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과 날강도

검토 완료

Sun Kyung Park(ashcho824)등록 2013.03.09 16:48

Longs Peak, Colorado, USA Chasm Junction 전경(picture taken by Sang Han) ⓒ Sun Kyung Park


희미하게 멀어져가는뒷모습
낡아가는 근육을얹은 등어리
가느랗게 실눈뜨고 지켜보며
모양새없는한쪽 손을 들어
짤막한 고갯짓마무리

그가 걸어왔던길모퉁이
반짝이는 햇살이오후를 마감하고
함께 앉았던자리에는
송송이 꽃잎이처연하게 누워잔다.

겨우내 외로웠던새소리와
움츠렸던 말라깽이들풀들도
이제는 기지개로새봄을 만끽하여
흐르는 물소리를환영하니

잊혀졌던 얼굴들을기억하며
이제는 내게봄이 왔노라고
구겨졌던 얼굴을펴고
만신창이 몸뚱이를추스리고
그리운 얼굴들을볼 수 있겠다고
높은 산봉우리를오른후에는
야호!하며 그 이름들 불러제끼고

내이름 석자잊어버리었던
짧지않은 한토막인생에서
굵고긴 왕건이한덩이를
누에처럼 뽑아내는이 봄날에

짐승처럼 생각없이살면 어떠랴
개처럼 눕고싶고자고싶을때에
하고 싶은나의 즐거움을
아무때나 취하면어떠랴.

이만큼도 행복하지아니하면
살다가 의미없이결국가서는
가슴치며 통곡할뻔한 결말을
나에게 가르쳐준봄날의 교훈을

이리도 따스하게봄볕이 내리는

황홀하게 아름다운늦은 오후
돌아가는 발걸음가벼웁게도
내 맘을 도둑질한저 날강도를
내 어이 사랑하지않을수 있으랴

           (March 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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