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여, 혹시 무릎은 프리리필안돼나요? "

검토 완료

Sun Kyung Park(ashcho824)등록 2013.03.10 09:41
토요일에 일일산행을 한지는 정말 오랫만이다.
San Gorgonio의 Day Hiking Permit을 신청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떡하니 Fax가 왔다. not- approved라고.

엥? 득달같이 전화를 돌려 물어보니 대여섯 모든 trail의 퍼밋은 이미 다 만원이고 San Bernadino peak permit은 남았단다. 마음은 급한데 다음주라도 알아보니 지금하면 다음주것은 할 수 있을거라 얘기듣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담달 N. Palisade에 가기전에 높이 올라가서 만피트정도되는 하이캠프에서 하루정도 overnight을 하기로 하였던 생각이 났고 이렇게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 멀리가서 overnight하기는 아예 틀렸다는 생각에 미치자, 그럴거라면 일일산행이 아니라 Gorgonio에서 아예 overnight하는게 좋을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문의해보니 그마저도 다른곳은 이미 만원이고 Dry Lake윗쪽의 Trail Flat(9,600ft)부근에서의 overnight자리는 하나가 남았다고 했다. 이곳저곳 전화돌려 confirm받을 상황이 아니라 대장님께 급하게 전화해서 확인만 받고는 곧바로 fax로 신청을 넣어 몇시간만에 overnight permit을 받고나니 그제서야 맘이좀 놓였다.

당장 이번주 산행도 중요하지만 담달 등반을 위한 전체적인 계획이 더 절실한 상황이기에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담은 이번주 산행. 궁리를 하다가 대장님이 Jacinto를 가는게 어떻겠냐고 하셨고 그러자 해놓고보니 그곳도 퍼밋을 받아야하는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문제는 다급한 시각에 퍼밋을 얻을 수 있느냐는게 문제였다. 전화를 해보니 Ranger station은 수,목요일에 쉰단다. 하필이면 전화한 날이 목요일. 방법은 하나. 예쁘게 그리고 최대한 공손하게 편지를 써서 application과 함께 Fax를 넣었다. 토요일 새벽에 pick up할테니 permit을 밖에다 붙여놔 달라고. 될지 안될지는 미지수였지만 퍼밋없이 가겠다는 사람보다 기특해보여서 도와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희망을 안고 기다렸다.

예상했던대로 금요일 아침일찍 전화를하니 이미 process되었고금요일 퇴근할때 밖에다 붙여놓겠다고 한다. '우아,공손함이 먹혔어 ~~'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어젯밤에 준비해놓은김치, 썰은파, 오뎅, 만두등을 챙겨서는 집으로 픽업을 오신 대장님을 앞세우고 접선장소로 갔다. 주영씨가 조금 늦는지 차를 세우고 잠시 눈을 붙였다했는데 잠이 깜박 들었었나보다. 빵~ 거리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깨서 주영씨와 함께 떠난 시각이 5시 15분쯤.

일요일 이른 새벽이지만 어디를 가려고 일찍들 서두르는지 벌써 프리웨이에는 차들이 꽤많이 나와 달리고있다. 부지런히 달리는중에 벌써 해는 떠오르기 시작하고 리버사이드의 University Dr 에서 내려 스타벅스에서 아침 샌드위치를 하나씩 먹고 다시 출발. Idyllwild의 ranger station에 도착해서 퍼밋을 픽업하고 트레일헤드가 있는 Humber Park으로 출발했다. 아침 8시에 문을 여는 ranger station앞에서 퍼밋을 받아가기위해 줄서있는 산행인들이 꽤 되었지만 우리는 여유있게 정문앞에 자랑스런 내이름과 함께 매달려있던 퍼밋을 픽업해서 금방 떠날 수 있었다.

일찍왔다고 왔는데도 벌써 Humber Park의 주차장은 이미온 차들로  꽉차있다. Trail head에서 몇걸음 떨어진곳에 차를 세우고 곧바로 출발한다. 오전 7시 35분쯤 되었다.

