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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기차역 이름은 독특하다. 모스크바역은 모스크바에 있지 않다. 최종 목적지를 기차역 이름으로 쓰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에서 뻬쩨르부르그(상트 페테르부르크, 前 레닌그라드)로 가는 기차역의 이름은 레닌그라드역이다. 반대로 뻬쩨르부르그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역 이름은 모스크바역이다. 아침 해가 뜨고 있었다. 나와 쌤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역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 두 노드, 프랑스 카페였다. 아침 메뉴는 각 도시의 이름을 땄다. 나는 런던을 선택했다. 쌤은 파리를 선택했다.
"프랑스 식당에서 파는 영국 메뉴라.. 재미있지 않습니까?"
"한국 사람 두명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모스크바 역 앞 프랑스 식당에 들어와 런던과 파리 메뉴를 먹고 있습니다. 뭔가 글로벌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식당에는 치명적인 결점이 하나 있었다. 아침 식사가 너무 늦다는 거였다. 런던은 파리보다 1시간 반은 늦게 나왔다. 마치 런던과 파리의 시차처럼. 너무 오래기다리다 보니, 달걀 사러 갔나 하는 농담도 통하지 않았다. 사러 간 것이 아니라 달걀 낳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 뻬쩨르부르그의 모스크바 역 앞 기념비가 높이 솟아 있다. ⓒ 윤진
▲ 아침식사 런던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침 메뉴이다. ⓒ 윤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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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쩨르부르그에서는 모든 것이 좋았다. 그것은 숙소가 쌤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쌤의 기분은 숙소가 팔할이다. 쌤은 숙소를 이렇게 평했다.
"마치 론리플래닛 호스텔 섹션 에디터에게 컨설팅을 받고 운영되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완벽한 호스텔, 그 자체"
그러면서 마음에 드는 요인을 분석했다.
- 고급스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 딱 필요한 만큼 존재하는 서비스와 비품들
- 중심 관광지까지 도보 이동이 가능한 위치
- 자유로우면서도 규칙 있는 문화
- 사진찍기를 즐기는 여행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오브제들
여행을 많이 다닌 쌤에게도 이곳은 지금까지의 숙소 가운데 최고라 했다. 그랬다. 나 또한 숙소가 마음에 들었다. 숙소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어보긴 처음이었다. 우리는 숙소에 삼일을 머무르며 뻬쩨르부르그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도스또예프스끼가 "가장 추상적이고 가장 의도적인 도시"라고 부른 뻬쩨르부르그를.
▲ 숙소의 로비 아늑하고 포근한 로비가 여행객들을 편안하게 맞이한다. ⓒ 윤진
▲ 휴게실 하얀 내부에 포인트로 한 벽만을 칠해 깔끔하면서 세련된 느낌이다. ⓒ 윤진
▲ 접시로 장식된 벽 벽은 다양한 소품들로 장식되어 있다. ⓒ 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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