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돌린 경제 속 호모 루덴스는 없다.

우석훈<88만원 세대>, 호이징가<호모루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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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은(whgmldms12)등록 2013.05.25 11:04
주말, 휴일, 그리고 방학이 되면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휴식을 취할 뿐만 아니라 평일에 하지 못했던 '놀이'들을 하게 된다. 놀이의 의미는 신체적, 정신적 활동 중에서 수면, 배설, 호흡 등 직접 생존에 관련되는 활동을 제외한, 일과 대립되는 것이다. 쉬지 않고 인생을 살아온 그들에게 놀이는 그 동안의 고된 것들을 말끔히 풀어주고, 또 다시 새로운 날들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지금의 20대, 곧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놀이를 즐길 틈이 없다.
물론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놀이를 즐기지만, 그것은 그저 단순한 휴식에 불과할 뿐이고, 한 끼 밥값과 등록금 문제로 고민하는 그들에게 '비용' 이 들어가는 활동일 뿐이다.
어렸을 적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즐거움으로 놀이를 즐겼을 그들이 지금은 놀이를 생각할 틈도 없게 되어버렸다.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하며 집에 와서 잘 틈도 없이 과제에 몰두하고, 각종 자격증과 취업경쟁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살고 있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즐거운 생활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비집고 들어갈 만한 자리도 없을뿐더러, 쥐구멍이라도 찾는다고 쳐도 엄청난 경쟁에 시달릴 뿐이다.
승자독식게임에서 그들은 패자부활전이라는 조취조차도 없이 동기간의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로망이 가득 담긴 청춘의 세대를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10대의 이야기로 먼저 돌아 가보자. 어떤 10대 아이가 부모에게 남자와 동거하겠다고 말을 꺼낸다면 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화를 낼 것이고 심하게 책망할 것이다. 이런 우리나라와 다르게 유럽 등의 외국에서는 웬만큼은 허락해 주는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동거를 허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믿어주고 이해하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사회적, 문화적 차이가 있겠지만 경제구조도 한 몫을 한다고 <88만원 세대> 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10대들이 독립을 한다고 칠 때 당장 필요한 것은 집이다. 과연 그들이 받는 용돈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외국은 주거비용도 쌀뿐더러 월세보조금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비해서 집을 구하기가 쉽다. 저소득층에게 주어지는 보장제도가 10대들에게도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다.

이제 20대의 이야기로 들어 가보자. 당장 그들이 맞이하는 것은 등록금이라는 현실이다.
단순히 10대 시절에 받던 용돈만으로는 등록금을 충당할 순 없다. 등록금을 제하더라도 한 끼 식사를 하기도 어려운 판에 집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다보니 외국에 비하여서 우리나라의 10대와 20대들은 부모 밑에서 얹혀사는 것이 대부분이고, 독립을 한다 쳐도 언제나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 일쑤다. 이런 경제구조 속에서 10대와 20대들이 그들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경제 구조뿐만 아니라 앞 세대의 독점형태도 이들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
앞 세대가 무분별하게 자원을 소비하면, 후 세대에게 남는 자원은 거의 없다. 이처럼 앞 세대가 독점적으로 모든 것을 차지해 버리면 후 세대가 차지할 것은 없다. 지금 20대가 맞이한 현실이 그렇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20대 청년들을 위한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미 정해져버린 경제구조가 바뀌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경제구조가 뒤틀리고 엉망진창이 된 지금 이 88만원 세대에게 호모루덴스의 삶을 살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물가도 하늘 높이 뛰어 오르고, 당장에 취업할 길이 막막하고, 취업을 하기 위해 가는 대학교의 문턱은 쉬워도 비싼 등록금이라는 현실이 가로 막는다.
놀기 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고, 그 자본을 구하고자 하니 현실이 막막한 이들에게 어떻게 호모루덴스가 되라는 것인가.

물론 비용이 들지 않는 선에서 말 그대로 즐기는 놀이도 가능하다. 하지만 당장 앞길이 막막한 이들에게 놀이는 그저 잠깐의 휴식을 위한 것일 뿐. 잠깐의 달콤한 휴식 뒤에도 그들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과연, 이들이 호모루덴스의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당장의 현실이 변해야 할 것이다. 20대들의 힘만으로는 이 자본주의의 세대를 바꾸기는 어렵다.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 취업지원 뿐만 아니라, 등록금이라는 장벽을 풀어주고, 비싼 물가를 바로잡고, 앞 세대의 독점을 풀고, 여유를 만들어 주는 등의 현실적이고 구제척인 방안으로 이들을 도울 때에 88만원 세대는 호모루덴스의 삶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88만원 세대에게 호모루덴스의 삶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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