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학보 창간 3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3일 학부생 445명, 교수 45명, 교직원 30명 총 520명을 대상으로 구독률 및 인식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재 대학신문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봤다.
▲ 한림학보 구독률 설문조사 결과. ⓒ 전창대
10%의 독자들
학보와 독자들이 멀어지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한림학보 구독률(매주 읽는다)은 11.7%로 지난 2003년 구독률인 13.4%보다 1.7% 가량 소폭 하락해 사실상 10년 전 구독률과 별다를 바 없었다.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매주 학보를 읽는 독자는 11.7%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한 번도 학보를 읽지 않았다'는 29%로 가장 높았다. 이외에는 '한 달에 1~2번'21.3%, '일 년에 2~3번'20.6%, '한 학기에 2~3번'17.3% 순으로 조사됐다.
독자들은 왜 등을 돌렸나
독자들은 왜 학내 언론에 등을 돌린 걸까.
우선, 콘텐츠가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점이 컸다. 사회대 한 학생은 "학보가 평소 우리가 잘 모르는 주제를 다뤄주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보도 내용이 한 학과로 치중돼 있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진정한 학보는 모든 학과를 어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자들의 입맛에 맞는 주제가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학보가 단순히 정보 전달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선미(한림대 언론정보ㆍ1년) 씨는 "실제로 대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내용이 없다"며 "헤드라인을 보자마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누가 요새 종이신문 보나요?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종이신문의 퇴보 또한 구독률 하락에 한 몫을 했다. 한국 ABC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구독률은 1998년 65.1%, 2001년 51.3%, 2006년 34.8% 순으로 점차 하락해 2010년 29.5%를 기록했다. 과거 높은 구독률을 자랑했던 중앙 일간지조차도 2010년대 들어서는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마트폰 등 종이가 아닌 새로운 매체 등장의 영향이 가장 컸다. 정보의 유통 경로 판도를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실시간 속보 등 정보를 손 안에서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는 편리성까지 더해진 것이다. 이러한 매체의 발달은 종이신문의 위기를 재촉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됐다. 이지원(한림대 국어국문ㆍ1년) 씨는 "종이신문은 휴대성도 낮고, 지면에 기사가 빼곡이 있어 보기에 부담이 된다"면서 "스마트폰은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고, 헤드라인만 보고 원하는 기사를 골라 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뉴스를 접할 수 있는데 굳이 종이신문을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림학보는 매체 발달의 흐름과 독자들의 정보 접근성 편리를 위해 '인터넷 한림학보'와 '모바일 한림학보'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나, 설문조사 결과 이를 이용해 본 적이 있는 독자는 13.3%에 불과했다.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독자들
한림학보가 대학 언론으로서 학내 여론 형성과 정보전달, 비판 기능을 성실히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림학보가 언론 기능을 잘하고 있냐'는 질문에 '보통이다'가 36.7%로 가장 높았고, '잘 하고 있다'가 17.9%로 뒤를 이었다. 또한 '기사의 질은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보통이다'가 39.8%, '좋다'가 23.7%로 독자들에게 다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독자들이 이용하는 배포대 위치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66%가 '배포대 위치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반면 '배포대 위치가 적절하지 않다'고 꼽은 응답자들은 '건물 입구에 위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포대 이용 빈도는 연암관 1층이 22.1%로 가장 높았다.
그래도 학보는 필요하다
그래도 학보는 꼭 필요하다. 학내 여론 환기, 대학 본부 감시 등 언론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면서도 대학 역사의 흐름을 담아두는 일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결과 '학보가 대학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가 40%로 압도적이었고, '필요하다'가 35.2%로 뒤를 이었다. 류지원(언론ㆍ3년) 씨는 "학보는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해 줄 뿐만 아니라 학내 소식을 전달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며 "대학 본부를 감시하는 측면에서도 학보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기의 대학신문, 해결책은 없을까
그럼에도 학보의 필요성은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 학보는 대학과 학내 구성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성과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언론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 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학보가 학생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 결과 취업면(20.6%)과 국제면(14.4%)이 가장 미흡한 면으로 꼽혔다. 미흡한 이유에는 각각 '다양한 학과에 대한 취업 정보 부족', '국가만 바뀔 뿐 매주 똑같은 기사'라는 자유의견이 많았다.
단과대학별로 구독률을 집계했을 때 사회대가 30.5%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인문대 8.75%, 공대 6.3%, 자연대 6%, 경영대 1% 순이었다. 국제학부와 의대는 매주 구독하는 학생이 없었다.
▲ 한림학보 구독률 설문조사 결과. ⓒ 전창대
한림학보는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휴대성을 강조한 신문 판형인 베를리너 판으로 변경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성화에 발맞춰 작년 페이스북 계정을 신설해 독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속보를 받아볼 수 있게 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학내 구성원들의 신문구독을 돕기 위해 담헌관 1층과 고령사회교육센터, 2학기에 완공될 레크레이션센터에 배포대를 추가 설치한다.
학내 구성원들이 가장 관심 있게 보는 보도면(20.8%)은 '단순한 정보 전달에만 그친다', '보도의 비판 기능이 약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본지는 최근 다양한 설문조사를 통해 학내 여론을 파악하고 대학언론으로서 공론장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취업과 관련 있는 경제나 영여 동아리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수습기자 지원율이 현저히 감소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에 서울 주요 대학 학보사들은 수습기자 지원 자격을 완화하고 '객원 기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해결책을 마련 중이다. 한림학보 또한 학내 곳곳에 수습기자 모집 포스터를 배포하고 SNS에 모집 공고를 내는 등 수습기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림학보 전창대 (한림대 언론 전공ㆍ3년) 편집장은 "이번 30주년 좌담회와 설문조사를 통해서 느낀 바가 많다"며 "학내 구성원들의 소통을 돕겠다고 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일을 계기로 한림학보는 출입처 취재는 물론 학내 구성원들을 만나 고충과 불만사항을 더 귀 기울여 들을 것을 약속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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