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같은 삶을 산 주다해 “안녕”

드라마 야왕 종영

검토 완료

임정혁(komsy)등록 2013.04.03 15:28
숨 가쁘게 달리던 주다해가 멈췄다. 드라마 <야왕>이 어제(3일) 막을 내렸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주제곡이 머리에서 빙빙 맴돈다. 흥얼거린다고 말하기엔 애절한 가사다. 그래도 흥얼거림이 가장 어울리는 표현 같다.

권상우와 수애의 얼굴이 계속 겹친다. 무언가 숨겨진 내용이 있지는 않을까 곱씹고 있다. 놓친 부분이 큰 의미를 가졌던 것은 아닌지 무던히도 찾고 있다. 수준 높은 네티즌분들의 의견이 참 다양하기도 하다.

시간 뺏긴다고 드라마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조금 보다가도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느끼면 당장 시청을 그만뒀다. 야왕과 같은 시기에 봤던 <돈의 화신>이 그런 경우였다. 질질 끄는 것들은 딱 질색이다.

하지만 야왕은 달랐다. 빠른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여주인공 수애가 정말 예쁘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었다. 드라마가 속도감으로 몰아붙일 때는 "유노윤호 연기 왜 저래"하며 뒷담화의 여유도 가졌다. 출연진들의 연기력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원작을 먼저 접하지 못한 내가 아쉬울 따름이다.

야왕 속 인물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결핍'을 안고 있다. 하류(권상우)와 주다해(수애)는 고아다. 둘 사이의 딸도 잃었다. 하류는 형을 잃고 하류 자신까지 잃었다는 사실도 가중됐다.

재벌 집안 백학도 마찬가지다. 백도훈(유노윤호)은 백도경(김성령)이 엄마인지 모르고 살았다. 죽기 직전 백도경의 꿈에서 백도훈은 "엄마"라는 말을 처음 했다. 유노윤호의 연기에서 가슴 찡한 최초의 장면이자 마지막 장면이지 않았나 싶다. 백도경과 백창학(이덕화)사이에 어머니 혹은 아내는 없으며 백지미(차화연)의 남편은 과거에 죽은 것으로 나왔다.

이들을 둘러싼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주다해 오빠 주양헌(이재윤)은 아버지를 잃었다. 엄상도(성지루)는 과거 자신의 잘못으로 딸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다. 석수정(고준희)과 석태일(정호빈) 가정에도 엄마와 아내의 자리는 비어 있다. 하류 아버지 차상봉(고인범)에게도 아내는 없다. 안심 아줌마로 불리는 홍안심(이일화)에게도 남편은 없는 것으로 묘사됐다.

주다해가 영부인이 된 뒤 펴낸 자서전 이름은 '불꽃'이다. 하류는 마지막 회에서 '다해야 어쩌면 넌 꺼질 줄 알면서도 뜨겁게 타올라야만 하는 불꽃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불꽃처럼 타올랐던 주다해의 시발점은 결핍이었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심지가 됐다. 갖는 것의 의미를 알아가는 게 주다해에겐 도화선이었다. 타오르던 모든 불꽃이 타버린 순간 가벼운 재로 변했고 남은 재를 처리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지난 1월14일을 시작으로 24부작에 걸쳐 타오른 야왕은 그렇게 떠났다.

작가는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 시청자와 주다해는 그렇게 갈라졌다.
덧붙이는 글 http://basketess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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