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하지 말고 혁신하라고?

제목이 월척.

검토 완료

윤현민(skirish)등록 2013.07.12 17:00
오늘은 '장사하지 말고 혁신하라' 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1/3도 읽기전에 돈이 아까웠습니다. 최근들어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책의 마지막까지 동일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곁들인 이벤트성 길거리 광고를 위주로 마케팅을 하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장사를 해왔는지 책의 1/3가량 이야기식으로 소개가 나옵니다. 그리고 1/3은 자기가 경험하고 느꼈던 부분, 그리고 1/3은 열한명의 자영업자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첫 1/3에서는 퍼포먼스 길거리 마케팅으로 어떤 결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해 나옵니다. 두번째 1/3에는 자신의 노하우를 이용한 컨설팅 내용이 나오면서 다양한 조언이 소개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1/3에는 업계 고수라기 보다 분당 서현역 상권에서 매장을 영업하는 열분 정도의 사장님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자신이 했던 혁신은 다른사람이 하지 않았던 마케팅 기법을 사용했고, 타겟에 맞춰 적절한 규모의 준비, 최고의 서비스를 통해 성공적인 사업을 일구었다는 것인데 실제 자신의 몇번의 전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컨설팅에도 적용을 해 줍니다. 

물론 이분의 상권분석능력 좋고 탁월한 마케터임은 분명합니다. 매장의 핵심을 잘 찾아내고 그것을 이용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정말 묻고 싶은것은 이분의 스토리에서 찾을 수 있는 '혁신'은 무엇입니까. 저는 이 책에서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특별난 아이디어를 통한 혁신이라면, 그것이 이분이 전수해준 길거리 마케팅이라면 상권엔 자기 매장을 홍보하는 기인들이 넘쳐날것 같습니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면 각 매장에서도 보고 응용할 수 있는 혁신에 관한 아이디어나 매장 개선을 위한 디테일을 찝어주고 적용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 나는 이렇게 해왔어. 여러분들도 나를 따라 해보면 분명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어! 가 아니라 각 매장 사장님들이 읽고 감탄할 수준의 좋은 글이었어야 합니다. 이 책은 멋지게 화두만 던진 채 주변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혁신을 어떻게 하라고! How의 노하우를 전해주지는 않습니다. 

더욱 이상한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매장 사장님들의 인터뷰를 보면 명확해집니다. 책 광고페이지를 보면 업계 고수 11명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그냥 면담수준입니다. 책의 2/3가 매장에 맞는 컨셉과 디테일을 갖고 최고의 마케팅을 펼쳐 매장을 살려내는것이 주 내용인데 인터뷰 하신 분들중 몇몇은 사업을 하면서 마케팅을 한적 없다고 하신 분들도 많고! (그러면 앞뒤가 전혀 안맞잖아!) 작가의 주제인 혁신과는 별 상관없는 매장영업 인터뷰 입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 그들에게서 우리가 보고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디테일이 없었습니다. 이는 수박 겉 핥기이며 앞서 말한 노하우 없는 외침입니다. 인터뷰를 하신 모든 사장님들이 서현역 상권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입니다. 아시겠지만 서현역은 분당의 메인상권입니다. 이것 자체가 상권에 의한 매장운영었음을, 특별한 노하우를 지닌 사장들의 분투는 아니었다는걸 반증합다. 사장님들에게 어려움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고 이 인터뷰는 책 제목에서 부터 나오는 '혁신을 통한 성공사례'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 당신의 무용담 말고 구체적이고 좀 더 실용적인 정보를 알려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책의 끝까지 이야기여서 디테일이나 어떤 방식으로 헤쳐 나갔는지 배울점을 명확히 집어주지 않고 그냥 흘러갑니다. 이분이 하시는 조언들도 다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이고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하는 주제들도 진부합니다. 

혁신은 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책이 매장영업하는 사람을 변할 수 있게 만들지는 못할겁니다. 그렇게 보면 '장사의 신'과 많이 비교됩니다. 물론 이 책을 보고 좋은 내용으로 와닿는 분들도 분명 많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느끼는것은 다르니까요. 그러나 어떻게 혁신으로 이끌어 갈지, 사람들은 디테일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한 번 더 빡게 만든건 작은 판형에 좁은 디자인으로 한 페이에 글도 많지 않은데 순전히 편집만으로 200페이지를 넘겨낸 출판사의 꼼수입니다. 내용도 그닥이었고 가격도 비쌌습니다. 어제 쇼핑몰 관련 글을 하나쓰고 기분좋게 구매한 책이 아깝다고 느꼈던 하룹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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