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책제목에 숨겨진 딸들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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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lej7002)등록 2013.06.10 11:48
  여름날 토요일 오후, 광화문에 있는 대형 서점에 들른다. 책과 사람들이 뒤엉킨 공간에서 책이 주인인지 사람이 주인인지 헷갈린다. 그래도 종이냄새보다 땀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사람이 공간을 압도하고 있는 듯하다. 누워있는 책, 서 있는 책에는 제각각 이름이 적혀있다. 현란한 치장을 한 책들을 보니 눈이 바빠진다. 책 제목은 광고카피처럼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최근 베스트셀러의 책 제목을 보면 사람들의 욕망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꾸뻬씨의 행복여행'이 1위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행복한 여행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시작', '빅 피처를 그려라' 등에서 또 하나의 욕망을 끄집어낼 수 있다. 초라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기 때문에 '위대한','빅'이라는 낱말에 매혹되는 것이리라. '은밀하게, 위대하게'라는 영화도 '위대하게'라는 말이 빠졌다면, 지금처럼 성공하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지면서 이기는 관계술',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성공을 향한 방법으로 자신의 능력보다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독자들은 여기는 것 같다.
  몇 년 전 서점 가를 휩쓸었던 '엄마를 부탁해'는 요즘 딸과 엄마와의 관계를 한 마디로 요약한 제목이다. 언뜻 보면 딸이 애틋한 마음으로 엄마를 걱정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엄마에 대한 책임감을 타인에게 떠넘기고 싶은 딸들의 욕망이 숨겨있다. 자녀를 적게 낳는 풍조에다가 아들과 동등한 유산상속이 가능해진 현실에서, 부모에 대해 딸들이 체감하는 책임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 숲을 헤치면서 디스플레이 된 책표지를 들여다본다. 사람들의 욕망이 화려한 활자의 모습으로 변모된 채 꿈틀대고 있다. 뜨거운 전등 빛 아래서 책들이 땀을 흘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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