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에서 한국 힙합의 발전과 감추어진 랩퍼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만든 쇼미더머니는 이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역사가 길지 않은 음악장르가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쇼미더머니를 보면서 겉멋에 취한 다수의 랩퍼를 보는 것은 정말 씁쓸하고, 이들이 만들어가는 한국 힙합과 랩의 미래가 안타깝다. 게다가 방송 제작자와 랩퍼 대부분은 자신이 뭐가 부족한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 가수가 되고 싶은데 노래를 못해서 랩을 하는 랩퍼는 곤란하다. 힙합의 겉멋에 취해서 랩을 주절거리는 것도 안될 말이다. 랩퍼라면 먼저, 자신이 왜 랩을 하는지 알아야한다. 4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노랫말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어서 랩이 탄생된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빠른 랩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넘치고,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랩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랩에 메세지가 없다면 그냥 무의미한 수다와 다를 것이 없다. 쇼미더머니에는 다수의 랩퍼가 나왔고, 수많은 공연이 있었지만, 그들이 대중에게 던지는 메세지는 한정되어 있고, 단편적이다. 실력을 알아주지 않는 억울함, 섹스, 욕설, 사랑, 신나게 놀자, 기타 등등의 노랫말이 지금의 대중 가요 노랫말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그냥 노래로 해도 될 것을 겉멋들어서 랩으로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것이다. 랩퍼에게 최고의 덕목은 빠른 랩을 지껄이는 테크닉도 아니고, 박자를 정교하게 타고 비트를 쪼개는 음악적인 기교도 아니다. 랩퍼의 진정한 실력은 저항의 정신을 담는 메세지와 이를 랩으로 만들어서 대중에게 내뱉는 용기다. 국내 처음으로 무반주 랩을 하기 위해서 용기를 내서 무대를 꾸몄다는 랩퍼를 보면서 한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뛰어난 테크닉과 담력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을 지녔지만, 힙합의 용기는 무반주로 랩을 하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강자와 맞짱 뜨겠다는 담력, 부조리를 풍자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세상과 싸우는 랩퍼만이 진정으로 용기 있는 랩퍼다. 왜 쇼미더머니의 랩퍼들은 세상과 싸우고, 불의를 풍자하는 메세지를 담지 못하는가? 세상에 대해 무지하거나, 용기가 없기 때문에다.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혀서 서로 감추어진 천재니, 괴물이니, 랩 진짜 잘하는데 세상이 안 알아준다느니, 투정과 비난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 힙합의 눈에 보이는 겉멋만 쫓지 말고, 치열한 저항과 풍자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실력도 고만고만하고, 특별한 메세지도 없이 신나게 놀아보자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국내 랩퍼들이 소수의 마니아에게만 인정받고 있는 이유가 테크닉이나 개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중은 랩퍼가 자신들을 위해서 싸워주기를 원한다. 겉멋에 취해서 기타를 부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 올바른 역사와 정신은 중요하다. 대한민국 건국된 지 6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정통성 시비가 일고 있는 것은 친일파를 지금까지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억울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직도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일마다 집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힙합의 원조는 듀스이며, 고 김성재씨가 그 한 축을 담당했다. 그는 억울하게 살해당했으나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적어도 한국에서 랩을 하는 랩퍼라면, 원조 선배의 이런 억울함을 대중에게 알리고, 세상을 바로 잡자는, 싸우자는 메세지를 담은 노래 한곡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범인이 잡힐 때까지 악날하게 물고 늘어져서 싸워야 랩퍼가 아닐까? 입으로는 고 김성재씨를 너무나도 존경한다면서 억울한 죽음에 저항해서 싸우는 랩퍼가 없는 이유는 뭘까? 아직까지도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어서야 진정한 친구도, 후배도, 랩퍼도 아닌 것이 아닐까? 대중에게 가장 선명한 메세지를 전한 가수가, '교실 이데아', '컴백홈', '발해를 꿈꾸며'를 부른 서태지씨만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쇼미더머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서 랩퍼를 꿈꾸는 가수들도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저항의 정신과 시대의 불의와 싸우는 메세지가 없다면 굳이 랩을 할 이유가 없다. 대중에게 정말 할 말이 많아서 랩을 하는 것이다. 메세지가 없는데 음악이 하고 싶다면 노래를 잘 연습해서 가수가 되면 된다. 랩퍼는 그저 그런 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쇼미더머니와 랩퍼들은 왜 자신들이 노래가 아닌 랩을 하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봐야한다. 세상과 싸울 용기도 없는데, 눈에 보이는 돈과 명예, 인기만을 쫓는, 말 그대로 쇼미더머니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안전한 양식장에 갇혀서 주는 먹이나 넙죽 넙죽 처먹는 넙치나 도다리 같은 랩퍼는 대중이 사양한다. 대중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스스로 바다와 싸우는 야생 참치같은 랩퍼를 원한다. 진정으로 대중과 호흡하고, 약자의 아픔을 보듬는 선명한 메세지를 가진 진정한 랩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러그에 올림. #음악 #힙합 #쇼미더머니 #랩퍼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