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입, 윤창중에게서 배우 박시후가 보이네?

[기자수첩] 배우 박시후와 윤창중의 성추문 논란에서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

검토 완료

이선필(thebasis3)등록 2013.05.23 16:00
연일 '성논란'이다. 두 남자의 '순간적 선택'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외모는 참 다르지만 두 사람은 다른 의미에서 묘하게 닮았다. 연루된 사건, 그리고 이들이 대처하는 방식까지 말이다. 물론 하나는 따끈한 사안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약 3개월을 끌면서 단물 진물이 다 빠졌다는 차이는 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배우 박시후 이야기다.

일단 성추문에 휩싸인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이번 사건으로 대외적인 활동에 있어서 심각한 이미지 추락을 맞게 됐다는 점이다. 사안의 특수성상 윤리적·도덕적 문제와 직결되기에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배우 박시후야 피해자가 소를 취하했고, 담당 검찰에서 박시후의 모든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기에 어느 정도의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어느 정도다. 연예인 지망생과 '뜨거운 밤'을 보낸 이후 그가 대처를 해온 방식을 통해 박시후는 세간에 알려진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에 대한 대중들의 실망감이 완벽히 사라지긴 힘들어 보인다.

이미지 타격면에서 보자면 윤창중은 가히 절망적 수준이다. 윤창중은 성추행 조사 결과와 별개로 정치계에서 영영 발을 끊어야 하는 상황이다. 윤리적 잣대를 가장 예민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공무 수행 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중 현지 가이드를 성추행한 혐의라고 간단히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의 행동으로 인해 한미 양국이 참 오묘한 긴장관계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까지 갔다. 이미 청와대의 입 역할은 물 건너 간 셈이다. 격려 차원에서 가이드에게 내민 손이 성추문이 됐으므로 자칫 '청와대의 손'으로 놀림 받을 수도 있을 법하다.

열이면 아홉, 걸리면 일단 부인! 왜 이러는 걸까요?

두 사람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일단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는 점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치자.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공인'이란 점에서도 당사자가 자신의 혐의를 시인하는 행동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한다 싶다. 두 사람 모두 사건 연루에 대해 일단 '송구하다'라고 말을 했으면 다른 방식으로 진정성을 보일 방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박시후는 성관계는 인정했지만 강제성은 없다며 초지일관 무고를 주장해왔다.

결과적으로 지난 10일 담당 검찰이 사건을 종결하면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기에 박시후는 혐의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장장 3개월간 사건을 두고 대처하는 그의 방식은 세련되지 못했고, 진정성을 찾기 힘들어 보였다. 성추행, 성폭행은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직접 신고를 해야 조사가 가능한 친고죄다.

본인의 무고를 깔끔하게 주장하면서 고소인에 대한 배려를 고려했다면 맞고소까지 가진 않았어야 했다. 그의 주장대로 '호감을 갖고 마음을 나눈 사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게다가 자신의 전 소속사 대표를 고소했고, 고소인 A씨의 지인까지도 연루되게 했다. 이 정도면 본질을 제대로 흐려버린 처사인 셈이다.  

윤창중은 또 어떠한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스스로 밝혔듯 "문화적 차이일 뿐 성적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손이 닿았던 미국 현지 가이드가 터치에 예민한 사람일까. 아니면 박시후 사건에서 나온 일부 주장처럼 '돈을 노린 의도적 접근'이었을까. 둘 다 과한 상상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박시후가 아닌 이상에야 차라리 윤창중이 평소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해 악력이 세져 있었다고 해명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두 사람을 비롯해 성과 관련해 곤란한 지경에 빠진 공인들의 예는 많다. 글로벌하면서도 가장 유명한 예는 미국 클린턴 대통령일 것이다. 백악관 인턴과 성추문에 휩싸여 탄핵 위기까지 갔던 그 역시 자신의 행동을 강력 부인했었다. 이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적극적인 국민과의 스킨십, 국정 수행 능력을 보이며 위기를 빠져나가고자 했다.

윤창중이 그러한 클린턴을 예로 들며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성추문에 걸렸지만 클린턴은 강한 추진력으로 위기 돌파했다면서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며 당위론을 펼쳤다.  

그런 그가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어떤 당위를 지켰나. 청와대 안팎을 살피며 시의적절한 말을 전하는 게 그의 임무였다. 적어도 이번엔 입보다 손이 먼저 나갔다. 배우 박시후와 더불어 윤창중도 이후 어떻게 대처하고 행보를 이어갈지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