워낙 인기있고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루트이라 오고가는 산행인들이 꽤많다. 어제 저녁에 위에 올라가 Overnight을 하고 아침에 내려오는 극성파들도 상당히 많은게 확실히 이곳이 popular한 코스라는 것을 얘기하여 준다.

Wellman Junction Junction을 향해 오르고있는 나 ⓒ Sun Kyung Park


지겹기는 하지만 오랫만에 걷는 긴 산행루트이라 몸의긴장을 적당히 유지하면서 몸을 풀기위해 조심조심 걷는다. 처음 1시간여는 호흡도 빨라지고 다리의 근육도 뭉치고 힘들었지만 두시간여정도 거리인 새들까지 오르고나니 몸이 훨씬 가벼워졌슴을 느낄 수 있다.

이정표 Wellman Junction에 표시된 이정표/케이블카를 타고 팜스프링스에서 올라오는 하이커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 Sun Kyung Park


Welman과 Taquitz peak등 여러 갈래로 나뉘는 이정표가 복잡하게 써있는 새들에서 가볍게 스낵을 먹고 휴식을 취한후 앞으로 남은 5.5마일을 올라가기위해 맘을 다잡는다.
Welman's junction까지는 가봤기에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바람이 심하게 부는 오늘은 숨이 훨씬 가빠와옴을 느낀다. 후덥한 공기를 포함한 바람은 아침 이른시각부터 하루종일을 불고말 태세이다다. 중간에 딱한번 물병을 채울수 있을만한 물줄기를 만날 수 있었지만 그 이외에는 어느곳에서도 물을 얻을 수 있는곳은 없었기에 물을 마실때마다 점심을 위한 물을 남겨두기 위해 신경을 써야만한다.

5.5마일 지점인 Wellman's Junction에 도착해 시간을 보니 오후 12시 30분. 아직2.3마일이 남았는데  배는 고프지만 정상에 오르기전까진 점심을 먹을 수는 없는일. 부지런히 오르는길밖에 없다.

쓰러진 고목들의 풍경이 낯익은 남가주의 산길 번개에 맞아 혹은 늙어서 여기저기 쓰러져 넓으러져있는 고목들은 자연이 빚어내는 상황들을 최대한 인공의 힘을 섞지않고 치유케한다는 미국산림청의 의식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 트레일을 막고 있는 부분만 적당히 잘라내어 근처에 방치한다. ⓒ Sun Kyung Park


정션을 지나고부터는 끝없이 이어지는 너덜길들. 심한 너덜은 아니지만 피곤을 가중시키는 걸음이기에는 분명하다. 1마일정도를 너덜을 걷고또 하나 만나는 작은 새들에 올라서니 이제서야 하신토 정상이 대충 가늠된다. 벌써 넘어온 고개가 몇인지 모른다.

첫번새들, Wellman's junction그리고 정상밑의 작은 새들. 그곳부터 갑자기 숨가쁘게 고도를 올린다. Palm Springs에서 케이블카를 타고올라와 4마일정도를 산행하는 사람들도 숨가뿐 고도를 힘겨워한다. 경사면은 꽤 쎄지만 사실 스위치백을 계속 오르는것이기에 많이 힘든것은 아닌데도 밑의 Humber Park으로부터 계속해서 고도를 높이면서 힘을뺀 우리로서는 분명 어려운 지점이었다. 힘겹게 경사면을 오르고나니 그곳은 또하나의 새들. 정상 마로밑의 새들이다. 새들만 4번째이다. 여기서 대부분 더 가지 않고 쉬다가 하산하는듯 했으나 오늘 우리의 목표는 분명 정상. 이제 배가 고프다못해 속이 쓰리기까지 하지만 얼마 남지않은 정상을 코앞에 놓고 하산하기엔 분명 아쉬움이 있으므로 나자신을 달래어 조금만 더 참기로 하고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10여분 어렵지않은 길이 이어지고 정상 바로밑에서 500여피트 class 3정도의 바윗돌을 오른다. 먼저 올라선 대장님이 뒤이어 따라오르는 우리의 모습을 사진촬영해 주신다.

