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과 두려움, 콩으로 넘어서다.

빈곤을 끊는 자립형 농업 실천전략1. 고부가가치 작물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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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림(merryyear)등록 2013.02.18 19:38

아프리카에서 재배되는 고부가가치 작물, 콩 아프리카에서 주로 재배되는 옥수수에 비해 투자되는 비용, 재배기간, 노동력이 낮고 수익은 높아 고부가가치작물로 꼽히는 콩. ⓒ 열매나눔


아프리카 대륙의 빈곤지역들은 대부분 농촌이다. 이전 기사에서는 그 중 말라위의 가난한 농촌마을인 구물리라를 통해 이 땅의 빈곤이 끝나지 않는 원인을 하나씩 밝혀보았다. 그중 수익성 낮은 식용작물(옥수수)을 위주로 재배하는 이유는 시장과의 접근성이 낮아 각종 거래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있으며, 이와 함께 품종 정보, 작목기술정보까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늘 생계를 유지하기에 급급하여 필요한 만큼의 농자본을 축적할 수 없고, 다음 농사철이 돌아오면 빚을 내거나 농사에 필요한 화학 비료 및 종자 등을 외부 지원에 의존해온 것이다.

CDA 대표자들과 열매나눔 이명상 매니저 말라위 구물리라 지역에서 자립형 농업을 이루기 위해 조직된 찬다웨 농업위원회(Chandawe Dure Agriculture Committee)는 고착된 지역의 농업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및 새로운 기회를 얻기위해 외부 기관들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 열매나눔


이에 구물리라 지역의 찬다웨 농업위원회(Chandawe Dure Agriculture Committee, 이하 CDA)에서는 국제자립개발 NGO 열매나눔과 협력하여 의존형 농업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도전과제로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를 삼았다. 먼저 수박, 양파, 토마토 등 지역에서 잘 키우지 않아 값이 비싼 품종에서 부터 일부 농가에서 재배 경험이 있는 땅콩과 콩까지 여러 품종을 실험재배 하였다. 이와함께 교통수단이 없는 지역 주민들이 찾아갈 수 없었던 시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실험재배중인 작물들의 시세와 변동상황을 1년간 기록하였다. 그 결과 투자비용, 소요기간, 투입노동력, 수익을 기준으로 구물리라 지역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갖는 작물은 콩인 것으로 드러났다.

옥수수, 땅콩과 콩의 투자비용 및 이윤 분석 CDA는 부가가치가 낮음에도 마을에서 주로 재배되는 옥수수 대신 고부가가치 작물인 콩 재배를 장려하기 위해 각 작물들의 투자비용 및 이윤을 분석한 표를 마을 농가에 배포하였다. ⓒ 열매나눔


콩은 1에이커 당 103,070콰차(한화 42만 2천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는 옥수수의 1.8배, 땅콩의 1.7배이다. 파종부터 수확 후 처리까지는 90일이 소요된다. 땅콩의 1/2, 옥수수의 3/5 시간이다. 재배 과정 중 필요한 약품처리 방법에 대해서만 정확히 안다면 옥수수의 1/5 비용으로 손쉬운 수확이 가능하며, 특별한 화학비료나 보관 약품처리도 필요없다.

이러한 사실을 구물리라 지역 농가들은 알지 못했을까? 아니다. 재배기간이 짧아 여러 번 수확할 수 있음에도 농민들이 콩 재배를 꺼려했던 이유는 '콩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 이라는 것. 지역 농민들에게 농사란 온 가족의 생사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일이다. 따라서 그 어떤 조건보다 본능적으로 '안정성'을 추구한다. 그런데 콩이 병충해에 약하다는 것을 잘 모르고 시도했던 몇몇 농가가 투자한 농자본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이 사건이 지역 농민들에게 '콩은 까다롭고 위험하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국내에서 콩 재배시 병충해 방지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살균제와 살충제등을 혼합하여 살포한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에 그 시기와 약제는 한국과 말라위가 다를 수 있어 CDA와 열매나눔은 말라위 최고의 대학교인 University of Malawi의 농경대학, Bunda College를 찾아갔다.

콩 재배에 대한 전문적 조언을 위해 말라위대학에 방문한 CDA CDA는 열매나눔의 도움을 받아 말라위 국립대학 내 농업대학을 방문, Department of Crop and Soil Sciences의 Dr. Kabambe로 부터 현지에 가장 적합한 콩 작목기술을 전수받았다. ⓒ 열매나눔


수 차례 이어진 Bunda College 토양연구소 Dr. Kabambe(파란 옷)와의 만남을 통해 구물리라 지역에서 콩 재배에 실패했던 이유는 콩 재배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실히 밝힐 수 있었다. 콩 재배에는 제충제, 곰팡이균 억제제, 질소유인제가 필요하고 이를 정확한 시기에 적정량 적용하면 콩 재배를 통한 농가수익 상승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과 함께 실제로 재배되는 현장까지 견학하였다.

장기간에 걸친 시장조사, 작목기술정보, 실험재배, 수익률 분석은 구물리라 농민들이 콩에 관심을 가질만할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 만으로는 직접적인 콩 재배로 이어질 수 없었다. 구물리라 지역의 가난한 농부들 중 옥수수농사 외에 추가로 투자할 농자본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CDA는 열매나눔의 지원을 받아 농자금대출 프로그램까지 기획, 콩 재배농가 확대를 위한 4가지 지원방안을 정립하였다.

말라위 농촌지역 콩 재배 농가 확대를 위한 지원방안 CDA는 부가가치가 낮으나 전통적으로 재배해 온 옥수수 외 다른 작물 재배를 꺼려하는 농가를 설득하기 위해 현실적인 지원방안들을 마련하였다. ⓒ 열매나눔


콩 재배 장려를 위한 지원방안 프레젠테이션은 구물리라 지역 내 13개 마을을 돌며 진행되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주민 주도의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각 마을 촌장의 협조를 받아 시간과 장소를 공지했으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CDA가 직접 마을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다시 공지를 하고 재방문 해서야 프레젠테이션이 이루어진다.

콩 재배 장려 프레젠테이션 콩 재배 장려를 위한 지원방안 발표 후 CDA가 농민들을 대상으로 파종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열매나눔


CDA는 구물리라 농민들이 가진 콩 재배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콩 재배 농가 지원방안을 넘어 실제로 콩 재배에 성공한 현지인까지 수소문 하였다. '누가 어떻게 해서 얼마를 벌었다더라'의 주인공을 찾아 생생한 경험담을 듣는 것이 지원방안들 보다 훨씬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콩 재배로 수익을 늘린 현지인 인근 지역에서 가장 먼저 콩 재배에 성공하여 부를 축적한 현지인을 초청하여 재배에서 판매까지의 경험담을 듣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 열매나눔


이렇게 오랜 준비기간이 걸린 콩 재배 장려 프레젠테이션과 시뮬레이션을 마친 후 총 64 가구가 콩을 심기 시작하였다. 이전에 한 두 가구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증가다. 각 농가가 재배를 시작한 후 CDA는 계속적으로 시기에 맞는 교육을 진행하고, 콩의 생육 과정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각 가정의 콩밭에서 자립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황금빛 콩이 여무는 날, 가난으로 인간 심리적 갈증이 해소되고 자립을 이룰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우림씨는 열매나눔 기획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열매나눔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이번 글에 이어 다음 글에서는 자립형 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이 지역 주민들과 열매나눔의 전략 및 실행현황 두번째 사례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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