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전시된 한 개인의 역사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검토 완료

나희경(fetter-free)등록 2013.06.09 16:45

나는 나의 아내다 ⓒ 두산아트센터


어두컴컴한 박물관 전시실 안. 유리벽 안으로 정교한 미니어쳐 세트가 설치되어 있다. 앞쪽의 버튼을 누르자 홀로그램이 나타나 당시의 시대상을 재연하기 시작한다.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 오비상 최고작품상을 받은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가 두산아트센터에서 초연중이다. 배우 1명이 1인 35역을 연기하는 모노드라마인 이 연극은 나치치하와 독일 사회주의,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의 자본주의를 온전히 겪어낸 여장남자 '샬롯'의 인생을 더그라는 화자가 큐레이팅하여 보여준다.

대부분의 모노드라마가 주인공 스스로 화자가 되는 형식이지만 이 공연은 '더그'라는 화자가 주인공 '샬롯'을 조사하고 인터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배우가 주로 연기하는 역할은 '샬롯'이지만, 우리가 보는 샬롯은 더그가 보고 느낀대로 잘라낸 모습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형태가 아니다 보니, 관객은 '샬롯'이라는 인물에 대해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

공연을 다 보고 나면 남장여자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폭풍같은 역사를 온 몸으로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서있는 인물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내 스스로의 역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한 사람의 이야기를 두시간 동안 듣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배우 덕분에 관객의 집중도 흐트러질 새가 없다. 단 한명만 서있는 무대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그림자들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6월 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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