드디어 정상 이제서야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 Sun Kyung Park


정상표식 남가주에서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 10,834 피트(3,302 미터) ⓒ Sun Kyung Park


정상에선 나 온몸이 땀에 젖었지만 정상에 올라서니 칼바람이 여지없이 분다. 밑으로 내려다뵈는 곳이 팜스프링스. ⓒ Sun Kyung Park


올라서니, 밑으로 까맣게 Palms Springs가 한눈에 들어오고 구름에 뿌옇게 가렸지만 바로 코앞에 Gorgonio도 있고 뒷쪽으로는 Taquitz의 전망대 그리고 멀리 Hemet과 Perris Lake까지 360도 전망이 대단하다. 점심을 먹기위해 여기저기 둘러보았으나 넓지않은 정상부근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라면과 오뎅을 벅적대며 끓여먹을만한 공간은 없어 보였다. 잠시 쉬고 조금 내려가 점심을 먹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일어서려는데 저멀리 산불이 났는지 희멀건 연기가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조금 구경하고 있자니, 시뻘건 불길이 능선에까지 번지고 있다. 10번 프리웨이서 멀지 않은곳이다(나중에 알아보니 Beaumont지역).

오후 3시 멀리 산불이 크게났다. 원래가 건조한데다가 가뭄에 시달리는 남가주에서 산불은 놀랄일도 아니지만 꽤 먼곳인데도 불구하고 치솟는 연기가 바람을 타고 번지는 광경을 지켜보는것은 가슴이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 Sun Kyung Park


불구경을 하고 내려오면서 USDF 에서 만들어놓은 Shelter가 있길래 들여다보니 굉장히 잘 구비해놓고 오밀조밀하게 빠짐없이 잘 만들어진 shelter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급작스런 날씨의 변화가 유난히 변덕스런 이곳 날씨로 인해 조난자가 긴급 대피하거나 조난자를 구조하기위한 구조대원들을 위해 필요한 장비와 침낭등을 데포시켜놓는 장소이리라.

Shelter 내부 훔쳐갈게 딱히 있는곳도 아닌 셀터이지만 언제라도 급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문이 열려져있다. 도둑질하기위해 이렇게 만피트 넘는곳까지 올라올 도둑이 있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으므로. 있다면 고산도둑이네 그럼. ⓒ Sun Kyung Park


온기만 있어도 밤을 지새우기엔 부족함 없을 공간 고산을 등반하다보면 추위라는것에 대한 죽을것같은 두려움을 한두 번쯤은 경험하게되는데, 조난당했다가 한밤중 이런곳에서 몸을 녹일수 있을정도만 되어도 죽음을 피할수 있다. ⓒ Sun Kyung Park


