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바이러스, 언제쯤 없어질까요?

시각 · 청각적 ‘방송 공해’ 만드는 <화성인 바이러스> 폐지를 건의합니다.

검토 완료

유수연(faithmyth)등록 2013.05.06 10:52
지난 19일 방송된 <화성인 바이러스>에서는 16세 때부터 7년간 30차례 성형을 하며 3~4천만 원 정도를 쓰고, 현재 복원수술을 계획 중이라는 한 여성이 등장했습니다. 그녀의 복원 성형에 관해 상담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눈과 코를 비롯하여 재수술 비용이 1500만 원가량 들어갈 것이라고 했고, 이는 여느 화성인 출연자들과 다름없이 '경악을 금치 못할' 특징을 가진 화성인의 등장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요.

'복원성형녀'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그녀는 방송을 통해 얼굴과 대략적인 나이, 그리고 쌍꺼풀, 앞트임, 뒤트임 등 30여 차례에 걸친 성형 수술을 했다는 사실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부자연스러워진 외모와 기억력 감퇴 등의 부작용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려졌는데요.

19일 방송된 복원성형녀에 관련한 내용 지난 19일 <화성인 바이러스>에는 7년간 30회 이상 성형 수술을 한 '복원성형녀'가 등장했습니다. ⓒ tvN


그러한 사실을 방송과 뉴스를 통해 접하며,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화성인 바이러스> 제작진 입장에서는, 매주 새로운 화성인을 찾아야 하고 또 자극적인 방송을 만들어야 하니 '복원성형녀' 같이 특이한 인물이 출연해 자신의 흑역사를 낱낱이 밝히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과연 '복원성형녀'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물론 본인 동의하에 프로그램 녹화를 진행한 것일 테고, 본인이 스튜디오에 등장해 한 얘기를 제작진이 어떻게 편집을 하여 내보내든 출연자의 권한 밖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연 '7년간 30회 이상 성형을 하며 수천만 원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져 그녀에게 좋을 것이 무엇일까요.

방송을 본 사람들과, 뉴스를 통해 그녀에 대한 내용을 접한 사람들은 "성형 중독이네", "너무 이상하다", "그러고 싶을까" 등 복원성형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내용이 너무도 특이하고 황당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는 했으니, <화성인 바이러스>를 방영한 tvN 측에서는 프로그램 홍보에 성공한 셈이겠지요.

그런데 복원성형녀의 출연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굳이 그러한 본인의 치부를 드러내며 까지 방송 출연을 감행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출연자 대부분을 '문제 있는 사람' 만드는 <화성인>, 언제쯤 없어질까요?

12일 <화성인 바이러스>에 등장한 '코끼리녀'의 모습 지난 12일 <화성인 바이러스>에는 깐족대는 남편 탓에 몸무게가 164kg까지 늘어난 코끼리녀가 등장해, 체중 때문에 의자를 부순 것과 한 끼에 고기 6인분을 먹는 다는 내용 등을 공개했습니다. ⓒ tvN


19일 방송된 복원성형녀에 관련한 내용 외에도, 지난 12일에는 '코끼리녀' 라는 다소 치욕적인 별명으로 등장한 어느 과체중 여성에 대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살 쪘다고 놀려대는 남편 탓에 결혼식을 할 때에는 100kg이었던 몸무게가 현재 164kg까지 늘었다는 것과, 한 끼에 고기 6인분 이상을 섭취한다는 것, 그리고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고도 그 후에 또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 등 자칫하면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어느 화성인에 관한 내용이 방송되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남편이 앞으로 '깐족대지' 않게끔 만들기 위해 출연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의 입장으로서 164kg이라는 몸무게가 공개되고 그로 인해 겪는 좋지 않은 일들이 만천하에 알려져 실로 '동물원의 코끼리' 보듯 하게 만드는 방송분이었기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보는 내내 마음이 안타깝고 불편했습니다.

코끼리녀나 복원성형녀를 비롯하여, 여태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했던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본인의 기괴한 성향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거나 기괴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이렇듯 누구든 <화성인 바이러스>를 거쳐 가면 실로 무언가 크게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프로그램의 제작에 관련된 전 과정을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한국에 그러한 숱한 '특이 생명체'들이 본인의 독특함을 드러내고 싶어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화성인 바이러스> 출연을 통해 얻는 결과가 무엇일까요? 한 번의 방송 출연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화성인'으로 낙인찍히는 것이, 과연 그들에게 좋은 일일까요?

<화성인 바이러스>의 애청자는 아니지만, 간혹 채널을 돌리다 말 그대로 '경악할 수 밖에 없는' 화성인들의 기괴한 모습을 접하게 되면 프로그램을 잠시 잠깐이나마 시청하게 됩니다. tvN에서 <화성인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방송하는 이유가 이러한 방식으로 시청률을 상승시키는 것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만일 그러하다면 순전히 사익을 위해 일반인 출연자들을 기괴한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화성인 바이러스>의 기획 의도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초대해 그들의 인생 철학을 들어보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본래 기획 의도와는 달리, 최근의 방송에서는 자극적이고 눈살을 찌푸리는 내용들이 가득하고 '인생 철학'을 논하는 부분은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화성인 바이러스> 출연을 통해 다소 이상한 사람들로 낙인 찍혀버린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가십만 떠돌고 있습니다.

한 번의 방송 출연으로 누군가는 스타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숱한 희생을 감내해야 할 필요도 있는데요. 일반인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의 가치관을 들어보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일반인들을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의 범주에 집어넣고 있는 것이라면, <화성인 바이러스>는 속히 폐지되어야 할 것이 마땅해 보입니다.

<화성인 바이러스>를 만들어가는 분들도, 한국인 대부분이 '화성인'으로 변해가는 것을 원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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