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사회참여? 누구나!

소셜액션 플랫폼 '굿무브'-SNS로 비영리단체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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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ley1419)등록 2013.09.13 17:36
시민의 사회참여, 가깝고도 먼 이야기다. 민주주의를 쟁취했다고는 하나 시민사회의 기반이 부실하다 보니 제대로 된 시민의 사회참여, 정치참여에도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한 노동운동가를 만난 적이 있다. 노동운동은커녕 학생운동 언저리에도 있어본 적 없었던 터라 긴장감이 들었다. 왠지 노동운동가라고 하면 '우락부락하고, 거칠며, 사상을 논할 것' 같은 선입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약 1시간가량 이어진 대화를 통해 나는 언론에 비춰지는 노동자 또는 노동운동의 모습은 아주 일부일 뿐이며, 1년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구속되고 그로 인해 그 가족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부채감에 휩싸인 게 그때인 것 같다. 배고프지 않게 먹고 살았고, 관심이라곤 내 직장, 가족, 친구, 연애, TV 정도가 다였던 내게 '뭔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 들기 시작했다.

각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노사갈등이나 농성, 파업의 정당성까지는 몰라도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되는 노동자들에게, 아니 어쩌면 우리 아빠일 수도, 우리 이모일 수도, 내 친구일 수도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헌데, 방법을 몰랐다. 어디에 알아봐야 하는지, 어떤 검색어를 넣어야 하는지 도무지 아는 게 없었다. '민주노총에 전화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겁이 났다. 나는 대단한 걸 하려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혹여 내게 대단한 걸 원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이런 저런 검색어를 치고 여기저기를 뒤져 며칠 만에 구속된 노동자들을 후원하는 민간단체를 알게 되었고 작지만 매월 일정금액을 지원하게 되었다. 물론 그걸로 나의 부채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그 분야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들의 소식을 공유하게 되며, 그들에게 힘을 주고 내가 또 힘을 받는 정도의 유대와 연대는 이뤄지게 되었다.

이런 사례는 나뿐만이 아니다. 어느 날 한 친구는 내게 "인권문제에 관심이 있으니, 관련 책이나 단체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쪽 분야에 가까이 있지 않는 사람에겐 인터넷으로 쉽게 검색되는 수준 외의 정보를 얻기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선배로부터 사회 참여 확산을 위한 소셜 플랫폼 '굿무브(www.goodmove.is)'라는 곳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비영리단체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사용자의 관심 주제와 관심 지역에 맞는 단체를 매칭해 주는 소셜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사용자들이 자신의 관심 주제와 관심 지역을 선택하면 관련 단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으로, 시민과 비영리단체가 온라인상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광장이 생성되는 것이다.

굿무브에는 현재 교육/연구, LGBT, 여성, 인권, 문화, 예술, 동물보호, 노동, 국제협력, 시민연대, 환경, 어린이, 복지, 평화, 지역공동체 등 사회 여러 분야의 1,000여 단체의 정보가 데이터화돼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포터즈'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서포터즈라고 하면 금전적인 지원 또는 직접적인 활동을 생각한다. 하지만 굿무브의 서포터즈 기능은 좀 더 확장된 개념이다.

서포터즈가 되면 단체가 발행하는 소식이나 활동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SNS 타임라인에 자동 공유되어 비영리단체의 활동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할 수 있게 된다. 클릭 한 번으로 시민의 사회참여의 첫 걸음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간 국내에서는 <다음>의 '희망해'과 <네이버>의 '해피빈'등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활동으로서 사회운동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일회성 기부나 모금중심의 활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 왔다.

해외의 경우 지난 2007년 설립된 코지즈닷컴(causes.com)이 비영리단체와 기부자를 연결해주며 정치 캠페인 참여자들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사이트에는 '빈곤 퇴치', '공립학교 예술교육 지키기' 등 50만 개 이상의 코지즈가 등록돼 있으며 각각의 캠페인․비영리단체에 대한 소개를 보고 기부에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시민의 권리인 사회참여, 정치참여에 대한 요구 없이는 자생적이고 자율적인 사회 역시 불가능하다. 굿무브와 같은 시도가 얼마나 시민의 관심과 호응을 얻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사회참여로의 길에 디딤돌 하나 놓는 계기는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굿무브 가기 : http://www.goodmove.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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