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기자들아 공부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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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규(gilmyung)등록 2013.07.05 14:45
기성용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요즘 스포츠 관련 기사를 보면 축구선수 기성용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기성용 선수가 최강희 감독에게 도가 넘는 독설을 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내용은 나이 많은 감독이란 위치에 있는 높으신 분께 독설 수준을 넘어서 조롱과 비아냥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그렇다. 이 내용은 최근에 불거진 축구 국가대표팀 내의 뒤숭숭한 소문과 함께, 최강희 전 감독의 전술운용과 경기내용, 그리고 인터뷰 내용과 결부되어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김현회 칼럼리스트의 이른바 폭로에 이어 온갖 매체의 기사는 기성용이란 한 선수를 오만하고 버릇없고 인성이 잘못된, 그래서 실력만 믿고 이 상태로는 다시는 축구 국가대표를 해서도 안 되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지금 당장 인터넷에서 기성용 관련 기사를 읽어보라. '기성용은 나쁜 X'라고 너도나도 떠들고 있다.

하지만 이거야 말로 제정신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성용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무슨 소리냐고? 쉽게 이런 예를 생각해 보자. A라는 회사원이 있다. 그런데 요즘 A는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즐겁지도 않다. 그 이유는 최근에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팀에 차출되어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잦은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 A는 자신의 소속부서에서 능력도 인정받고 일도 잘 배워나가서 자리를 잡는 중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아 프로젝트 팀에서 동시에 업무를 하는 것 까지는 명예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자랑스러웠는데, 프로젝트 팀리더가 B임원으로 바뀌고 나서 뒤죽박죽 된 것이다. A가 볼 때, B임원은 자신의 경력을 폄하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 중요한 업무에 처음부터 투입을 안 하다가 나중에 뒤처리만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또, B임원과 같은 조직에서 차출되어 온 동료만 편애하고 중요한 역할을 줬다. A가 볼 때는 자신보다 능력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B임원은 업무역량도 그렇게 배울 게 없어 보였다. 게다가 B임원은 시한부 임원이란다. 곧 떠날 사람이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하지만 A는 자신이 받는 업무스트레스를 대 놓고 얘기하거나 앞에서 따질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태업을 하면서 의사표시를 강하게 하는 것도 올바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A가 찾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믿을 만한 친한 친구들끼리 모이는 SNS 공간에서 비밀 글로 설정하고 뒷담화를 하는 것이었다. 능력 없는 리더라고 생각했기에 친구들과 '욕'을 하면서 그 생각을 자유롭게 나눴다. 단지, A도 사람인지라 아무리 B임원 앞에서 티를 안 내려고 해도 속마음이 보이기는 했을 것 같다. 그런데 뭐 어쩌랴. 근무태만을 하거나 지시를 대놓고 어긴 것도 아니고 인간적으로 싫어하는 티가 조금 났을 뿐인데. 그런데 문제는 뒷담화를 한 내용이 믿고 있는 친구들 중 누군가에 의해 회사 전체에 다 까발려지는 사건이 생긴 것이다. 그러자 모든 회사사람들이 갑자기 A보고 건방지고 오만하고 인간성이 나쁜 인간이라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과하라고 하고 다시는 프로젝트 팀에 뽑으면 안 된다고 하고, A는 어이없고 화만 날 뿐이다.

생각해 보자. 이런 예는 우리가 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누군가 같은 조직의 상사가 맘에 안들고 성에 차지도 않는다. 그럼 다들 어떻게 할까? 뒷담화하고, 희화화하고, 친구들과 술 마시며 맘 놓고 욕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고, 그런 방법이 면전에서 조직을 망치는 행동을 하는 것보다 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성용 사태를 보는 시각은 전혀 이렇지 않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국가대표의 신성함에서 비롯된다. 국가대표. 참 신성하기도 하다. 정말 우리 사회의 과도한 집단주의에 지겨워서 현기증 나겠다. 국가대표 감독이 맘에 안 든다는 사적 감정이 국가대표라는 신성한 위치에서는 제어되어야 하는 이유, 도저히 못 찾겠다. 이런 논리를 주장하는 스포츠 "찌라시" 기자들, 스스로 파시스트적 성향이 있는지 잘 좀 생각해 봐라. 또 이런 말도 한다. 싫어하는 사적 감정을 가지는 건 좋다, 하지만 감정을 드러낸 게 문제란다. 정말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 감정인가? 게다가 기성용 선수는 기자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신 '비밀 페이스북'에서 폐쇄적으로 소통하는 정도로만 드러냈다. 아니 그러면, 축구국가대표라는 신성한 지위를 누리는 기성용 선수는 그것도 하면 안되나?

