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뚜레쥬르 1호점 개점행사 지난해 12월 초에 프놈펜 모니봉 대로 캄보디아 1호점에서 열린 개점행사 장면 ⓒ 박정연
지난해 12월초 문을 연 국내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 캄보디아 1호점이 개점한지 두 달도 채 안돼 대박이 났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닫은 늦은 저녁까지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뚜레쥬르 캄보디아점이 개점 한 달 만에 국내 최고 매출을 자랑하는 국내 3대 매장인 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대학로, 중구 쌍림동 CJ빌딩 매장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캄보디아 1호점의 제품은 약 120여 종의 빵과 100여종의 케이크 및 디저트로 구성, 대부분 국내와 메뉴는 비슷하지만 약 10% 정도는 현지 열대과일 등을 활용한 빵과 음료들도 선보이고 있다.
뚜레쥬르의 캄보디아 진출은 캄보디아 대형 F&B 기업인 CBM사와의 마스터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 계약을 통해 이뤄졌다. 앞으로 최소 5개 이상의 분점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뚜레쥬르 캄보디아점은 현지인 뿐만 아니라 유럽인 고객들도 많이 찾는 편이다. 유럽인들의 입맛에도 맞고, 기존 현지 빵집에서 구은 빵과 케잌에 어느 정도 식상한 중산층 소비자들이 새로운 맛을 찾아 몰려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 유럽식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뚜레쥬르 캄보디아 1호점 전경 현지 부유층 젊은층의 취향과 수준에 맞는 우아한 실내 인테리어도 대박 성공의 또 다른 비결이었다. ⓒ 박정연
캄보디아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탓에 빵 문화가 발달돼 있다. 바케트빵에 고기나 햄, 야채를 넣어 먹는 빵이 주식처럼 일상화되어 있다. 빵이 주식 대용이기에 프놈펜 시내에는 현지 베이커리들이 골목마다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한 개당 500리엘(120원)쯤 하는 갓 구운 바케트 빵은 가난한 도시빈민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한끼 식사다.
국민소득이 불과 900불 남짓한 가난한 나라지만, 지난 10년간 평균 9.8%의 높은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고, 국민 50% 이상이 30대 이하 젊은 층으로 소비수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시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최근 일부 국내언론들이 캄보디아 뚜레쥬르 매장의 이른바 `대박`은 캄보디아에 퍼져 있는 '프랑스 문화'에 대한 동경과 '한류 열풍'이 결합돼 이뤄졌다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물론, 뜨레 쥬르(Tous les Jours) 라는 상표자체가 '프랑스어'라서 현지인들에게도 익숙한 것은 사실이지만, 프랑스 문화를 동경하기 때문에 매출이 늘고 있다는 분석은 현지 분위기나 정서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캄보디아인들은 무려 90년간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말과 문화에 아직도 식민지의 잔재가 조금은 남아 있지만, 정서적으로 프랑스 문화를 동경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우리나라가 일본이 아닌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90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국민정서상 선진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프랑스를 동경하는 정서가 생겨날 수 있을까 곰곰이 되짚어볼 일이다.
또한, 우리나라 한 아이돌 스타의 어머니가 뚜레쥬르 빵집을 운영해서 그로 인해 한류열풍과 맞물려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기사 내용 역시 '자다가 소가 웃을 일'이다. 현지 젊은이들 중엔 그 아이들 스타가 누군지조차 알지 못한다. 한류 열풍과 연관이 있다고 억지로 끼워 맞추는 식의 언론보도와 잘못된 분석은 얼마 전 한류열풍을 취재한 국내 모 방송사의 보도에서 극에 달한 적이 있다.
▲ 이른 아침 갓 구운 빵들을 정리하고 있는 현지 종업원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지만, 금새 빵이 동이 날 정도로 캄보디아에서는 인기가 높다. ⓒ 박정연
이런 식의 보도와 분석 내용은 현지에서 오래 산 교민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무성의해 보인다. 동남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마케팅 측면에서 뚜레쥬르 캄보디아 역시 한국 브랜드임을 굳이 강조하지도 않았으며, 캄보디아 현지 마케팅 책임자 역시 이 점에 대해서 100% 동의했다. 뚜레쥬르 캄보디아 지역 마케팅 총괄 책임자인 40대 초반의 Mr. Silla씨도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굳이 뚜레쥬르가 한국 브랜드임을 강조하지는 않았다는 솔직한 답을 주었다.
그는 뚜레쥬르 브랜드를 캄보디아에 들여온 주역으로 약 10여 년 전 부터 사업차 한국을 자주 방문했고, 그런 가운데 뚜레쥬르의 사업성이 베트남의 성공사례를 통해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으며 충분히 캄보디아에서도 먹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결정했다고 말해주었다. 한마디로 오로지 성공가능성 등 사업적인 측면만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의 말 그대로 브랜드 이미지제고를 위해 '한국상품'이라는 사실을 굳이 부각시킬 필요도 없었고, 앞으로도 한국 아이돌 스타를 모델로 쓸 계획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뚜레 쥬르 매장 어디에서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나 그 흔한 아이돌 스타사진 한장 보이지 않았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현지 젊은이들에게 뚜레 쥬르가 어느 나라 브랜드인지 아냐고 슬쩍 물으니, 모른다는 대답이 바로 나왔다. 현지인들이 느끼는 뚜레쥬르의 느낌은 그냥 유럽 분위기의 세련된 까페에 고소한 빵굽는 냄새와 커피향이 가득차 있는 꽨찮은 분위기의 까페일 뿐이다. 이쯤되면 뭐 좀 잘된다 싶으면 성공에 대한 정확하고 논리적인 분석 대신 이게 다 '한류열풍' 덕분이라고 싸잡아 또는 억지로 끼워 맞추는 식의 우리나라 언론도 반성을 해야 할 듯 싶다.
Mr. Silla의 의견처럼, 뚜레 쥬르의 성공은 매대에서 빵만 팔던 기존 동네 제과점 스타일을 탈피한 까페를 겸한 영업스타일과 현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세련되고 우아한 유럽풍 실내 인테리어 그리고 기존에 먹어보지 못한 스타일의 빵에 대한 호기심, 끝으로 뚜레쥬르만이 갖고 있는 빵의 품질과 맛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더 정확하다.
▲ 캄보디아 뚜레쥬르 2호점 전경 커피는 물론, 망고 등 현지 과일을 재료로 한 메뉴도 선보이는 등 현지화전략도 눈에 띈다. ⓒ 박정연
아무튼 현재, 이곳 뚜레 쥬르를 찾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2~40대 청장년층 부유한 현지인들이다. 케잌 한조각의 가격이 약 2달러 정도 수준으로 한국보다 약 2~30%정도 저렴하다고는 하나, 커피나 음료값을 더하면 4~5불이 훌쩍 넘는다. 한달 평균 소득이 100여 불이 되지 않는 가난한 나라에서는 엄청 비싼 편이다. 그만큼 이 나라가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임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어느 나라건 먹고 살만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품질과 만족도가 선택을 위한 최우선 순위일 뿐 가격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해주고 있었고, 이것이 바로 비싸지만, 맛있는 빵 뚜레쥬르가 캄보디아에서 '대박'을 터뜨린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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