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핵거리지마 시즌2를 시작하며

성미산학교 중등 2013 도보여행

검토 완료

김명기(nickace)등록 2013.04.23 11:28
"땅 위를 걸어가면 나무, 강, 나비, 딱정벌레 같은 자연과 아주 가까이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줍니다. 나는 내 두 다리가 내 신체에서 가장 창조저인 부분이고, 걷기가 에너지의 가장 창조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두가 자연의 아름다움, 즉 생명과의 친밀한 접촉을 통해 얻어진 것입니다."
- 사티쉬 구마르 -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탈핵은 삶이 가능하기 위한 최우선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성미산학교 중등은 탈핵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기 위한 방법으로 '핵핵(核核)거리지마'라는 이름으로 경기도 용문에서 핵발전소 예정지인 삼척과 현재 핵발전소가 가동 중인 울진까지 두발로 걷는 반핵평화도보여행을 기획하고 수행했습니다. 당시 300km에 이르는 길을 가장 원초적인 이동수단인 두 발만을 이용해 걸으면서 자연 앞에 겸손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서 성찰하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밀양은 현재 송전탑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 투쟁중입니다. 핵발전소에서 대량으로 생산해 낸 전기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끊임없이 전송시켜야 하는 중앙집중식 에너지 수급구조에선 지역에 수만 개의 송전탑을 건설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민중들의 삶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2012년 저탄소여행으로 밀양을 방문했던 중등은 그 곳에서 송전탑 건설에 맞선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주민과의 만남을 통해 공존하는 존재들 간의 책임감에 대해 고민하며 수백 장의 벽돌을 산 위로 옮겼습니다. 또한 기계적 중립을 넘어서 우리는 지금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올해 중등은 2011년 반핵평화도보여행과 밀양 저탄소여행의 경험을 연결하는 탈핵평화도보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2011년 여행의 종착점인 울진에서 2012년 여행 장소인 밀양까지 260km에 이르는 길을 다시 한 번 도보로 걷기로 했습니다. 핵발전소가 가동 중인 울진, 건설예정지인 영덕, 방폐장 건설 중인 경주, 765kV 송전탑 반대 투쟁 중인 밀양을 두 발로 걷는 도보여행은 핵을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우리나라 에너지 구조에 대한 최전방에서의 저항이 될 것입니다.

자본의 축적만을 맹목적으로 지향하는 지금의 인류문명은 과정 없이 목적지만을 빠른 속도로 도달하려는, 화석연료에 의존한 교통수단을 통한 여행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도보여행은 전 과정이 오롯이 경험으로 기록되는 인간의 삶의 여정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걷니는 단지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하는 것을 넘어 성장에 대한 자신의 속도와 리듬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걷기를 통해 자신의 몸에 대해서 돌아보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타인이 아닌 자신에 대해 깊이 돌아보는 명상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인도의 생태사상가 사티쉬쿠마르는 60년대에 90세의 버트런드 러셀이 핵반대 시위를 하다가 투옥됐다는 기사를 읽고 핵 강대국들의 수도인 모스크바, 파리, 런던, 워싱턴까지 8,000마일의 평화순례를 했습니다. 그의 순례는 이후 생태평화운동에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중등의 이번 도보여행도 그런 의미 있는 여행이 되길 기대합니다.

글 : 나무(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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