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는 마을학교 졸업식

[아름다운마을 이야기] 새로운 시작 앞에 선 친구를 축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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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란(withhim923)등록 2013.03.04 14:58
"공부와 삶과 놀이가 예전에는 따로따로였는데 이제는 하나로 연결되어요." 자기가 배우고 변화된 모습을 스스로 평가하는 열세 살 학생, 한 학생이 가진 능력과 과제를 꾸준히 지켜보고 권면해주는 선생님, 일상 속에서 아이와 마주치면서 새롭게 꿈꾸게 해주는 마을 이모삼촌들. 배움의 걸음을 함께 걷고 있는 든든한 선후배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졸업식은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도 훈훈하고 유쾌함이 넘쳤다.

이날 졸업생은 '다인' 한 명. 같은 학년이 혼자라서 공부하기 힘들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일대일 수업이 얼마나 집중 잘 되고 재밌는지 몰라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일을 오히려 자기에게 좋은 것으로 만드는 아이"라며 선생님도 맞장구쳤다. 교장선생님은 학생이 졸업할만한 자질을 갖췄는지 다인 스스로 고백한 내용과 선생님들이 정리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들려줬다. 졸업을 축하하러 온 이들도, 한 가지 기준으로 규정될 수 없는 학생의 배움의 자세에 대한 나눔에 귀 기울였다. 한 사람의 삶을 책임있게 지켜보는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교육의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인은 주중에는 학교에서 생활하다가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는 일상이 지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밝고 씩씩한 기운으로 지냈단다. 주어진 상황을 즐기며 어려움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모르는 것을 배우고자 중학생 언니들에게 묻기도 하고, 자기가 잘 하는 것을 가르쳐주기도 하며 상호학습능력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가 공부하는 것과 사는 것과 노는 것과 꿈꾸는 것을 잘 연관시켜내는 것도 다인의 소중한 능력이었다.

중학교로 진학하는 다인에게 선생님들이 해주는 애정 어린 권면도 이어졌다. "집에서도 첫째로 자라고, 초등학교에서도 최고 학년으로 지낸 터라, 첫째라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자기에게 어려움이 생겼을 때 표현을 못할 수 있어요. 자기 어려움을 솔직하게 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중학교에 가면 막내가 되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훈련을 하기 좋겠지요. 중학생이 되어 내면의 어려움을 겪을 때 대화를 하면서 함께 풀어갈 수 있으리라 믿어요." 다인과 같이 살아봐야 해줄 수 있는 권면도 빼놓을 수 없다. 차분해 보이는 다인이, 보기보다 덤벙거린다, 중학생이 되면 자기 흔적을 남기지 않는 훈련을 잘 하라는 말씀이 나오자, 다인은 물론 학생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공감하는 웃음소리가 퍼졌다.

5학년 때부터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홍천터전 학교생활관에서 지내온 다인은,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자립심을 키운 게 학교생활을 통해 자기가 성숙한 점이라고 꼽았단다. 앞자리에서 듣고 계시던 부모님도 서운해 하기보단 대견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커서 연극을 하고 싶어 했던 다인에게 새로 생긴 꿈이 있을까? 바로 '농생활'이란다. 자연과 더불어 자급자족하면서 사는 삶이 소중한 삶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다인에게 학교 자랑을 해보랬더니, 농사 교육을 통해 먹거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고, 공동생활을 통해서 힘든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삶을 배울 수 있는 학교라고 한다.

교장선생님은 "학교에서의 배움을 자기 삶에 잘 체득한 우수한 학생이며, 다인과 함께 지내는 것으로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도 행복했고 많이 성숙할 수 있었다"며 다인에게 빛나는 졸업장을 건네줬다. 친구들이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수놓아 만든, '세상에서 하나뿐인' 졸업장을 받아든 다인은 아쉬운 기색도 없이 활짝 웃었다. "졸업을 앞두고 '수학이 어려워?' '숙제가 많아?' '중학생이 돼서 제일 힘든 게 뭐야?'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언니들이 정말 잘 알려줬습니다. 저도 중학생이 되면 동생들에게 격려도 해주고 잘 도와주겠습니다"며 벌써 생동중학교에 올라갈 기대에 설레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선배들이 "다인아, 어서 와!" 하자, 다인은 동생들이 있는 초등 서당에서 몇 발을 살짝 뛰어 중등 서당으로 건너갔다. 학생들이 학교 일상을 담아 몇날 며칠 애써 만든 동영상의 한 장면이었다. 아이들에게 졸업은 두려움으로 멀리 떠나는 게 아니라 가뿐하게 뛰어 올라서는 또 하나의 시작이었다. 생동중학교 선배들은 마음을 담은 가사를 노래했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길, 우리 함께 걸어가자. 새로운 꿈꾸며!" 한 생명의 아름다운 성장을 같이 지켜보는 이들 모두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환한 미소를 나누며 흥에 들썩였다.

덧붙이는 말,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홍천터전에서 졸업식을 한 다인은 경기 산본 산울어린이학교를 졸업한 기원, 예준과 더불어 2013년 3월 생동중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마을> 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생명평화연대 홈페이지(www.welife.org)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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