5분여 내려와 해가 들면서 바람이 불지않는 지점을 골라 드디어 늦은 점심을 시작했다. 주영씨가 가져온 요즘 한창 떴다는 나카사키우동을 끓이면서 오뎅과 만두를 함께 넣어 끓였는데 처음 먹어본것이라 그런지 맛이 썩 괜찮았다. 남김없이 깨끗이 먹고 커피까지 끓여마시고 시간을 보니 3시 30분. 부지런히 스토브를 접고 코펠을 챙겨넣고 하산할 준비를 한다. 최소한 4시간여의 하산을 하려면 4시에 내려가도 밤 8시가 될것이니 서둘러야 한다.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하산을 오후 4시에 시작했다. 처음 2.3마일의 Wellman's Junction까지의 거리는 순식간에 30여분 걸려 하산을 했다. 중간 중간 쉬면서 맨첫번 Saddle까지 내려오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시계를 보니 5시 30분. 열심히 가면 8시에 도착은 할것이니 생각은 들지만 이놈의 무릎. 드디어 제동이 걸린듯 했다. 2년여전 요세미티 해프돔을 한해에 두번이나 등반하면서 계단으로 된 하산이 무리였는지 많이 아픈것을 참고 하산했었는데 그 이후 왠만한 산행은 괜찮지만 한번에 10마일이 넘는 거리를 걸으면 무릎이 아파와오기 시작했었다. 그동안 많이 걷지 않았었기에 괜찮았었나 했는데 오늘 왕복 16마일을 걸으니 또 다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른쪽 무릎의 바깥부분이 뭔가로 쑤시는듯 아프고 내려 디딜때마다 통증이 있어 왼발에 중심을 두고 스틱을 잡은 양쪽어깨에 힘을 실어 최대한 오른발에 무게를 주지 않으려 걷다보니 어깨와 왼쪽팔 그리고 나중에 남은 2.5마일의 거리에선 왼쪽무릎까지도 함께 아파와 오는듯했다.

분명 무리이긴 하지만 최대한 살살 걸으면서 이렇게라도 해야한다고 스스로를 채근하며 서두르지 않고 하산을 계속했다. 나때문에 많이 늦어지긴 했지만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 15분. 16마일을 12시간 45분에 걸었으니 나쁜 기록은 아니다. 산행을 하는게 기록이 중요한것은 아니지만 어프로치를 너무 잡아먹으면 결국 나중의 등반시간이 지체되기에 걷는 속도도 매우 중요한 것인데 내 가진 체력으론 더이상 속도를 내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하는것인가보다.

이미 깜깜해진 주차장에서 서둘러 짐을 풀고 반쯤은 감긴 눈을 치켜뜨며 집을 향해 차의 시동을 켠다. 이 지역을 한밤중에 운전하여 내려온적이 없어 내려오는 길도 익숙지 않고 아픈 무릎때문에 신경도 쓰이고해서 오히려 졸음은 오지 않는다.

벌써 시간이 많이 늦었기에 이시간에 집에까지 가서 밥을 챙겨먹기에는 너무 늦은시각이고 그렇다고 밖에서 먹는다고 해도 문을 연곳도 없을것같고 궁리를 하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하시엔다 하잇에 24시간 문을 여는 음식점을 얘기해준다.

부지런히 달려 음식점에 도착해 음식을 시켜서는 허겁지겁 먹고 주영씨를 내려주고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훨씬 넘은 시각. 이젠 걸음도 제대로 걸어지지 않을정도이긴 하지만 내일 자고 일어나면 훨씬 나아지리라 희망을 품고 대충 샤워를 끝내고 잠자리에 든다. 내일 하루 쉴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하루종일 땅보고 걸었던 기억밖에 없는 산행이지만 그래서 머릿속은 훨씬 복잡했었던 산행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파오는 무릎을 신경쓰면서 턱까지 차오르는 호흡을  가담듬어 가면서 담엔 이래야지 또 이런건 저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을 정리하고 하는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했다.

침대밑으로 가라앉을듯한 몸을 뒤척이며다음번 Overnight산행때에는 먹을것에 대한 정리를 좀더 하고 비상식량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의논하여야 하리라 생각해본다. 특별히 주문해서 준비한 최경량급 공격용 텐트도 꼼꼼히 챙기고. 다음달 있을 14000피트가 넘는 고산등반을 위해선 준비할것들이 너무도 많고 정신무장도 해야한다고 비장해지기에 피곤한데도 잠이 쉽사리 들지않는다.

으아 ! 그런데 나의 무릎의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버리고 갈 수도 없고. 이거 어떻게 프리로 리필안될까여 하나님?

그냥 물이 아닙니다 3500미터 높이의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물을 받아 새벽 등반을 위해 준비해놓은 모습입니다. 등반은 이 물병들같이 형형색색의 제나름대로의 인간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나의 화폭. ⓒ Sun Kyu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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