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 아이들에게 함께할 친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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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성(greenshs)등록 2013.02.05 14:03
제가 장동에 이사온지가 벌써 2년 정도가 됐습니다.

대전 수자원공사 본사가 위치한 와동 너머 마을이고요.
마을을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인 꼬불꼬불한 장동 고개길을 넘어가면 계족산으로 둘러 쌓인 천혜의 무공해 마을이 이쁘게 나타납니다.

이 지역이 도심으로부터의 거리가 30분 정도로 출퇴근 가능하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도심의 아파트 전세를 정리하고 농가를 매입하여 조그만 집을 지어 들어왔습니다.

우리집에서는 병아리가 닭이 되고 그리고 또다시 병아리가 나오고,
강아지가 커서 개가 되고 다시 강아지가 나오고, 
토끼도 키우고, 고양이도 키웁니다.

이렇게 장동은 우리가 상상만 하던 일들이 너무 쉽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는 눈썰매도 타고,
마당에서 산 높이 연도 날리고(아이들과 함께 느끼던 희열과 탄성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간간히 집 뒤 산에서 내려오는 고라니, 토끼, 꿩 등의 산짐승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신기하기만 했고요, 
봄에 집 옆 계곡에 들어가면 손바닥만한 가재가 배에 알 가득 담고 다니는 모습에 아이들과 함께 놀라워 했습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에 반짝반짝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가 여름밤의 정경을 한껏 더했고요.
가을에는 밤나무, 감나무, 호두나무, 모과나무 등 그 풍요로움이 주변에 가득하여 더 없이 행복했습니다.

마을 전체가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우리아이들의 놀이터인 것입니다.

이밖에도
계족산성을 낀 둘레길 걷기,
장동휴양림의 황토길에서 놀기,
주말에는 숲속 음악회, 숲속 도서관에서 놀기
그리고 겨울에는 마을에서 운영되는 썰매장에서 놀기 등
도심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던 다양한 경험으로 우리 아이들은 자유로움을 만끽했습니다.

사실 이전의 도심 한가운데서의 아파트 생활은 우리부부는 물론 아이들에게도 자유로움과 평화로움을 제공해 주지 못했었고, 더욱이 두 남자아이만 키우는 우리부부는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너무 버거웠습니다. 아이들을 수없이 통제하고 TV와 컴퓨터 그리고 좁은 아파트 공간들 이러한 것들이 우리 아이들에 제공된 환경이라는 생각에 아이들이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마음껏 동심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장동이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으로  우리아이들의 "유년기의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가 실현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러한 장동지역 자연환경의 매력으로 인해 전원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아토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이 있는 가정 등)이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지역으로 도심으로부터 거리가 짧고 직장인들이 출퇴근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점차 관심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환경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장동은 단 한가지 문제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겨울 눈이 내리면 도심으로 들고나는 유일한 통로인 장동고개에서의 빈번한 교통사고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과 불편을 키우고 있으며,(올 겨울에도 눈길에 시내버스가 미끄러지는 등 많은 사고가 났었습니다.) 이러한 한겨울 마을 고립의 문제는 그나마 살고 있던 젊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외부로 빠져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사실 저도 작년 고개길에서 얼어붙은 눈에 미끄러지는 사고로 인하여 차량을 폐차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로인해 이 지역의 유일한 학교인 장동초등학교 학생수가 감소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현재 전교생이 40명으로 한 학년이 1~3명인 학년도 생겨 부득이하게 학년을 통합 운영하여야 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저의 아이가 1학년인데 작년 말 이후 2명이 이사 가게 되어 2학년을 올라가면 3명이 되어 다른 학년과 합반 하여야 할 상황입니다.)

이렇게 장동에 아이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연친화적인 아름다운 마을임에도 아이들은 줄어들고 젊은 사람들도 자꾸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진다면 장동은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장동에 찾아오는 많은 시민들이 장동에 놀러와 휴식할 때도 그 쓸쓸함으로 인해 평화로움을 가슴에 담고 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실 저는 도심으로의 출퇴근 가능하다는 이유와 아이들이 자유로운 자연환경속에서 "유년기의 고향"을 만들어 준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이러한 불편을 예측하지 못해 다시 이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지역의 숙원인 "장동 고개길" 해결은 우리아이들에게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안전하고 자연속에서 감성이 살아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울러 넓게 생각하면 이지역의 "장동 고개길"의 불편 해소를 통해 장동은 지역 분위기에 맞는 대전시민의 품격있는 휴식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장동이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었고 도심에 가깝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걸 맞는 문화예술 콘텐츠와 결합된 장동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이는 대전시민의 자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동이 갖고 있는 자연친화적인 장점은 몇 년 살아본 경험으로는 우리아이들이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경험과 유년기의 자유로움을 생각할 때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장동이 지금처럼 불편한 소외지역으로 남느냐?
자연친화적 마을로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공간으로 살아날 수 있느냐?

이에 대한 많은 분들의 좋은 생각이 모아졌으면 합니다.
아울러 곁들여 지역민의 격조 높은 행복추구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심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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