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는 군인?

군대는,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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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권(dkahn21)등록 2013.07.15 19:28
당신은 중학교에 다니는 사내아이를 둔 부모다.
어느 날 아이가 심각한 얼굴을 한 채 다가와 친구와 이런 저런 갈등이
벌어졌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말을 걸어온다면 어떻게
하라고 조언할 것인가? 너무 어려운가? 그렇다면 보기가 있다.
① 무조건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해 갈등의 소지를 처음부터 없애버린다.
② 대화를 통해 갈등을 차근차근 풀어 나간다.
③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죽어 버리겠다고 위협해 갈등을 해결한다.
④ 칼이나 혹은 그에 맞먹는 치명적인 흉기를 휘둘러 상대방을 다치거나 죽게 해서 갈등을 해결한다.
이 4가지 보기 중에서 어떤 방법을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가? 답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보통의 상식을 가진 부모라면 당연히 2번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닥칠때마다 2번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멋진 아들'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자, 이제 그 아이가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징집 통지서가 날아왔다. 군대 영장을 받아온 아이에게 당신은 부모로서 뭐라고 말할 것인가? 혹시 마음속으로 이런 멘트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그래, 남자는 군대에 갔다 와야 진짜 사나이가 되는 거야, 진정한 사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군대에 갔다 와 해, 군인이야말로 가장 남자다운 진짜 사나이야!"
만약 당신이 정말 이렇게 말한다면, 당신은 아이에게 어떤 갈등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4번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조언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군대란 4번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훈련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아담, 폭력적으로 해결하는 카인

언제부터 '군인=남자다움=진짜 사나이'가 되어 버렸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군인=남자다움=진짜 사나이'란 등식이 맞는 것일까?
구성원들 간에 늘 불화가 심해 조용할 날이 하루도 없는 어느 회사가 있다. 어느 날 중간 관리자가 새로 왔다. 편의상 '아담'이라고 하자. 아담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그들이 왜 반목하고 불화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이런 저런 불만과 불편한 점들을 서로 이야기 하게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마음에 쌓인 앙금을 풀어가도록 했다. 그러자 회사는 거짓말처럼 갈등이 없어지고 웃음이 꽃피는 회사가 되었다. 물론 그렇게 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고, 그 동안 힘들어 한 구성원들도 있었다.

헬기레펠 헬기에서 줄을 타고 내려가는 훈련은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딘가 침투하기 위한 훈련이다. 침투해서는? 거기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러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싸우러 가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상대를 죽이러 가는 것이다. ⓒ MBC 화면캡쳐(진짜 사나이)


자, 이번에는 전혀 다른 성향의 중간관리자가 왔다. 편의상 '카인'이라고 하자. 카인은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주먹질을 하면서 욕을 했다. 심할 때는 흉기를 휘둘며 위협하기도 했다. 겁을 먹은 사람들은 카인의 말을 따랐고, 아무런 불평과 불만을 표시할 수 없었다. 서로 불평과 불만을 표시하지 않으니 당연히 갈등도 생기지 않았다. 회사는 아주 빠른 속도로 안정되어 갔고, 금새 평화가 찾아왔다.
자, 아담과 카인을 놓고 볼 때 남자다운 사람은 누굴까? 당신이 딸을 가진 부모라면 어떤 남자에게 시집보내고 싶은가? 당신이 회사 사장이라면 어떤 사람을 중간 관리자로 내려보내고 싶은가?

군인이란, 문제를 가장 폭력적으로 해결하도록 훈련 받는 사람

사람과 사람이 극단적으로 대립을 하게 되면 싸움을 한다. 주먹을 휘둘고, 흉기를 들기도 한다. 심하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다치거나 죽게 되면 어쨌든 갈등은 해결된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권장할 만한 것일까?
집단과 집단도 극단적으로 대립을 하게 되면 싸움을 한다. 만약 그 집단이 학교라면, 실력 곧 시험 성적으로 싸울 것이다. 기업이라면 상품 판매량으로 싸움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와 국가가 극한 대립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싸우게 된다. 그것이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누가 하는가? 당연히 군인이 한다. 그렇다면 군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라를 지키는 사람? 맞다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다. 문제는 군인이 어떤 방식으로 나라를 지키는가 하는 것이다. 군인이 상대 국가의 군인을 만나 서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나라를 지키는가? 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상대 국가의 군인을(때로는 민간인도) '죽이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나라를 지킨다. 그리고 실제로 군인이 군대에서 배우는 것도 모두 이런 것이다.

총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등에 메고 있는 저 총은 장난감이 아니라. 200미터 밖에서 쏜 총알에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 군인은 늘 저 총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언제라도 다른 사람을 죽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 MBC 화면캡쳐(진짜 사나이)


결국 군인이란 어떤 문제를 가장 폭력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이고, 그렇게 해결하라고 훈련을 받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곳이 군대다. 이런 군대에 가서 1주일이든, 3박 4일이든, 아니 단 한 1시간이든 뭔가 '훈련'을 받고 오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문제를 폭력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군인이 되어야한다

'나는 군인이 되겠다'는 사람이란, '나는 어떤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폭력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의 신념 자체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 사람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그런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이런 사람들을 원하는 곳이 있다. 바로 군대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은 군대에 가면 된다. 군대에 가서 폭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면 된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길이 곧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문제는, 갈등 해결을 폭력적으로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고 더 효과적이라는 신념 체계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군대에 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군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군대 예산만 낭비해 군 전력을 약화 시키게 하고 만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이 입대를 하겠다고 하면 앞장서서 말려야 하는 것이 바로 군대다. 그런데도 군대가 이런 사람들을 끝까지 '잡아다' 군복을 입히려고 한다면, 대한민국 군대가 존재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 복무제를 가장 강하게 외쳐야 할 곳은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처럼 대규모 종교 집단이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 복무제를 지지하거나 주장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큰 모순이다. 그들의 가르침이란 대화와 협상, 사랑과 이해, 용서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종교 테두리 안에서 실컷 그렇게(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가르쳐 놓았는데, 어떤 신자가 문제를 폭력적으로 해결하는 훈련을 받겠다며 군대에 간다면 말려야 할까 아니면 등을 떠밀며 가라고 해야 할까? 어떤 사람이 '폭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훈련'을 거부하겠다고 하면, 그 사람을 보호하고 지지해야 할까 모른체 해야 할까?
폭력적인 문제 해결 방법, 그 자체가 옳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지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격포... 저 포탄 한 발이면 4-8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 10명 정도는 거뜬히 죽일 수 있다. 진짜 사나이들은..지금 살인 훈련을 받고 있는 셈이다... ⓒ MBC화면 캡쳐(진짜사나이)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다가온다. 또 얼마나 많은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극기 훈련, 진짜 사나이, 멋진 사나이, 사나이 다운 사나이 운운하며 해병대 캠프에 가서 군사 훈련을 받을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런 훈련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어떤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훈련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 두었으면 한다. 군대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훈련받는 곳이라는 사실을. 그러므로 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 데리고 가서 훈련을 받도록 했으면 좋겠다.
대신 대화와 타협, 공감과 용서, 이해같은 가치관으로 무장한 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해병대 캠프가 아니라 평화 캠프나, 평화 수업이 이뤄지는 교실, 비폭력 학교...이런 곳으로 보내 그 기술을 훈련받도록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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