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가 일상인 서비스직종 감정노동자들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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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mywjd0317)등록 2013.05.06 11:46
"뜨거운 음료 시켜놓고 음료가 나오니 차가운 음료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제 상식으로는 이해 안 되는 손님들 많죠."

최근 서비스직종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의 현실이 주목받고 있다. 하루 10시간을 서서 일하며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문아무개(26)씨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다고 했다.

그는 "커피 매장이 백화점에 소속돼 있다 보니 한사람 당 상대해야 하는 손님이 너무 많다"며 "나이가 지긋한 손님들은 무조건 반말을 한다"고 말했다. 어떤 날은 손님이 '태도가 불량하다'며 시비를 걸어 '죄송하다'라는 말만 반복하기도 했다고.

감정노동자들은 다른 직종의 비해 업무 스트레스 강도가 높다. 정당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화를 참고 웃는 얼굴로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감정노동자는 우울증 경험 비율이 비감정노동자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201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울증 경험비율로 여성이 16%, 남성이 10%이다. 반면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서비스직 감정노동자들이 26.6%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백화점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모씨(25∙학생)는 "매장 내 교육을 받는데 환한 미소와 친절은 강조 한다"며 "불합리한 경우에도 친절로 대응해야 한다"고 교육받는다고 한다. 이어 그는 "나는 아르바이트생이기 때문에 매출에 부담을 크게 갖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장 매니저는 아침마다 회의를 하고 올 때마다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면 매장을 내줘야 한다며 괴로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손님이 없을 때는 매장에 좀 앉아서 쉬고 싶은데 백화점의 이미지 때문에 하루 12시간 이상 서 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백화점 본사 직원이 옷을 사는 고객으로 위장해 매장 직원들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를 점검해 직원들이 받는 고충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미용인 경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고객이 원하는 머리모양이나 메이크업을 구상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통 2-3시간 이상의 작업시간을 소요한다.
미용인 이모씨(30∙헤어 디자이너)는 "미용실의 구조적 시스템이 미용인 1인당 2-3명의 손님을 상대하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의 머리 손질 하는 것이 내 일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 그러나 손님들이 우리를 전문직으로 생각해 주지 않고 서비스직종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속상할 뿐이다"며 "간혹 손님들 중 몇 명은 우리에게 '미용실에 마실만한 주스가 없다. 얼른 가서 사고와라.'이러면 머리를 손질하다가 바로 사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고객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참는 직종은 938만명이나 된다. 이들의 인권은 보호 받아야 마땅하나 서비스직종이라는 타이틀 아래 감정을 감추고 웃음으로 늘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직무스트레스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아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선진국처럼 고객과의 마찰 등에서 오는 직무 스트레스를 심각한 문제로 보고 기업 차원에서 상담 인력과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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