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모임이라도 요금은 내고 타야죠”… 무임승차 실태를 살펴보다

개인주의 만연으로 협동작업 기피…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 부족해

검토 완료

전창대(funnycam)등록 2013.05.27 10:42

조별무임승차 사례 ⓒ 김채린


시험 부정행위, 과제물 표절, 조모임 무임승차 등 대학생들의 비윤리적 학습 행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 학기 불만이 높은 '조모임 무임승차' 실태를 보도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봤다.

#1. 조모임을 할 때마다 '나 아르바이트 하러 왔어', '지금 친구 만나고 있어', '다른 과목 조모임 가 있어'라고 핑계를 대며 미꾸라지 같이 이리저리 피하는 A씨. 하지만 교수님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척'한다. 그리고 과제 제출 당일, '미안하다'는 말도 않고 당당한 태도로 일관한다. 심지어 그의 성적은 조원들과 똑같았다.

#2.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는 독불장군 B씨. 다른 의견도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무조건 자기 말만 맞단다. 그 때문에 마찰이 생긴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다른 조원이 만든 발표 자료를 자기 마음대로 바꿔 발표한 덕분에, 조원 모두가 최하 점수를 받았다.

전공, 교양 구분 없이 학부 수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처럼 조별 과제 수행에 참여하지 않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학생이 뻔뻔하게 과제물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조모임 무임승차'라고 일컫는다. 또한, 이러한 조원들을 빗대어 생긴 신조어가 있다. 일명 공짜로 편승하는 사람, '프리라이더'(Free rider)이다.

조모임의 불청객, 프리라이더
이러한 프리라이더들은 정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다른 사람이 노력해 이룬 성과를 나눠 가지려고 한다. 이들은 적극적인 조원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학습의지도 손상시킨다. 오우정(한림대ㆍ2년) 씨는 "대부분 조원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몇몇 학생이 조모임에 참석하지도 않으면서 성적은 똑같이 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속 빈 강정, 복학생 조장
조 구성을 마치고 나면 조장을 정하는 문제에 당면한다. 조장은 조 활동 기여도를 인정해 가산점이 주어지는 경우가 있어 학생 사이에서는 예민한 문제다. 몇몇 학생들은 활동 과정에서 조장에게만 의지하는 등 자칫 조모임에 대한 무관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조장은 고학번인 복학생이 맡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복학생 대부분이 군대를 다녀온 남학생으로 3, 4학년인 후배보다 전공 지식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효진(한림대ㆍ3년) 씨는 "보통 선배들과 함께하면 과제를 풀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갓 복학한 선배들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선배가 조장이 돼 제 할 일을 하지 못하면 조원들이 더 힘들어진다"며 "선배다보니 지적하고 화낼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개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내놓은 결과물은 결국 다른 구성원들이 그 작업을 다시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조원들에게 부당한 짐을 지울뿐더러 과제 진행을 더디게 한다.

조모임을 꺼리는 학생들
조모임에서 수행하는 과제가 많은데다 최근 학생들의 개인주의적인 태도가 협동 작업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개인의 역량보다는 조원 구성에 따라 성적이 판가름되는 현실이 개인 과제를 선호하게 하는 것이다. 조원들과는 과제 수행을 위해 만난 관계이지만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학생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구성원 사이에 돈독한 관계 형성을 막아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기 힘든 상태다. 사회대 한 학생은 "학과 활동, 동아리 등 이것저것 참여하는 것도 많고 할 일도 많아 수업 시간 외의 조모임에 시간을 내는 것이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그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취업 준비로 각종 공모전에 참여하고 싶은데 수업 과제가 많아 모든 걸 놓고 싶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실은 학생들을 쉽게 프리라이더로 변하게 만든다. 조모임 과제보다 개인 활동 시간을 더 중요시 하는 학생들이 프리라이더가 되는 경향이 있다. 조모임의 경우 본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결과물은 나오지만, 개인 과제는 본인 하기에 따라 성적을 받기 때문에 학생들은 개인 과제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공대 한 학생은 "조별 과제보다 개인 과제에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조모임은 굳이 적극적이지 않아도 대체로 성적을 잘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리라이더, 해결책은 있는가
일부 전공 수업에서는 조 구성을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맡긴다. 동기나 아는 선후배와 함께하면 서로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며, 이는 좋은 결과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조모임 방식이 모든 수업에서 적용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복학생, 편입생, 전과생, 복수전공생 등 비교적 전공 내 활동이 적은 학생들은 조 구성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교수들은 이러한 조모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를 구성하는데 나름대로 보편적 기준을 세운다. 예를 들자면 성비, 학년, 전공을 골고루 섞는 등 같은 선상에서 공평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몇몇 교수들은 학기 말 조별 보고서를 통해 조원들의 기여도 평가를 진행한다. 김여진(한림대ㆍ사회복지) 교수는 "팀 바탕 학습모델을 참고해 동료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모임 무임승차를 방지하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학생들이 동료 평가를 하는데 있어 적극적인데다 대체로 일관된 결과가 나와 점수를 반영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조모임 무임승차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대부분의 학생은 교수들이 보다 세밀한 조모임 채점을 바탕으로 '프리라이더'들을 걸러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이에 따른 해결책으로 일부 학생들은 "교수가 주기적인 중간 점검을 통해 각 조원들이 맡은 활동 상황을 확인하고, 그에 알맞은 피드백과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간 점검에서 얻은 개별 점수와 최종 결과물, 기여도 평가가 최종 성적의 밑그림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전공 수업에서 만족스러운 조모임을 했다는 전승화(한림대ㆍ2년) 씨는 "교수님께서 각 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개별 면담을 통해 조원에 대한 평가도 들으셨다"면서 "확실히 수업에서 무임승차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원들이 직접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면 이는 프리라이더들의 무책임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조원에게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지속될 경우 교수와의 면담을 통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또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조모임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교수는 "프리라이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곁들여져야 한다"면서 "각 조원들이 올바른 학습 윤리 의식을 가지고 조모임에 임한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조모임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시간 약속을 정하고 모이던 보편적인 모습과 달리 온라인상에서 조모임이 이뤄지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의 조모임이라고 하면 네이트온과 같은 PC 메신저를 통한 활동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모임이 늘고 있다. SNS의 사례로는 카카오톡 그룹채팅, 페이스북 그룹, 밴드 등이 있다. 이러한 서비스가 자신이 맡은 과제를 올리고 서로 피드백을 하는 등 조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인문대 한 학생은 "요즘 대학생들은 스마트폰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SNS를 이용하면 조원과의 소통이 쉽다"며 "이렇게라도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 조모임 무임승차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인걸(한림대ㆍ3년) 씨는 "카카오톡을 이용한 조모임은 의견이 적확하게 전달되기 힘들다"며 "아무래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조모임을 하는데 더 수월하다"고 반박했다.

조모임의 불청객인 프리라이더, 누구에게나 일과 사연은 생길 수 있기에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어느 '누구'에게만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강의식 수업에만 익숙한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조모임은 심리적인 '압박' 그 자체다. 조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조모임에 참여하는 자발적인 노력과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림학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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