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동차 공포증’ 환자이다

차 사고후 장난감차만 보아도 경기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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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범(pwbyy)등록 2013.04.11 11:25


내가 운전면허증 처음 받은 다음 해인 40여 년 전인 1972년도에 일어난 일이다.
그해 정이월(正二月)에 연일 날씨가 포근하더니 비가 많이 내려 주변에 얼음이 녹아내리는 포근한 날이었다.
그런데 옆집에 사는 가축병원의 수의사(獸醫士)가 황급히 달려와 시골 사는 사람 네 돼지가 새끼를 못 낳아 난산이라서 그러니 내차로 같이 좀 가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그 시절만 해도 자가용을 가진 사람이 흔치 않던 때라 어쩔 수 없이 돼지 주인과 셋이 내 짚차를 타고 읍내에서 먼 서산시 팔봉면이라는 시골 동네 언덕길을 내려 갈 때였다.
난생 처음 가는 길로 황토가 깔린 언덕길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핸들이 미끌거리며 빙글빙글 내차가 미끄러지더니 길가 가로수를 들이 받고 그 옆에 넓은 밭으로 나뒹굴기 시작했다.
화들짝 잔등에 식은땀이 나더니 자동차가 데굴데굴 옆으로 구르는 것이다. 찰라에 이젠 죽었구나 생각하고 뒹구러 가는데 그 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졌다. 내 머리는 차 옆문 유리창을 들이받으며 뒹굴어 산 아래 논바닥에 옆으로 멈춰 섰다.
그 순간 나는 깨진 유리창으로 기어 나오며,
'야, 이 새끼들아! 살았어? 죽었어? 어서 나와 봐!.
소리를 꽥 질렀다.
'아니, 모가지를 밟고 서서 밟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
평소에 유머가 넘치는 가축병원 원장의 응답이다.
그 당시엔 자동차 보험이 없던 시절이라 나는 사람을 둘이나 죽였구나 지레 겁을 먹고 얼결에 소리를 친 것이다. 다행히 세 사람 모두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 말에 따르면 우리가 달려 내렸던 그 언덕길은 아주 험한 응달 길로 삼사월(三四月)이나 돼야 얼음이 풀리는
곳이었다. 며칠 간 비가 내려 길바닥의 얼음판 위에 황토가 덮힌 길을 멋모르고 달려 내려가다 변을 당한 것이다.
나는 그날 이후 오랜 동안 '자동차공포증(Motorphobia- Fear of automobiles)'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핸들을 잡기는커녕 자동차는 꼴보기도 겁나 헐값에 처분해 버렸다. 자동차라면 장난감 자동차만 보아도 가슴이 덜컹하고, 잔등에 식은땀이 나며, 겁부터 먹었다. 길 가다 어쩌다 뒤에 자동차가 지나가면 곧 치어 죽을 것 같아 질겁하고 골목길로 뛰어 도망쳐야했다. 그 시절엔 시내에도 차량이 흔치 않아 어쩌다 자동차가 지나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자동차가 무서워 먼 길이라도 될 수 있으면 걸어 다녔다.
어쩌다 장거리 여행을 할 일이 있으면 두 손으로 매달리듯 앞좌석을 붙잡고, 항시 차에 오르면 차가가 뒹군다고 가상하여 의자 밑으로 들어박힐 궁리부터 했다. 차가 빨리 달리면 무섭고, 커브 길은 더욱 무서워 오줌이 찔끔 나왔다. 언제나 차만타면 불안하고 특히 빠르게 달리거나 옆에 차를 추월을 할 경우는 물론, 급정거 급출발할 때도 상상 외로 모두 무서워했다.
만약에 어쩌다 택시를 탈 경우에는 차에 오르며 택시 기사에게, 저속으로 달릴 것과 커브 길에 천천히 돌아 달라고 심심 당부를 한다. 그리고 창문 옆 손잡이를 꼭 잡고 매달렸다. 차에서 내릴 때쯤이면 언재나 손바닥은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전에는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차만 타면 졸기 시작하여 잠들던 나는 그날 사고 이후 차 안에서 졸기는커녕 차안에 있는 동안 공포 속에 식은땀이 흐르는 공포증의 세월이 계속 되었다.
괜스레 온 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헛심을 쓰기에 차를 탄다음 날은 온 몸이 등짐을 진듯이 통증까지 왔다.
이런 '자동차공포증' 증세는 10 여년도 훨씬 넘게 지속 되었고, 40년이 넘은 지금도 그때의 습관이 몸에 배어 차에 타면 어느새 창문 옆에 손잡이를 잡기 일쑤다.
그날 언덕 위에서 산 아래 논바닥까지 차가 수십 바퀴 나뒹굴 때 얼마나 심하게 충격을 받고 놀랬으면 이런 증세가 몸에 배었을까?

그 사고 이후, 몇년 뒤에 충남 공주시외 모 고등학교 교사로 있던 시절 출근길이 멀어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 어느 날 길에서 어린 아이를 치어 경상을 입혔는데도 오토바이가 무서워 팔아 치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동차공포증'이 좀 자연 치유 되었는데 오토바이 사고 이후 증세가 또 도졌다. 할 수없이 이번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였다.
그날 이후에 '고소공포증' 증세도 심해져 생활하는데도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10여년 후인 80년대에서야 핸들을 잡고, 자가용도 마련했다.
이런 노이로제, 즉 공포증 증세는 남의 일이라서 체험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외의 그 증세를 가히 짐작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끔 나의 '자동차공포증' 얘길 하면 듣는 사람은 잘 믿어 주질 않는다.
여하간 40년이 지난 지금도 '자동차공포증' 증세는 어느 정도 남아 있고 차타기, 비행기 등 탈것에 대한 공포증도 있으며, 고소공포증까지 남아있어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
하지만 노이로제나 공포증에 대해서는 당사자만이 그 괴로움을 안다. 내 친구 하나는 손톱깎이가 없던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칼로 손톱을 깎아주다 손톱을 다쳤는데 그 뒤로 손톱 깎는 게 겁나 여자마냥 손톱을 길게 기르고 다녔다.
나의 '자동차공포증'도 생명에 지장은 없는 아주 큰병이나, 병 중에 아주 고질병이다.

덧붙이는 글 <자동차 응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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