문제의 본질은 김현회라는 그리고 칼럼리스트라는 거창한 직함으로 글을 파는 어느 한 사람이 그 폐쇄된 상태에서 개인의 정서적 건강을 위해 했던 말을 세상에 까발린 거다. 이 사람은 왜 그랬을까? 대한민국 축구를 너무 사랑해서? 국가대표가 이란에게 박살 나는 경기를 보고 충정의 마음으로 국가대표의 일치단결에 살신성인 하는 마음으로? 아니다. 그럴 거였으면, 아니 나였으면, 기성용 선수에게 개인적인 메시지 보낸다. 당신의 감정 잘 알고 있으나 대의를 위해 조금 더 희생하라고(사실 내 솔직한 심정은 이것도 오바다.). 결국 그 칼럼리스트는 이 어수선한 한국 축구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명예욕구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것도 남의 비밀 말을 까발리면서. 이 결과는 지금 보면 알겠지만 정말 가관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우리사회의 과도한 집단주의를 볼 수 있다. 선수들의 SNS를 제한한다느니, 축구협회는 진상을 조사한다느니, 뭘 조사하고 무슨 조치를 취할지 두고 볼 일이다. 20세 이하 대표의 성과를 형님들이 갉아 먹는다느니…… 장담하건데, 어느 이름 없는 칼럼리스트의 개인적 욕망의 결과가 어떤 사회적 소모를 발생하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게 될 거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하나의 선택으로 귀결되는 상황에 직면할 거다. 기성용을 국가대표로 뽑을까 말까? 웃기지 않나? 결국 김현회 라는 사람은 기성용을 뽑을까 말까라는 선택지를 만들어 준 거다. 장하다. 정말.

혹자는 또 지난 남아공 월드컵 때의 프랑스 국가대표의 자중지란과 비교하면서 걱정을 늘어 놓는다. 하나 또 얘기해 줘야겠다. 국가대표 주장이라는 에브라는 항명을 하고 경기 출전 거부도 하고 다른 선수들과 집단행동을 했었다. 근데, 기성용이 그랬나? 여기서 또 비이성적인 집단 광기가 나타난다. 기성용이 욕을 먹으면 에브라는 정말 '죽일 X'가 돼야 한다. 그런데 런닝맨에서 박지성과 친한 에브라는 우리의 자랑이다. 기성용이 욕먹은 건 인성 때문인데, 에브라는 그 천박한(?) 인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자랑'이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기자님들의 그 훌륭하신 글에 일일이 답변할 필요는 못느끼겠다. 그 인문학적 소양의 천박함과 비논리적 생떼성 주장에 기가 찰 뿐이다(예를 들면, SNS는 사적인 소통의 공간이 아니다라는 새로운 학설까지 등장했다. 기자라고 불리는 많은 분들이 글 쓰느라 공부할 시간은 없는 모양이니 한 마디 더 해두자. 관음증 걸린 사람처럼 남의 비밀 글 까발려 보고 흥분하는 변태만 없으면 SNS는 사적 소통 공간 맞다.)

한마디만 더 하자. 지금 당장 대형 서점 가서 리더십에 관련된 대학교재, 처세서, 조금 더 시간 나시는 분들은 리더십 관련 학술 논문 읽어 보시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리더십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 그다지 훌륭해 보이지 않는다. 기성용의 인성은 기성용을 욕하면서 자신도 누군가를 뒷담화하는 많은 분(?)들의 인성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최감독의 리더십은 크게 다르다. 최근 신문에 나온 문제가 된 그 인터뷰가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리더십 연구에 있어서 이 분, 아주 흥미진진한 분이다. 뻥축구가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해서 논쟁할 사람은 내게 연락 주시기 바란다.

아, 그리고 마지막. 김현회 칼럼리스트님을 비롯한 모든, 글로서 삶을 영위하시는 분들. 공부 좀 하자. 그리고 자신의 사적 욕망과 감정으로 글을 쓰는지 논리적으로 분석적으로 글을 써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있는지, 생각 좀 해 보자.

그리고 기성용 선수!
당신은 잘못한 것 하나 없으니 당당하게 축구만 하시고. 단지 세상 살면서 믿을 만한 사람한테 된통 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거. 그래서 말 조심할 필요는 있다는 거 정도만 알자.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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