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커 포스터 ⓒ 네이버포토 영화 <스토커>는 박찬욱의 영화다. 외국 자본으로 외국 배우들과 외국어로 영화를 만들었음에도 <올드보이>의 독특함과 <복수는 나의 것>의 냄비뚜껑 같은 감질 맛이 그대로 녹아있다. 한국에서 보여줬던 작품들의 장점과 단점이 그곳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찬욱 특유의 연출과 탁월함이 남아있음에 다행이라고 느꼈고, 중요한 것은 더 나은 결과물들을 보여준다.그의 필로그래피에서 <스토커>를 최고작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즈음에서 보여줬던 날선 긴장감에 동반한 튼튼한 미장센이 반갑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여성적인 아기자기함을 특색으로 드러낸 작품이었다. 그에 반해 <박쥐>는 의도된 이질감과 변주로 점차 극단에서 보이는 통상 외적인 이미지의 표현이었다. 따라서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여성적 캐릭터와 <박쥐>에서 보이는 '피'의 상징성에 뒤이어 나올 작품으로 탁월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그 두 작품의 상대성으로 보았을 때 훌륭한 영화지만 이전 <복수는 나의 것>과 같은 작품과 비교해 봤을 때, 캐릭터간의 갈등이 다소 수면 위로 팔딱거리지 못하는 모습이 아쉬운 면이다.하지만 <스토커>는 박찬욱의 필로그래피에서 중요한 텍스트로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외국 배우들과의 연기톤도 적정선 이상을 보여주고 있고, 각본 또한 직접 쓰지 않았다는 한계에서 드러나는 이질감 또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감독 본인이 직접 쓴 영화라고 해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감독 특유의 연출과 미장센들이 잘 유착되어있다. 특히 시간과 공간을 현재라는 텍스트에 효과적으로 조립하는 연출력 또한 돋보인다. 다수 편집으로 만들어진 살해 장면과 다음 컷으로 이어지는 편집들의 조합 속에서 자체적인 몽타주가 상징적으로 형성된다. 이전의 상황들이 일편적인 시간진행이 아니라 역행하고 앞서나감으로써 어떻게 훌륭히 활용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편집이다.음악 또한 영화 속에서 여백의 차원이 아니라 스토리 속으로 파고들어 함께 조율되는 듯 하다 경지를 보여준다. 적재 적소에 넘치지 않게 남용되지 않고 담겨져 있다. 특히 피아노 치는 장면과 배경음을 업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장면은 특히 돋보인다. <더 문>, <블랙스완>에서 클린트멘셀이 보여줬듯이, 영화에 있어서 음악이 어떻게 함께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이 이 영화에서도 잘 안착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인디아의 성장담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상징적인 은유들이 꽤 농도 깊게 내포되어 있지만 그 무게감에 결코 거부감이 드는 영화는 아니다. 소녀의 시각에서 비춰지는 시각적인 구성과 심지어 색채의 표현들에 있어서 사용된 상징들에도 여지를 남겨둔다. 이 정도로 계획되고 짜인 구성과 편집의 상징 속에서도 관객들에게 개인의 것으로 미학을 수렴시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고 생각된다.결코 박찬욱의 '최고작'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되는 영화다. 아마 관객들 대부분이 박찬욱이라는 한국영화감독 특유의 상징적 선입견으로 이 영화를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작품에서 탁월하게 보여줬던 키치적인 영상과 장엄한 메시지들이 <스토커>를 최고라고 결부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한국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박찬욱이라는 생각을 배제하고 보아도, <스토커>는 충분히 탁월한 영화다. #스토커 #박찬욱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 #니콜키드먼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