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언론기구의 불편한 취재현실

구두 문답도 홍보팀을 거쳐야만 하는 대학 언론의 현실

검토 완료

전창대(funnycam)등록 2013.05.27 12:14
- "안녕하세요, 한림학보사 전창대기자입니다. 취재건과 관련해 몇 가지 여쭤보러 왔습니다." 
- "학생들에게 아무런 절차 없이 답변할 내용은 아니니 질의서를 보내오면 답변하겠습니다. 그만 하시고 돌아가세요."

학보사 기자들이 민감한 사안을 취재할 때 겪는 어려움이다. 질의서는 학생들이 학내기관에 자료를 요청할 때 제출해야 하는 공문서인데, 학보사 기자가 학내 부처에 취재를 요청할 때도 질의서를 작성해 대외홍보팀에 제출하도록 요구받는 일이 종종 생긴다. 부처 직원들의 입장에서야 학보사 기자를 상대해야 하는 껄끄러움을 피하고 답변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며 혹시라도 오해를 살 수 있는 보도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공식 절차를 거친 서면 질의와 답변이 편리하고 안전한 수단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1주일에 한 번 발행되는 주간신문이라도 실제 취재할 수 있는 시간이 3일 정도에 지나지 않는 학보사의 현실에서, 질의서를 작성해 대외홍보팀에 제출하고 제출된 질의서가 해당 부처에 전달돼 검토된 후 다시 대외홍보팀을 통해 답변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기자에게 취재를 포기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학보사 기자라고 특별한 대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학교 자료를 아무런 절차 없이 학보사 기자들이 건네받을 수는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계자료나 문건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구두 문답으로 관련부처의 입장을 듣고 싶을 때에도 질의서를 주고받으며 며칠, 몇 주씩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취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경전을 넘어서서 취재를 회피한다고 느끼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대학의 리모델링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학내 언론인 학보는 구성원들의 일상적인 불편을 보도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리모델링으로 인해 학생들이 겪는 고통과 교수 연구실 누수로 인한 피해를 보도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 기사에서 학생과 교수의 입장만 반영해서는 담당 부서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기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확하고 균형 잡힌 보도를 위해 관련부처의 의견이 절실했다. 하지만 담당 부서 직원들은 섣부른 입장 표명이 자신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인지 취재에 쉽게 응해주지 않았다. 전후 사정이야 어쨌든 담당 부서로서는 피하고 싶은 기사였을 것이라는 것도 이해된다. 그러나 결국 문제를 주도적으로 논의 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도 부서의 몫이다.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서는 취재원이 적극적으로 취재에 임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문제에 대한 책임회피보다는 개선 노력을 보이며 신뢰받는 학내 부서가 됐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림학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