 뛰고 있지만 눈은 내일 사람을 향해 있으니까. 그렇게 미래는 변하고 또 그렇게 영속하니까! 이것은 개강 첫날, 본사 대강당 오리엔테이션 당시 첫 강의에서 말하려고 했던 그 메시지는 이곳 강화 오마이스쿨 강연장에서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아니 더 절실히 호소하고 있다.

다시 마이크의 주인이 바뀐다. 오기만18기 출신이라서 더 정겨운 박상규 현직 기자의 현장 취재 승부기는 우리에게 더 큰 용기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 또한 나열된 기사에서 진실을 찾으러 바쁘게 움직였다. 역시나 뜨거운 가슴이 그를 동하게 했던 모양이다. 따듯한 후일담이 우리들의 눈가에 잠시 머물다가 이내 소리 없이 떨어진다. 아~ 아프다.

어느새 기억은 다시 어제를 더듬고 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억센 정치부 기자로서 어느 하나도 소홀하지 않고 달려왔다는 장윤선 팀장에게 무한 공감을 느낀다. 더욱이 강의 내내 비좁고 얇은 눈 사이로 웃음이 그치질 않았는걸 보니 그녀는 천상 기자임이 분명했다. 또 어떤가? 수줍은 이주영 신임기자와 노련한 김지연 편집기자의 일문일답식 강의도 한참이나 새롭다. 왠지 멀게 만 느껴졌던 시민기자에 대한 두려움도 그 친근함 때문에 금새 사라졌다. 이어 시민기자 출신으로 유명한 최병성 목사의 다양한 현장 취재기가 가슴을 벅차게 한다. 보통의 시각과 분석이 남달랐다. 특히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위한 그의 고군분투가 눈물겨웠다. 진정한 4대강 전도사(?) 또는 4대강 고발에 관한 국내 권위자(?)로 회자되며 직업기자 보다 더 기자다운 시민기자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셀카를 요청했다.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스스로 일신의 계기가 되리라... 짧지 않은 강의 시간이었지만 수강생 모두는 시민기자로서의 열정과 자신감으로 공간을 가득 매웠다.

이제! 오기만을 신청하고, 그날이 오기만 기다리다, 비로소 가슴 뛰는 기자가 되겠다는 오기만 남았다. 가슴 한 가득 오기만이 남는다! 오기만...

오마이뉴스 라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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